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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닠끼 Nicky Jan 31. 2023

매 순간 처음 사는 삶인데,
응애~하면 어때?

30대 중반, 매 순간 처음 사는 삶에 대한 기록의 시작

30대 중반. 일반 회사에선 보통 과장급, 지난 3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머물렀던 스타트업 씬에서는 리더나 시니어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 나이. 회사 후배나 주변 동생들이 무엇이든 물어봐도 대부분은 다 알 것 같은 나이. 어렸을 적 부모님께 혼나며 배우던 때를 훨씬 지나, 이제는 반대로 부모님에게 알려드릴 게 훨씬 더 많아지는 나이. 또 어떻게 묘사해 볼 수 있을까. 30대 중반에게 지워지는 '앎'의 무게를. 


그 옛날 공자는 30세를 '이립(而立)'이라고 일컬었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이 나이대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한 공자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다. 요즘 시대에 적용해 좋~게 표현해 보자면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주변 도움 없이 스스로 설 수 있는 나이' 정도로 말할 수 있으려나. 개인적으로 이 말의 속뜻은 사실 '꼰대력이 자라기 시작하는 나이'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본격화되는 나이, 주변에서 이러한 '앎'에 대한 요구가 당연해지는 나이이니. 


최근 지인과 "우리끼리는 평생 응애~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30대 중반의 우리도 처음 마주하는 낯선 것들이 많지만, 이 나이와 함께 커진 짐덩어리 때문인지, 모르면 모른다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편하게 말하기 힘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생아처럼 아무 데서나 울 수는 없으니 우리끼리라도 응애~하자는 대화. '응애~하다'라는 표현으로 우리는 참 많은 말을 함축했다. 


Image by YuliiaKa on Freepik


사실 공자도 30대에 모든 걸 알게 되었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가 언급한 나이별 인생 지표(논어 위정편)를 보면 인생이란 계속되는 앎의 여정인 것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깨달음을 하나씩 얻게 되고, 삶의 대부분의 이치를 안다고 생각할 때쯤 우리는 세상을 떠난다는 것. 


30대 중반이지만, 매 순간 처음 사는 인생이다. 매년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 응애~해도 괜찮지 않을까? 단, 신생아 울음소리 보다는 조금은 덜 시끄러운 방식으로. 




그래서 시작해 본다. 30대 중반의 응애~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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