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뒤에 있을 상시스텝을 확정했으니 이제 그 다음에 바로 움직여야 할 것은 카메라 앞에 설 사람들. 배우들을 만날 차례였다. 스텝은 겨우 2명에 아는 지인으로 했으니, 약간의 먹은 마음만 필요하다면- 배우는 완전히 다른 문제. 대부분은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의 실제를 모르고, 경력도 더 많고... 그런 그들에게 어떻게든 신뢰를 얻어 컨버세이션 이란 배에 탑승시키기 위해선 이런저런 전략과 밀당이 필요할수도...
곽민규
처음 만난 배우는 곽민규 배우였다. 사실 엉겁결에 만났다. 컨버세이션 시나리오를 쓰는 와중에 내 연출동기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새로 영화 시나리오는 쓰면서 배우들 가상캐스팅을 해놓고 쓰고있는데, 나중에 다 쓰고 제안했을때 거절당할까봐 너무 무섭다- 그러니 가상캐스팅 배우들을 언급하며 혹시 마주치게 되면 은근히 어필 좀 해줘봐봐- 막 이렇게 반농담 반진담 삼은 얘기를 꺼낸 적 있었다.
그런데 그 동료가 영화제에서 곽민규 배우와 함께 자리할 일이 생겼고, 내가 곽민규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것. 이제껏 곽민규 배우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곽민규 배우가 내 첫번째 장편영화 에듀케이션 을 매개로 나란 존재를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기뻐하더란 얘기를 전해준 것.
헉. 반응까지 전해들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기가 좀 그랬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와중이라면 모르겠지만 집필기간이 짧았던 지라, 시나리오도 이미 다 써버렸는걸! 스텝도 확정했고... 사실 만나야 할 시기긴 했다. 그저 진짜 시작해버린다고? 하는 마음을 먹지 못했던 것.
그래서 어느 여름. 곽민규 배우와 신촌과 정릉 사이 정도(어딘지 정확히 기억이 안남) 에서 만났다. 시나리오을 미리 보내고 만난 것이고 처음으로 만난 배우이기에 나름 걱정도 많이 했던 기억. 그런데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많이 나누질 않았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던 기억. 나로서는 프로덕션 일정이라든지, 다른 캐스팅 상황이라든지, 예산이라든지 등등 그런 게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만난 것이기 때문에 그저 한씬은 롱테이크 한컷이며, 띄엄띄엄 찍게 될 것 같다, 의 이야기가 전부였던 것 같다.
받은 인상은 곽민규 배우가 나를 믿어주는 것 같았다. 왜지? 전작 때문일까? 시나리오 때문일까? 아님 나에 대한 인상?? 때문일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 하나 준비되지 않았던 나를 믿어주다니... 다른 배우를 미팅할 때는 좀 더 프로덕션에 관한 고려사항을 고민하고 가야지. 뭐 그런 생각도 했다.
곽민규 배우에게 긍정의 의향을 듣고 나서부터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다른 배우들도 다 만나보기 시작해야돼! 가상캐스팅한 배우 중에 다리의 다리를 건너 연락이 가능한 배우가 누가 있을까. 기획사로 연락을 해버리면 좀 까다로워질 것 같은데...(왜냐면 초저예산영화니깐 ㅠ) 하면서 주변을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구하기 시작했다.
박종환
얼굴들 이란 작품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사실 그걸 보고 박종환 배우에게 반했다... 영화 얼굴들이 컨버세이션 영화작업에 약간의 영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곽민규 배우는 우연찮게 출연작품을 정말 많이 보면서 볼 때마다 역시 곽민규 배우는 짱이야! 이렇게 생각했다면, 박종환 배우의 작품은 연이 정말 안닿다가 늦게나마 얼굴들을 보고 헉, 저 사람 누구야?! 이런 케이스랄까...
