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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l 26. 2024

행복을 찾아 독립한 자취새내기의 자취찬양글

아가리 자취어터 탈출기

이 글을 벌써 서너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이 글을 원래 쓰려던 취지는 자유를 찾기 위해 자취한 사람의 생활이 얼마나 행복하게 바뀌었는지를 공유하고자였다. 다만 그전에 내가 자취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된 배경을 설명하려했는데,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리있게 글을 쓰지 못하는걸 보니 내 상처가 완전히 아문것 같지는 않다. 


이리쓰나 저리쓰나 얘기가 깊고 무거워지는것 같으니 간단하게 몇줄로 요약하고 넘어가겠다. 


자취한지 1년 3개월차 27살 직장인이 자취를 결심한 이유들

1. 부모의 언어폭력과 정신적 학대에 수년간 일방적으로 공격 당했다.

2. '자유시간'이 생겨도 가족들 눈치보느라 '자유'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3.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쏟으려 모아뒀던 에너지를 가족들과의 갈등해결과 스트레스 해소에 전부 소진했다.

4. 스트레스 증상들이 점점 신체화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었다.

5. 사랑하는 연인, 열정을 갖고 키우던 커리어, 미래에 이루고자하는 꿈이 있었지만 집에만 가면 모두 잊어리고 무기력에 빠졌다.


어릴적부터 독립이 꿈이였다. 그래서 쉼없이 좋은 학교, 좋은 스펙, 좋은 직장을 향해 내달렸고 그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 되어 독립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자, 오히려 선뜻 독립을 하기가 두려워졌다. 너무 오랜시간동안 익숙해진 이 외롭고 공허한 집이 마치 진짜 내 집의 역할을 잘해주는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나를 향한 부모님의 비난과 언어폭력이 일상화되었지만 이젠 쌍욕을 듣는 일 조차 무뎌져 눈물도 나지 않았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보면 기절초풍할 일들도 가족이라는 가면에 가려져 뭔가 정상적인것처럼 받아들여졌고, 부모님의 일방적인 화풀이였지만 그들의 감정이 잠잠해진 후 내게 다가와 사과를 하는 부모님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껴 그들을 탓하기 힘들었다. 


나는 오랫동안 진짜 내가 두려워해야할 요소들에 무뎌졌고, 오히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을 더욱 두려워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내 독립을 3-4년동안 미루게했다. 내가 그 당시 독립에 대해 두려워했던 것들은 이러하다.


한평생 꿈이던 독립을 갑자기 두려워하게 된 이유들

1. 이루고싶은 꿈을 위해 돈을 모아야했는데, 부모님 집에 사는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었다.

2. 독립의 ㄷ자만 꺼내도 부모님과 전쟁을 치뤄야했기에, 그들과 부딪히고싶지 않았다.

3.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 익숙치 않아 요리, 청소, 집관리 등을 잘해낼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위 이유들이 독립을 원하지만 쉽게 하지 못하고 끙끙앓는 여러 사람들의 고민일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두려움을 떨쳐내고 독립한게 내가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다. 내가 그동안 본가에서 살면서 지불해야했던 비용은 나의 행복, 나의 심적 여유, 나의 정신건강, 나의 자유시간, 나의 에너지였다. 그에 비해 내가 독립하고나서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월 60만원 가량의 관리비 포함 거주비, 1인 설거지와 빨래, 일주일에 한번씩하는 대청소뿐이다. 내가 기존에 지불하던 것들의 가치에 비하면 말도안되게 저렴하다. 나는 고작 이 비용으로 내 인생을 새로 살 수 있는 티겟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 집에 사는게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인가?

