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는 해적들이 무역선에서 강제로 징수하던 통행료에서 기원 -
관세(Tariff)는 가장 오래된 조세 중 하나이다. 성경에서도 “삭개오(Zaccheaus)라는 자는 세관장으로서”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 관세의 어원에 대하여 애덤 스미스(A.Smith)는 諸國民의 富(국부론)에서 “관세는 내국소비세보다 아득히 오래된 것으로서 그것이 기억에 없을 정도로 옛날부터 행하여진 관습적 지불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했다”. 즉 관세란 옛날부터 행하여진 관습적 지불(慣習的 支拂)인 customary payments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스미스의 주장에 대해 길버트(C.B.Gilbert)는 customs(관세)라 하는 말은 관습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그 옛날 영국에서 customs로 불리던 보관료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즉 관세는 보관료(保管料)를 의미하는 custodium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어나 독일어, 중국어에서도 관세는 관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당시의 관세를 portorium으로 불렀다. 이 말은 transport의 세, 즉 물품의 이동에 따라 부과된다는 의미이므로 역시 관습과는 관계가 멀다. 어원이야 이처럼 여러 설이 있지만 관세는 상인의 이윤에 대한 조세로 상품 가격에 포함됨으로써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어에서는 tariff 외에 customs, duty 또한 관세를 지칭하는 말이다. 영국에서 관세의 의미는 상품을 수출입할 때 세관(customs)에 내야 하는 할 세금(duties)이었기 때문이다. custom은 본래 ‘습관, 관행’ 등을 뜻하지만 이 의미가 확장되어 습관처럼 찾아오는 ‘단골 고객’ 및 복수 customs의 형태로는 ‘물품을 들여오고 내 보낼 때 관습처럼 으레 드나드는 세관’이란 뜻도 나타낸다. duty는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제독이 프랑스와 스페인 함대를 물리치고 전사하면서 남긴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는 제 임무를 다했습니다 "(Thank God, I have done my duty)라는 용례처럼 원래 ‘임무’나 ‘직무’를 뜻했다. 하지만 점차 국민의 중요한 의무인 ‘조세(租稅)’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동양에서도 오래전부터 서양의 Tariff‘ 나 duties와 비슷한 의미로 관세(關稅)란 말이 있었다. 관세(關稅)의 ‘關’은 ‘가로쇠 나무로 문을 잠그다(以木橫持門戶也 이목횡지문호야)’로 문간을 잠가 내부를 보호한다는 뜻이다. 관세(‘關+稅)란 글자를 해석하면 ‘국가영역의 경계선에 관문(關門)을 세우고 그곳을 통행하는 사람에게서 재화(財貨 :禾 곡물)를 일방적으로 수렴(收斂), 탈취(奪取)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춘추좌씨전’ 문공 11년 조항에는 다음과 같은 관문 관련 기록이 실려 있다. “송나라 무공은 외침을 막아낸 공으로 내반에게 관문(關門) 하나를 상으로 주어 관세(關稅)를 받아먹게 하였는데, 그 관문 이름을 ‘내문’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고대 중국의 관세는 자국 영토 내의 일정한 구역에 關門을 설치하고 그곳을 통과하는 사람들로부터 거두는 세금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때의 세금은 통과세 성격으로 지금의 관세와는 다른 개념이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관세’는 관문에서 징수한 통행세였다.
청나라 문종(文宗) 실록에서도 세관을 통과하는 수출입 화물에 대하여 징수하는 세금의 의미로 쓰인 ‘關稅’가 보인다. 하지만 동양에서 관세가 현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부터였다. 개항기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던 일본인들은 영어 customs duty를 관세라는 말로 번역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customs(세관)에서 ‘관’을 따고 duty(조세)에서 ‘세’를 따 ‘관세’라 한 것이다.
관세는 과세물건에 따라 수입세, 수출세, 통과세로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관세법 제14조에서 '수입 물품에는 관세를 부과한다'라고 규정하여 수입세만을 거둬들이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관세란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를 말한다. 현재 관세라고 하면 tariff, customs 등으로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서 customs가 좀 더 넓은 의미가 있고 tariff는 관세율에 관한 협의로 해석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호텔에서 업무 만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관세를 뜻하는 이 Tariff’란 말은 해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참석 중 그의 트윗에 "I am a Tariff Man"(나는 관세맨이다)이라고 썼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찬을 마친 직후였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90일 후 무역 전쟁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관세맨(Tariff Man)이란 말을 트럼프가 이때 처음 사용한 것 같다.
트럼프가 트윗에 날린 tariff란 말은 아랍어 ta'rif (تعريف) تعري에서 왔다. 아랍어 ta'rif(정보, 통지, 지급해야 할 요금 목록)가 중세 라틴어 tarifa(가격표)로 쓰이다가 이탈리아어 tariffs(요금표, 가격)의 과정을 거쳐 1590년대 영어에서는 ‘계산표’ 및 ‘수출입 물품에 대한 관세 목록’을 말했다. 이후부터 Tariff는 현재와 같이 관세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관세를 의미하는 Tariff는 Tarifa란 지명에서 유래된 말이다. 'Tarifa'는 스페인 최남단 항구도시로 지브롤터 해협을 두고 맨눈으로도 아프리카 대륙이 보이는 곳이다.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유럽의 땅끝마을로 불리지만 원래는 섬이었다. 섬 이름 Tarifa 가 관세를 뜻하는 Tariff로 된 데에는 무슬림의 이베리아반도 정복 역사와 지중해의 무어인 해적과 관련이 깊다.
