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추억이 있는 간식
“엄마! 나 오늘 아침으로는 계란에 꿀 바른 빵(프렌치토스트) 먹고 싶어! “ 큰 아이는 항상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해줘서 메뉴 선정에 도움을 준다. 아침에
간단하면서 금방 할 수 있는 프렌치토스트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다 좋아하는 음식이다. 지금 나의 아이처럼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줄 때 너무 설레었다.
계란 깨는 소리, 계란물 휘젓는 소리, 버터 녹는 소리만 들리면 토스트의 그 맛이 벌써부터 생각나서 침이 고인다. 노란 계란물에 우유를 조금 넣고 식빵을 담가서 버터 지글지글한 팬에 구우면 그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에 나는 놀다가도 장난감 던지고 달려와서 엄마 옆에 서서 구경했다. 타지 않게 적당한 불에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주면 완성이다. 하이라이트는 설탕 뿌리는 순간인데 어렸을 때에는 엄마가 마법의 가루를 뿌리는 마법사 같아 보였다.
프렌치토스트에 대한 또 다른 추억은 바로 주윤발이다. 뜬금없이 프렌치토스트랑 주윤발이 무슨 상관인가? 몇 년 전 아이들 낳기 전 남편과 홍콩 여행을 다녀왔는데 호텔 조식을 포기하고 나와 남편은 주윤발의 단골 카페인 ‘미도카페’라는 곳을 갔다. 70년 역사가
있는 이곳은 ‘차찬탱’이라고 하는데 홍콩에서 ‘차찬탱’은 차도 마시고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캐주얼한 카페이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외관은 홍콩 누아르에서 나올 법한 비주얼이다. 레트로한 타일들은 빈티지한 70년대 홍콩을 연상시킨다.
이곳에 가면 주윤발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갔지만 그는 없었다. 2층 창가자리에 앉아 버터와 시럽이 듬뿍 올려진 노릇노릇한 프렌치토스트를 한 입 먹으면 나는 홍콩영화 여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주윤발은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배우인데 8천억 정도의 엄청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본인은 평생 절약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돈이라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잠시 맡고 있었을 뿐이다. “라고 말하며 한 달 15만 원 정도의 용돈으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평범한 서민처럼 생활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도카페가 주윤발의 단골식당이라고 들었을 때 우리와 같은 서민 음식을 자주 먹는 그가 더 친숙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프렌치토스트는 우리에겐 서양음식이지만 쉽게 자주 해 먹을 수 있는 근사한 서민의 간식이 되었다. 집집마다 엄마들의 레시피도 다르다. 어떤 집은 빵 사이에
딸기잼을 발라서 주는 집도 있고, 과일을 예쁘게 올리기도 하고 시나몬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프렌치토스트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실패확률 제로 간식이자 추억의 음식이다. 사람마다 프렌치 토스트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