부모님 집에 사는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에 살고있었고 내 직장과 본가의 거리는 고작 지하철역 4개의 거리였다. 도대체 이런 최고의 조건에서 왜 비싼 서울 오피스텔에 들어가서 사냐고 다그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집에서 살때에는 오히려 독립한 이후보다 돈을 모으지 못했다. 심리 상담치료를 받는 비용과 스트레스로 인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습관, 집에 들어가기 싫어 비는 시간마다 돈내고 이용했던 카페와 음식점들로 인해 내 카드값은 월급을 그대로 가져갔다. 오히려 진짜 집이라는 공간을 갖게된 요즘, 소비절약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하고, 밥값 비싸기로 유명한 직장근처에서 밥을 사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서 간다. 비가오든 눈이오든 밖에서 서성이며 방황하던 날들은 온데간데 없고 얌전히 평화로운 내 집에서 책을 읽고 피아노를 치고 낮잠을 잔다. 일상이 안정화되니 충동구매나 물욕이 자연스레 사라지고 작은 내 10평짜리 집에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들만 구매한다. 내 월 지출은 부모님과 함께 살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독립의 ㄷ자만 꺼내도 부모님과 전쟁이 일어날것 같아 두려운가?

하염없이 나를 탓하며 우는 엄마, 불같이 화만 내는 아빠, 중간에서 어쩌할바를 모르고 난감해하던 남동생. 우리 가족들은 나의 독립선언에 모두 충격에 빠졌다. 참 웃긴게, 나는 예전부터 여러번 독립하고싶다고 말해왔는데, 그럴때마다 늘 새로운 폭탄선언을 들은것처럼 내 부모님은 내게 전쟁선포를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저 부모님을 피해 도망치려는게 아닌, 나를 살리기 위해 독립하는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단호해질 수 있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사는게 사는것 같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 후, 그저 그 불편함을 참아냈다. 내 부모님은 나의 첫 자취방 계약후에도 내가 어디로 나가는지  묻지 않으셨다. 내가 월세를 택했는지, 전세를 택했는지, 대출을 받았는지, 안전한 곳으로 갔는지, 사기를 당한건 아닌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복수이자 마지막 협박이었던 것 같다. 나는 굴하지않고 독립을 하였고, 집이 모두 정리된 다음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해 간단한 커피를 대접했다. 부모님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정갈하게 정리해둔 집을 보며 마음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그 이후 1년이 넘게 흐른 지금은 부모님과의 관계가 옛날에 함께 살던 때보다 훨씬 개선되었다. 한두달에 한번씩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새로 알아가는 듯 하다. 지난번에 만났을때 아버지는 내가 독립하고 난 후에 우리 가족이 모두 훨씬 행복해진 것 같다고 말하셨다.


홀로 맡게될 집안일이 두려운가?

1인가구의 집안일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나 한명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이 얼마나 많다고 괜히 겁부터 먹었던 내가 이제보면 참 귀엽다. 자주 요리를 해먹는 나는 하루이틀에 한번 좋아하는 무한도전 다시보기 영상을 틀어놓고 웃으며 설거지를 한다. 유튜브로 신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기를 돌린다. 여전히 가끔 빨래를 잘못 돌려 흰옷이 회색이 되기도 하지만, 커다란 빨랫감들은 (이불, 러그, 외투 등) 런드리고라는 어플을 사용하여 손쉽게 세탁을 맡긴다. 그냥 문앞에 두고 어플로 수거요청을 누르면 정찰제 가격으로 알맞는 세탁을 해서 다시 문앞에 하루이틀 안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라 잘 이용하고 있다. 이런 데일리 집안일을 편하게 해주는 어플이나 용품들은 따로 글로 정리해보겠다.


내가 더 이상 새로운 집에 적응해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 생활이 안정화 되기까지 일년은 걸린 것 같다. 물론 첫 일년도 행복하고 재밌었지만 이제 적응이 된 지금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만날때마다 내가 훨씬 편안하고 여유로워보인다며 신기해한다. 나 스스로도 이제서야 재미를 추구하고, 세상을 사랑하려하는게 느껴진다.


가장 좋은 점은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대로 쓸 수 있게된 점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내가 계획하고 결정한대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건 내 삶에 활기를 넣어주었다. 이 독립생활이 어떻게 게 카페창업이라는 내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준건지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 조금 더 상세히 적어보겠다. 이 글에선 간단히만 말하자면 10평짜리 원룸의 1/4를 차지하는 커다란 책상공간을 만들었고, 퇴근하고나서 지친 몸을 잘 쉴 수 있게끔 나를 돌볼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스트레스 요인 없이 내가 작업하기에 최적의 작업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무채색이었던 내 세상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혀준 내 10평짜리 집에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이미지 출처 및 저작권은 MBC 무한도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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