서기 711년 무슬림 장군 타리크 이븐 말릭(Tariq ibn Malik)은 군대를 이끌고 아프리카에서 좁은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와 이베리아반도 서남부를 정복했다. 이때 타리크가 처음 상륙한 장소에 그의 이름이 붙여져 'Tarifa' 섬이 되었다. 이후 이베리아반도를 정복하고 고트족들을 지배하던 이슬람교도들은 그리스도교도들이 781년 동안 벌인 국토회복 운동인 레콩키스타(재정복 reconquest 718~1492)로 아프리카로 쫓겨난다.
이때 이베리아반도의 남쪽 안달루시아에는 최후의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국(1232년~1492년)이 있었다. 이 왕국의 수도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궁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라나다에서 장님이 되는 것만큼 더 큰 형벌은 없다."라는 찬사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비극적인 운명을 지니고 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그 해, 스페인의 페르난드 2세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은 이 궁전을 평화적으로 내어주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이 아름다운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이 스페인의 유명한 기타리스트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이 곡을 들으면 옛 영화를 뒤로하고 아프리카로 쫓겨가는 무어인들의 슬픈 만가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현재 스페인에 남아있는 알함브라 궁전과 Tarifa라는 지명에는 이곳을 7세기 반 동안 지배했던 무어인들의 역사가 남아있다.
이슬람 장군 타리크 Tariq에서 유래한 tariff가 지금의 관세를 의미하게 된 데에는 지중해의 해적과도 관련이 깊다. 지중해는 고대로부터 해적들의 활동으로 유명한 바다이다. 젊은 시절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가 지중해 로도스섬으로 유학하러 가다 해적에게 붙잡혀 몸값을 주고 풀려난 이야기는 유명하다. 카이사르는 해적들이 매긴 자신의 몸값 20 달란트가 귀족인 자신을 무시한다며 50 달란트로 올렸다. 그러고는 해적들에게 자신이 풀려나면 반드시 다시 찾아와 그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처형하겠다고 공언했다.
카이사르의 말에 해적들은 그를 허풍쟁이라고 놀렸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풀려나자마자 카이사르는 군대를 조직해 돌아와 해적들을 붙잡아 십자가에 못 박았다. 카이사르와 킬리키아 해적과의 이 이야기는 리비우스의 ‘로마사’에 전해온다. 이후 동지중해의 킬리키아 해적은 카이사르와 함께 로마의 3두 정치를 이끌었던 폼페이우스(Gnaeus Pompeius)에 의해 완전 소탕 섬멸된다.
폼페이우스는 해적 퇴치 공을 기념해 지금의 튀르키에 지방인 아나톨리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폼페이오 폴리스란 도시를 세웠다. 이후 정적이 된 카이사르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이집트로 도망쳐 재기를 꿈꿨지만 실패하고 만다. 결국, 폼페이우스는 클레오파트라와 이집트를 공동 통치하던 그녀의 배다른 이복동생이자 남편인 파라오에게 배신당하여 이집트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중세에도 해적들은 지중해에 창궐하고 있었다. 소설 돈키호테로 유명한 세르반테스도 이슬람 해적에게 붙들려 포로가 된 적이 있다. 세르반테스는 1571년 스페인과 오스만 튀르크가 지중해 패권을 두고 벌인 레판토 해전에 참전했다. 이 해전에서 왼쪽 팔을 잃어 레판토의 외팔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스페인으로 돌아가던 중 해적들에게 습격당해 포로가 됐다. 세르반테스는 알제리로 끌려가 5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하다 가족들과 수녀원에서 마련한 몸값을 해적들에게 지불하고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16세기 대항해시대는 지중해의 해적들이 크게 세력을 확장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페인의 대서양 진출로 지중해에 힘의 공백이 생기자 이를 틈타 이슬람 해적들은 'Tarifa' 섬을 점령했다. 해적들은 이곳을 근거지로 좁은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는 무역선으로부터 통행료를 강제로 징수했다. 이후 해적들이 징수하던 이 통행료가 관행으로 굳어져 타리파'Tarifa'에서 내는 세금이라는 의미로 'Tariff'가 관세를 의미하게 된다. 무어인 장군 이름 타리크 Tariq에서 딴 섬 이름 Tarifa가 해적들에 의해 관세 Tariff란 이름으로 쓰인 것이다.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Tariffs are the greatest!”(관세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면서 상대 교역국에 덤핑·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관세(Tariff)를 무기화했다. 트럼프가 자신을 관세 맨이라고 칭한 것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세계무역 전쟁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무역분쟁에 발생했을 때 서로 상대국을 비난하는데 이때 빠지지 않는 말이 해적 행위라는 말이다. 교역 상대국의 보복관세 조치에 대해 해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관세와 해적 사이의 과거 밀접한 관계가 반영된 것이다. 현대에도 일부 국가의 수출입업자들이 국가에서 거두는 관세를 합법적인 해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이유도 해적 행위에 뿌리를 둔 관세의 역사적 탄생 배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치열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무역 전쟁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바로 Tariff 관세다. 2018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도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자신을 관세맨("I am a Tariff Man")이라고 칭하면서 중국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엄포로 중국을 압박했다. 세계 각국은 상대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종종 "해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트럼프도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공정한 무역행위를 한다며 "중국은 해적이다"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 이처럼 현대의 관세를 의미하는 Tariff라는 말은 이래저래 해적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