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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석 Apr 21. 2023

조지아 와인의 심판

(Judgment of Georgi)

    

 Judgment of Paris라는 말이 있다. 파리스의 심판 또는 파리의 심판이라고 읽힌다. 파리스의 심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건이고 파리의 심판은 와인과 관련된 사건이다. 이와 같이 같은 말이 두 가지 의미를 갖는 것은 Paris 란 단어가 지명을 뜻하는 프랑스 수도 파리와 트로이 왕자 파리스라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파리스의 심판(Judgment of Paris)은 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사건이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외교사절로 스파르타를 방문중 왕비인 헬레네를 보자마자 한눈에 사랑에 빠져 그녀를 납치하여 트로이로 데려온다. 파리스가 이렇게 위험한 사랑 행각을 벌인 것은 사실 신들의 장난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여신 에리스의 분노 때문이었다. 초대받지 못해 심한 모멸감을 느낀 에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고 쓰여 있는 황금사과를 연회석에 던졌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불화의 사과다. 서로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던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이 사과를 두고 다투자 제우스는 그 심판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맡겼다. 세 여신은 파리스에게 달려가 자신을 선택해 주면 특별한 능력을 주겠다고 말한다. 아테나는 지혜를, 헤라는 세계의 주권을, 아프로디테는 인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각각 주겠다고 했지만 파리스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스파르타의 왕비인 헬레네가 파리스에게 주어지게 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오지만 이에 분개한 그리스인들은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로 쳐들어온다. 이 사건으로 일어난 전쟁이 트로이 전쟁이다. 결국 파리스는 미녀를 택한 결과로 전쟁에서 목숨도 잃고 조국 트로이도 망하는 심판을 당한다. 이 모두가 결혼식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한 여신이 분풀이로 던진 불화의 사과 때문에 빛 어진 일이다.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은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산과 캘리포니아산 포도주의 시음회 대결이다. 웬만한 와인 애호가라면 들어 봤을 것이다. 그만큼 이 사건은 와인을 둘러싼 세계적인 사건이었다. 주최자 측은 물론 많은 사람들은 캘리포니아 와인이 그 우수함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될 수는 있겠지만 프랑스 와인이 일방적으로 우세할 것이라 봤다. 그러나 블라인딩 테스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주최 측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레드 및 화이트 부분 둘 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1위를 한 것이다.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며 가벼운 이벤트성으로 준비했던 시음회 결과의 파장은 컸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때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2008년 개봉된 와인 미라클이다. 1976년 와인업계에서 신출내기였던 캘리포니아 와인이 전통의 콧대 높은 프랑스 와인을 꺾은 사건의 뒷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잘 그려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와인의 매력을 혀가 아닌 눈과 귀로 예술적으로 잘 표현한 영화다. 와인 애호가라면 죽기 전에 한번 꼭 봐야 할 명화로 꼽힌다.     


 지난 8월 우연한 기회에 처음으로 조지아 와인 시음회에 갔었다. 그날은 한국사마천학회에서 주최한 달마토(매월 마지막 토요일) 강연 후 뒤풀이 자리였다. DNC 고일영 대표의 유머 넘친 입담과 와인 이야기가 조지아 와인향과 잘 어울린 유쾌한 시음회였다. 사실 나는 와인에 대해 문외한이다. 조지아 와인은 몇 년 전 딸아이가 트리빌시 출장길에 사 온 것을 맛본 게 처음이다. 


 그때 첫 시음회에서의 와인맛에 이끌려 9월 서초동 차내음이란 찻집에서 가진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와인 시음회에도 참석했다. 그때 시음회에 그루자니, 무크자니, 사파라비등 조지아 와인이 나왔는데 그 고운 색깔과 독특한 와인향에 좋은 분들에게서 풍기는 인향까지 더해져 우리의 눈과 코 혀끝을 사로잡았다. 


 조지아 와인은 인류 최초에 만들어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빛나는 세계 최고의 와인이다. 지금까지 프랑스나 캘리포니아 등 다른 지역 와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저평가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조지아는 신들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땅이다. 이제 전설의 카프카즈 신들에 의한 조지아 와인의 심판(Judgment of Georgia wine) 이 멀지 않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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