몇다리를 건넌지 모를 다리를 건너, 박종환 배우의 연락처를 구해 시나리오를 일단 보내봤다. 초가을 쯤에 보냈었는데 보내고 며칠 뒤에 연락이 왔다. 헉?! 뭐지 왜 전화가 오지?! 하고 엄청 쫄았었는데... 지방 로케 촬영중이어서 시나리오를 조금 늦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양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추석 명절 연휴 쯤이 되어서 서울에 잠시 올라온 김에 만나뵐 수 있었다. 신림 근처 쯤에서 만났는데 그때가 코로나도 있고 명절 연휴이기도 해서 저녁에 갈 수 있었던 곳이 좀 제한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박종환 배우가 아는 펍을 데려간다고 찾았던 것 같은데... 문 닫았고... 그래도 아는 카페에 들어갔다. 역시 어색함과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 체, 입을 떼려는데... 사실 곽민규 배우 미팅 후 준비를 좀 더 해야지? 했지만 준비상태는 그대로였다. 구체적인 얘기는 못드리고, 또 이래저래 띄엄띄엄 찍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뭐 그정도까지만 얘기를 드렸던 것 같은데 박종환 배우가 정말 쿨하게 같이 하죠. 뭐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해줬던 것 같다. 크억. 또 날 뭘 믿고?! 띠용?! 하면서도 일순간 마음이 놓였다. 그 이후로 시간을 어색하게 보내지 않으려고 내향인간의 억텐을 쥐어 짜내려고 난 노력했던 것 같고, 박종환 배우는 그리 말이 많진 않았는데 한번씩 독특한... 음 뭐랄까 알프스와 아재개그의 중간 정도 되는 언어유희를 선보여주었다...
박종환 배우가 했던 얘기 중 띄엄띄엄 찍으면 긴 시간 간격동안 다른 배우들과 관계와 우정이 쌓이겠네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난 속으로 음.. 출연씬이 엇갈려서 잘 만나질 못할텐데... 흠...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촬영때는 엇갈렸지만, 촬영 후에 함께 할 시간들이 많아 그렇게 우정이 싹텄다. 박종환 배우의 말이 맞았던 셈!
조은지
조은지 배우를 정말 특이한 경로를 통해서 알게되었다. 유독 운이 없어서 조은지 배우의 출연작들을 볼 기회가 없던 와중에 2017년 제16회 미쟝센영화제에서 였다. 그때 조은비 배우가 연출했던 단편영화 2박 3일 을 미쟝센영화제에서 선보였을 때였다. 나는 그떄 더헌트 란 단편으로 함께 미쟝센영화제를 찾았던 때.
미쟝센영화제에서는 그때 감독들에게 약 30초 정도 되는 셀프포트레이트 영상을 요청했었다. 나 자신을 소개하는 약 30초 정도 되는 영상이라고 하는데... 난 카메라 앞에서 뭔가 얘기하긴 쑥쓰럽고, 뭐 별다른 소스가 없어서 학교 워크숍 작품의 촬영을 준비하던 내 모습 중에 찍힌 게 있길래 그걸 편집없이 그냥 그대로 냈었다. 촬영설정 때문에 흙을 죽창으로 파고 있는 1컷 짜리 영상.
죽창으로 계속 땅 파고 흙파는 모습이 전부였던 셀프 포트레이트
그렇게 영화제에선 셀프 포트레이트를 묶어서 틀기도 했는데 보면서 약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다들 너무 잘만든 것이다. 나만 힙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셀프 포트레이트를 낸 경우... 그 중에 보다가 조은지 감독의 셀프 포트레이트도 나왔는데, 뭔가 퀄리티가 나 처럼 그렇게 높지 않아서(?) 일단 정이 갔다. 조은지 감독의 셀프 포트레이트는 공원 벤치같은 데서 핸드폰으로 자신의 이름 "조은지"를 포털에 검색해보니.. 인물검색 정보는 안뜨고 네이버 지식인 같은 데에 "이 옷이 조은지 저 옷이 예쁜지 좀 봐주세요" 뭐 이런 글만 수드륵 떠서 절망하는 그런 영상이었다. 난 그때까지 조은지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기에, 음? 조은지가 누구지? 배우신가?? 뭐 그래가지고 상영이 끝나고 따로 조은지를 검색해보기도 했었다. 그랬더니 출연작이 쭉- 나왔던 것. 아, 배우시구나... 근데 본 게 없네... 이랬던 것.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영화 카센타 에 이르러서야 조은지 배우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게 됐으니, 어찌보면 되게 죄송한 일. (운이 없어서 출연작들을 못봤던 것일 뿐이에요 ㅠ) 그리고 계속 기억을 하고 있다가, 컨버세이션 시나리오를 쓰면서 다시 떠올렸다. 나의 소중한 가상캐스팅!
