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Jul 25. 2023

혼자 떠난 17000km 미횡단#22 세쿼이아 국립공원

캠핑장과 여행 정보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킹즈캐년 국립공원은 아래 위쪽으로 인접해 있는데 한 공원처럼 운영되고 있다. 두 개의 공원5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Foothills, Mineral King, Giant Forest & Lodgepole 등의 세 구역은 남쪽의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위치하고 Grant Grove와 Cedar Grove 구역은 북쪽 킹즈캐년 국립공원에 위치한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에는 7개의 캠핑장이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캠핑장은 lodgepole과 dorst creek 캠핑장으로 둘 다 200 개가 넘는 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Lodge pole은 4월 말에서 11월 말까지, dorst creek은 6월 중순에서 9월 초까지 개방된다. 요금은 2023년 현재 $28이고 사이트에 전기와 수도는 없다.  캠핑장 개방 상태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항상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를 해야 한다. 2023년 7월 현재, 캠핑장 7개 중 5개는 지난겨울에 있었던 폭풍 피해로  인해 폐쇄되어 있고 potwisha와 lodge pole 만 개방되어 있다. potwisha 캠핑장은 42개의 사이트가 있고 요금은 $28이며 사이트에 전기와 수도는 없다.  


처음 이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Sequoia 국립공원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딸의 졸업식 때문에 여행 기간 축소가 불가피해서 일정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파리아 비치의 일정을 3일에서 2일로 줄였기 때문에 하루의 시간을 얻게 되어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집을 떠나기 전에 세쿼이아 캠핑장을 체크했을 때는 예약할 수가 없었는데 파리아 비치에서 예약 사이트를 체크했더니 딱 한 사이트가 남아있었다. 


아 비치에서 세쿼이아 국립공원으로  가는 도중에 수많은 오렌지 농장을 지났다.  오렌지 나무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눈 닿는 끝까지 좌우에 노란 오렌지 나무만 보인다. 한 나무에 오렌지가 수백 개는 달려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았다. 한 오렌지 나무에서 평균 250-300개가 열리는데 경험이 많은 농부들은 무려 400-600개를 수확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만 해마다 5천만 박스의 오렌지가 생산되는데,  생산량의 90%는 미국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주로 캐나다, 한국, 일본 등으로   수출한다.  한참을 가다 보니 이번엔 석유 유전 채굴기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 광경을 보니 영화 '자이언트'가 생각났다.


다소 지루한 구간을 지나고, 세쿼이아 국립공원 관광 안내소가 가까워지자 Kaweah 호수의 아름다운 전경이 왼쪽으로 펼쳐진다. 이곳에 horse creek과 slick rock 레크리에이션 에어리어가 있다. 공원 진입로가 매우 좁았는데 여름 성수기 때는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관광 안내소에 도착하니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그 크기가 작았다.  안내소에서 메인 도로인 Generals highway를 타고 조금 올라가니 왼쪽으로 potwisha 캠핑장 사인이 나온다. 예약한 사이트에 도착하니 사이트 상태가 좋지 않다. 하지만 겨우 하루 지내니 큰 문제는 아니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메인 도로는 generals highway인데 이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여러 전망 포인트들이 나온다.  대관령 도로가 아흔아홉 구비 돌아간다 했는데 이 도로도 심하게 굽어져 있다. 속도 제한은 25마일인데 한 시간가량 운전하니 머리가 어질 해졌다.  이런 길을  1시간 더 운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킹즈 캐년 국립공원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Generals highway, winding mountain road.

