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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리아 Mar 27. 2023

그냥 대충 백반 한 끼가 아닌 이유

정성 가득한 백반 한 상

"오늘 점심 뭐 먹지? “

“그냥 백반 한상 대충 먹지 뭐!”

  백반이라 하면 기사식당이나 밥집에서 비싸게 먹지 않는 흔한 음식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왜 백반이라는 단어에는 “그냥”, “대충”이라는 말을 붙일까?

백반
1. 잡곡을 섞지 아니하고 흰쌀로만 지은 밥.
2. 음식점에서 흰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을 끼워       파는 한 상의 음식.
Baek ban : meal with a bowl of rice, soup, and side dishes.

  사전에서 백반을 이렇게 설명한다. 신혼 때는 늘 일품요리나 세계요리들을 해서 요리실력을 뽐내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백반 한상은 대충 찌개에 나물 및 반찬 몇 가지라고 전혀 특별한 상차림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우리는 카레, 갈비찜, 닭볶음탕 등 메인메뉴가 있어야만이 제대로 잘 차려먹었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백반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된장찌개, 콩나물, 무생채, 오이무침, 전, 생선, 고기볶음 등 정말 다채롭다. 식당마다 집집마다 백반 한상은 구성이 너무나 다양해서 정해진 게 없다.

  작년부터 건강을 생각해서 기름진 양식이나 육류 위주의 식단 대신에 백반을 차려 먹었다. 제철 음식들로 가득 채운 백반 한상은 사실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상차림이었다. 단일 메뉴는 한 가지에 정성을 다하여 김치나 간단한 반찬으로 차려낸다. 그런데 백반 한상은 찌개나 국에 나물 몇 가지에 전도 부치고 쌈도 준비하고 접시만 보면 10가지는 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식사를 준비하면서 달리기 하는 기분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분주하게 해내고 이어서 다른 반찬을 한다.

  오늘 점심에 차려낸 그냥 대충 백반 한 끼는 두부버섯전골, 방풍나물무침, 씀바귀나물 무침, 무생채, 아기멜론장아찌무침, 상추쌈, 동그랑땡, 파김치다. 차려놓으면 별거 아닌 거 같은 백반 한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백반 한상은 분명 별거 아닌 게 아니다. 주부 경력 10년이 되고 육수내서 찌개 끓이고 나물 두세 가지 무치는 거는 후다닥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을 때 나름 프로주부가 된 것만 같았다. 요령이 생겨서 나물들은 한 번에 손질하여 살짝 데쳐 소분해서 냉동 보관도 하고 먹기 전에 바로 무치면 진짜로 2분 요리가 된다.

  불고기 같은 반찬이 있으면 더욱 좋지만 대신 오늘은 동그랑땡 반죽 해서 5개만 부쳤다. 상추랑 고추장도 내어서 쌈도 싸고 담백한 나물반찬과 파김치로 한 끼 먹고 나면 다양한 맛과 향을 느껴서 한 끼 제대로 대접받은 기분이다. 그런데도 대충 백반 한 끼라니 말도 안 될 일이다.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양식이 더욱 간단하고 손도 많이 가지 않는다. 백반은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섬세하고 정성이 깃들여진 건강한 밥상인 것은 분명하다. 손맛이라는 정성이 들어가니 사실상 초보 주부가 흉내내기엔 가장 고난도 상차림이 아닐까 싶다. 신혼 때에는 손맛에 자신이 없었기에 겉보기에 화려한 세계요리등을 차려내서 본실력을 감추었던 것 같다. 어느덧 주부 경력이 쌓이니 엄마밥상 같은 백반을 차려내니 참으로 엄마밥상은 위대하다고 새삼 느낀다. 제철음식과 다양한 영양소로 가득 채운 과학적인 밥상이니 더 이상 백반을 무시하지 마라! 그냥 백반이 아니다. 엄청난 백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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