근데 조은지 배우의 경우 기획사도 빠방했고 직접 연락 닿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어찌어찌해서 직접 연락처를 구하거나 하진 못했고, 시나리오만 메일로 전송할 수가 있었는데... 좀 시간이 지난 후 연락이 왔다. 조은지 배우의 매니저로부터의 연락. 관심이 가는데 프로덕션 진행상황, 예산, 스케줄 등을 확인하는데... 사실 그때까지 그다지 정해진 게 없었는데도 이걸 어떻게든 잡아야한다,는 생각에 통화하면서 계획을 구체화시켜 대답을 했었다. 주요 촬영일정은 겨울부터 봄까지 정도 될 것 같고, 예산은 한 2천? 3천? 뭐 그 정도인 것 같고, 스텝은 한 10명 내외(사실은 3명이면서) 구요... 주저리주저리... 근데, 뭔가 예상보다도 더 작은 영화여서 그런지 매니저의 반응이 좀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다른 배우들 캐스팅이 다 안정해졌다고 한 부분에서 좀 의아해했던 것 같다. 전화를 끊고 바로 절망. 스텝도 10명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는데!
그리고 한참 연락이 오지를 않아서 사실, 대책은 없이 다른 대안이 있나? 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리저리 궁리도 해보고, 다른 배우들 누가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했으나, 도무지 조은지 배우 외의 다른 대안이라고는 떠오르지가 않았다. 이미 내 머릿속은 조은지와 박종환 커플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그런데 또 달리 어떻게 설득해낼지 계략은 떠오르지가 않고 시간만 지났다. 그리고 그 사이에 먼저 캐스팅 되었던 박종환, 곽민규 배우의 1씬은 촬영을 하기까지 한 후... 매니저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준비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묻기에 아, 그 사이에 촬영을 하기도 했다. 뭐 이런저런 보고를 했다. 그런데 기뻤던 게, 아- 그 첫 전화때 내가 나가리 된 건 아니었구나, 그래도 염두에 두고 계신 거구나. 하는 희망! 그 후, 일단 조은지 배우 외의 다른 캐스팅을 모두 다 확정시켜버려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면 일반적인 프리 프로덕션의 준비상황은 갖춘 것이니깐.
곽진무. 김소이. 송은지 배우를 모두 다 만나뵌 이후에 드디어! 처음으로! 조은지 배우에게서 직접 연락을 받았다. 되게 조심스럽게 내가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겨울, 봄에 드라마 촬영일정이랑 겹쳐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 거절의 연락을 하기 위해 직접 연락했다고. 헉! 가슴이 내려앉는 줄. 이제 다른 배우들도 다 캐스팅이 완료가 되었고, 이제 저 준비 많이 했어요, 이제 일정 잡아봐요. 할 찰라였건만... 난 어떻게든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일정은 걱정말라고, 우리 영화는 연결된 회차도 거의 없고, 그냥 일정 빌 때 서로 맞춰서 한달에 한두번 모여 찍기만 하면 된다고. 막 다급하게 거절에 대한 거절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게 먹혔던지, 그래요 그러면... 하고 드디어 긍정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조은지 배우에게 들으니 일정이 엉켜서 안될 것 같다는 얘기에 내가 바로 어? 안되는데? 막 이러면서 했던 게 좀 먹혔다고 한다. 뭔가 여러 후보중에 한명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사실 맞다. 조은지 배우 외에 다른 대안이란 없었다. 이미 내 머릿속에 가상캐스팅이 확실하게 박혀있었으니깐. ㅎㅎ
송은지
송은지 배우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당시 다혜 역할을 아직 가상 캐스팅까지는 하지 않았던 때. 다혜는 어떻게 가상캐스팅을 하지? 하면서 이리저리 고민을 하던 차에 듣게 된 팟캐스트가 인연이 되었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라고 XSFM에서 하는 음악예능 팟캐스트인데, 석달에 한번 정도? 인디뮤지션을 초청한 에피소드를 마련하기도 하는 것. 거기에 송은지씨가 게스트로 나왔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송은지씨가 솔로 작업을 하고 게다가 연기를 한다는 소식을 그때 처음 듣게 되었다. 듣고 나서 바로 송은지씨가 하는 연기를 보고 싶어가지고 막 검색을 해보았는데 연극 작품이 대다수였고 공연중이 아니어서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 중 영화 타클라마칸 에 출연하신 걸 어찌어찌 알게 됐고 그걸 구해서 보았다. 급한 마음에 죄송하지만, 송은지씨 나오는 출연분을 보기 위해 소스 건너뛰기를 하기도... 영화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고 (사실,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이 아니긴 했음) 송은지씨의 연기가 너무 궁금해서. 급한 마음에 그랬다.
