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카페 컨셉이되.
오랜 기간동안 쌓아올리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한 여러 카페 컨셉들 중 드디어 한개를 고를 때가 왔다.
매번 하나의 컨셉에 열심히 몰두하다보면 갑자기 더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이면서 새로운 컨셉으로 갈아타기를 반복했었다.
그 돌고도는 도르마무 사이클을 깨기 위해 나는 10개의 컨셉 중 Top 3 컨셉을 골라 그 세개를 동시에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 3개의 컨셉에 대한 브리프를 각각 작성한 뒤, 주변 지인들 앞에서 전부 발표한 후 의견과 투표를 받아보기로 했다.
투표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따를것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시장 반응을 체크할 수 있는 지표를 얻고자했다.
내가 준비한 3개의 컨셉은 모두 각기다른 느낌이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각각의 큰 차이점이나 요점은 아래와 같다.
컨셉 A
큰 차별점이 있는 컨셉 / 호불호 예측불가/ 초기비용 높음
컨셉 B
대중적인 컨셉 / 호불호 적음 / 초기비용 보통
컨셉 C
니치한 컨셉 / 호불호 큼/ 초기비용 적음
PPT를 활용하여 각각의 컨셉을 한눈에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무드보드를 한장씩 만들었다. 무드보드는 여러 사진들의 콜라주처럼 되어있는 한장짜리 슬라이드인데, 중앙에는 컨셉의 이름과 한줄이 적혀있었다. 각 브리프의 맨앞에 배치하여 처음부터 이 컨셉의 추구미가 무엇인지 대략 짐작이 가게끔 잡았다.
그 뒤로는 각 컨셉의 Origin, 즉 뿌리에 대해 설명했다. 보통은 특정 영감이나 나 개인의 니즈에서 출발한 내용이었다. 예를들면, 카페라는 공간이 역사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대화의 장으로써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면, 그 대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대화-friendly한 카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후로는 논리적으로 이 아이디어가 현재 시장에서 왜 경쟁력이 있는지, 그리고 내 카페는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건지를 각각 1-2 슬라이드로 설명했다. 방금 든 대화의 장 역할을 하는 카페 컨셉이라면, 현재 서울에서 많이 보이는 카페들은 자리가 너무 붙어있거나, 공간의 소리 자체가 웅웅 울려서 피로도가 높거나, 소음관리가 잘 안되고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좋다. 더불어, 그런 대화의 장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외국에서는 공원이나 벤치, 그리고 개개인의 뒷마당에서 여는 바베큐 파티 등으로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에서는 대화의 장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은 보통 카페라는 내용도 좋다. 사람들이 밥먹고 카페를 가는 이유가 그저 커피라는 액체를 마시고싶어서 일수도 있지만, 대화를 이어서 하고싶은데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게 왜 이런 컨셉의 카페가 필요한지를 설명했다면, 이 카페는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을 담아낼건지도 생각해보아야한다. 여러 측면에서 다방면으로 생각해볼수록 좋다. 이어서 예시를 활용하자면,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리를 튕겨내지 않고 흡수해버리는 흡음작업이나 흡음 소재들을 사용해서 공간의 인테리어를 잡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다양한 대화 주제에 따라 알맞은 좌석을 골라서 앉을 수 있도록 폭 넓은 좌석 타입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화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먹기 간편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디저트와 음료들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략적인 플로우를 따라 각각 A, B, C 컨셉을 설명하는 브리프를 작업했다. 남자친구, 부모님, 남동생 그리고 친구 두명, 총 여섯명에게 발표 후 의견을 물었다.
현재 6년째 재직중인 외국계 뷰티회사에서 마케터로서 늘상 하는 일이 이런 컨셉 잡기와 발표하기였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은 능숙하게 해나갔고, 발표 또한 꽤나 프로페셔널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6명 모두 최고의 집중력으로 몰두하며 내 발표를 들어주었고, 이 후 여러 의견들을 공유하며 자신의 선호도와 추가적인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컨셉을 정하는 것과 별개로 정말 소중하고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내 주변에 이렇게 진심으로 내 꿈에 관심을 가져주고 마치 자신의 일인 것 마냥 열정 넘치게 함께 의논해주는 사람들에게 큰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모두에게 총 두개의 공통 질문을 하겠다고 설명한 뒤 발표를 했다. 그 공통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1. 세 카페 컨셉 중, 나의 개인 취향에 기반하여 가장 가고싶은 카페는 어떤 카페인가?
2. 세 카페 컨셉 중, 내가 투자자로서 투자를 해야한다면 가장 투자하고싶은 카페는 어느 카페인가?
이렇게 두가지를 물어본 이유는 개인의 취향과 개인의 느끼는 사업성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나는 개인적으로 조용하고 한가한 자연주의적인 카페를 좋아하지만, 내가 사업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조금 더 강렬하고 트렌디한 컨셉을 가진 카페에 투자를 하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두개의 공통 질문을 한 결과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각 컨셉에 대해 지배적으로 많이 나온 피드백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컨셉 A: 가장 차별점이 크고 강렬한 컨셉이라 투자하고싶지만, 이런 컨셉의 카페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실현될지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
컨셉 B: 큰 호불호 없이 쉽게 올 수 있고 대중적이라 리스크가 적지만, 그만큼 크게 도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컨셉 C:호불호는 클 수 있지만 아직 이런 니치한 분야를 타겟팅한 카페가 없기 때문에 타겟 고객들은 무조건 이 카페로 올 것 같다. 다만 타겟이 중요한 만큼 위치 선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나는 세개의 컨셉 모두 정말 큰 애정을 담아 작업했기에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의견들을 듣다보니 조금씩 머릿속에 내가 처음으로 열어야할 카페의 컨셉이 정해졌다.
내 첫 카페의 컨셉은 컨셉 C로 결정했다. 호불호가 클 수 있지만 아무도 채워주지 않은 수요에 대한 공급을 할 수 있는 기회이며, 특히나 지금의 젊은 감각을 담아 만들어낼 자신이 있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초기비용도 가장 낮지만 그에 비해 강렬한 아이덴티티가 있어 초기 카페로 좋은 컨셉이다. 카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나 액티비티 요소를 넣기도 좋은 컨셉이라 확장성이 높고 수익 파이프라인이 다양하다는 점도 나의 결정에 한몫 했다.
컨설팅을 하는 내 친구의 의견도 너무 좋았는데, 카페 컨셉 B에서 주가 됐던 유럽의 테라스 문화를 가져다가 컨셉 C에 활용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들었다. 나는 내 의견이 꽤나 강렬한 편이라 나만의 시각에 사로잡혀있었는데,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다시보니 그렇게 다른 컨셉의 한 요소를 추가해도 이질감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역시 나만의 시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참 중요하다고 다시 실감했다.
또한 내 발표를 들은 사람들 모두 나에게 순차적으로는 세가지 컨셉의 카페를 모두 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었다. 원래도 나머지 컨셉 후보들 또한 버리지 않고 잘 간직해두려 했었지만, 더 구체적으로 순서까지 열띤 토론을 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큰 결심을 하게되었다.
드디어 오랜 고민 끝에 결정된 나의 카페 컨셉을 토대로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되었다. 이 컨셉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뻗어나갈 내일이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및 저작권은 MBC 무한도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