그렇게 연기 모습을 접하고 난 후, 시나리오 집필 완료 후에 연락을 보냈다. 인스타그램 DM으로 멘트를 잘 절돈한 후 보내봤는데 답이 생각보다 빨리 왔고 또 생각보다 빠르게 만나뵐 수 있었다. 미아 근처 쯤에서 만나뵈었던 것 같은데 이때는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도 이것저것 했고 그랬다. 나름 거듭된 미팅으로 말이 정돈되어서 나왔던 것 같은데, 뭐랄까... 바로 신뢰를 준 것 같진 않았다. 아, 그리고 그때 어찌어찌 급하게 만나뵙느라 송은지씨가 시나리오를 끝까지 다 읽어보진 못했고 다혜가 출연하는 5씬까지만 읽어봤다고 하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를 되게 어리게 봐서(동안이라서?) 되게 심플한 워크숍 작품을 준비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 미팅 때 바로 OK의 대답을 듣진 못해서 뭐랄까 좀 불안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근데 그 이후로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았다. 시나리오의 내용에 관련한 부분이랄지, 캐릭터에 관한 부분이랄지. 나는 음? 그러면 다혜 역으로 하시기로 마음을 굳히신 걸까? 그래서 여쭤보니,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라고 내게 되물어보시기도... 아, 네. 그럼뇨!
김소이
김소이 배우는 예전에 조류인간을 본 적이 있었지만 잘 기억해내지는 못했고, 1학년 재학중에 개봉했던 선배 학번의 졸업영화 폭력의 씨앗 때 연기모습을 보고 각인하게 됐다. 그때 동기들이 김소이 배우가 원래 가수 출신이었다고 알려주기도.
내 기억에 송은지 배우를 연락한 직후 자신감이 붙어 김소이 배우에게도 바로 인스타그램 DM을 보냈었다. 인스타에 파란딱지도 붙은 셀럽이셔서 DM을 확인하시려나? 걱정 가득하면서 보냈었는데 긴 시간이 지나지 않고 답이 빨리 와서 시나리오를 바로 건네고 만남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부암동에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던 카페에서 만나뵜었다.
만나뵜었던 그때 찍은사진이 남아있다!
김소이 배우는 뭐랄까 되게 대화가 편안했다. 나도 미팅을 거듭하면서 좀 단련되기도 했고, 김소이 배우도 게산하고 가리는 것 없이 대화에 임해준다는 느낌?! 이제까지 상대방이 나를 믿어줄까? 설득해내려면 내가 어떤 말을 해야지?? 하고 노심초사였건만, 그런 대화를 하고 또 바로 나와 시나리오를 믿고 YES를 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곽진무
주연진 중 마지막 퍼즐. 대명 역은 사실 시나리오를 다 쓸 때까지 가상캐스팅이 없던 상황이었다. 쓰면서 언뜻언뜻 곽진무 배우가 떠오르긴 했지만, 아.. 대명 역을 제안드리기엔 대명의 출연분량이 조금 적어가지고 그냥 거절당할 것만 같았다.
왜냐면 작은빛 의 그 곽진무 배우니깐. 작은빛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가서 작품을 본 이후에도 관련 정보를 좀 찾아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연출자와 곽진무 배우가 시나리오 단계부터 함께 작업을 해갔고, 촬영에 있어서 열연... 곽진무 배우의 필모그라피를 찾아보니 필모그라피가 또 그렇게 많지만은 않아서. 아, 곽진무 배우는 작품을 고를 때 정말 심사숙고 하는 타입이겠구나, 하는 편견같은 것이 남아있던 것.
그런데 다른 배우들 캐스팅을 완료한 상태에서 대명만 공백이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대명은 촬영씬은 겨울보다 봄에 어울리기 때문에 촬영일정이 한참 남아있었지만, 일단 마음이 초조했다. 아, 일정이 좀 남아있긴 하지만 거절을 당하더라도... 욕심을 내봐야겠어. 하고 연락해봤다.
만나뵜던 건 늦가을 쯤이었던 것 같다. 한성대입구 조음해서 만났는데 뭐랄까, 어떤 면에서 좀 까다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만나뵈니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시나리오에 애착이 갖고 계셔가지고 이런저런 시나리오에 관련한 얘기, 어떻게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가에 관한 얘기 그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만나뵜던 배우 중에 첫만남때 가장 긴 얘기를 나눴던 분이기도 했다.
결과는? OK! 곽진무 배우에겐 제일 미안했던게 촬영일정보다 너무 일찌감치 만나뵌지라, 늦가을에 만나뵈었는데 겨울을 다 보내고 봄이 되어서야 일정을 잡아 진행했던 것. 그 긴 기다림(어쩌면 안기다리셨을지도...)의 시간을 건너 대명 역에 분해주셔서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