유명한 tunnel log와 여러 전망대들을 통과하며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 숲을 지나가니 마치 동화 속나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안개가 끼면 호빗이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 분위기가 난다.  중간중간 피크닉 에어리어가 있어 쉬어가기에도 편리하다. 이윽고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로 유명한 General sherman tree 주차장에 도착했다. 역시나 이 공원에서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General sherman tree는 주차장에서 0.5마일 정도 거리에 있는데 60여 미터의 고도를 내려가야 하니 올 때는 오르막길이다. 애완견은 입장할 수 없다. 이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는 높이가 83미터, 하단부 직경이 11 미터, 무게가 무려 1385 톤, 그리고 나이는 약 2200살로 추정한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나무가 아니라 부피가 가장 큰 나무인데 약 1477 세제곱미터라고 한다. 한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작게 느껴졌다.  General sherman tree를 보기 전에  큰 나무들을 많이 봐서 이미 큰 나무들의 사이즈에 익숙해진 탓인지, 이미 봤던 나무들보다 좀 더 크다고 해도 감탄이 되거나 놀랍지는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나무 역시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Redwood 국립공원에 있는 Hyperion이라는 나무다(redwood species).  Hyperion의 키는 무려 116미터로 general sherman tree보다 훨씬 크지만, 부피는 훨씬 작은 530 세제곱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나이는 700-800살로 추정된다.  흔히 사람들은 'redwood'와 'sequoia' 나무를 같은 나무라고 생각한다. 나도 헷갈렸었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나무는 분류 체계에서 종(species)은 다르고 속(genus)은 같다. 속은 두 나무 다 세쿼이아 속이고 종은 각각 redwood species와 sequoia species다. Redwood는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쪽의 매우 습하고 안개가 많은 지형에서 자란다.  대기 중에 충분한 습기가 존재하면 토양 속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아주므로, 100미터가 넘는 높은 나무 끝까지 물이 전달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sequoia 나무는  건조기가 주기 적으로 나타나는 지형에서 자라고, redwood 보다 높은 고도(5000-7000 feet)에서 자란다고 한다.   General sherman tree를 둘러본 후 근처에 있는 congress trail을 한 시간가량 걷다가  Big trees trail로 향했다. Big trees trail은  General sherman tree에서 남쪽으로 2 마일 가량 떨어져 있는데 Round Meadow를 둘러싸고 있다.  0.7마일의 원형(loop) 트레일로 길이 포장이 되어있어 걷기가 편하다.

Gneral sherman tree
big trees trail

Big trees trail 트레킹을 마친 후 Giant forest museum을 방문하기 위해  Alta 트레일로 갔다. Alta 트레일은 뮤지엄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도착하니 불행히도 뮤지엄이 닫혀있어서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Alta trail

Generals highway에서 다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crescent meadow road에서 좌회전을 하면 유명한 Auto log tree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 큰 나무는(길이 75, 직경 6.5미터) 1917년에 cresent meadow road 옆으로 쓰러졌는데 2 년 뒤, 공원 운영진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나무 근처에 도로를 연결해 나무 위를 차들이 운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이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나무 위를 운전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패하고  차들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나무가 부서지게 되었다. 현재는 관광객들이 나무 위를 걷는 것만 허락하고 있다.


Auto log tree를 뒤로 하고 0.6 마일 거리에 있는 Hanging rock trail head로 갔다.  이곳에 주차를 한 후 Soldiers trail을 통해 Moro rock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다. 차를 타면 1 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soldiers trail 중간에 있는 Roosebelt tree를 볼 겸 걸어갔다. 여기저기 불에 탄 나무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내가 방문했던 2022년 한 해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7000여 건의(10 에이커 이상의 산불만 포함) 산불이 발생했고 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인데 2021년 한 해에만 연방 정부는 무려 44억 달러(약 5.5조 원)를 산불 진화에 사용했다고 한다.


아래에 있는 Roosebelt tree는  정말 잘 생긴 나무다! 길이는 80미터가 채 되지 않고 직경도 7미터가 되지 않아 크기로 유명한 나무는 아니다. 그러나 여러 큰 나무들 사이에서 그 아름다움으로 돋보인다. 이 나무는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위풍당당하고 고고하게 서있다.  이 나무 이름을 지은 공원 직원도 이 나무가 세쿼이아 나무의 'perfect specimen'(그만큼 나무 모양이 아름답다는 말이다)이기 때문에 이 나무에게 대통령의 이름을 주었다고 한다.

Roosebelt tree

Roosebelt tree를 지나 Soldiers trail 끝에 이르면 Moro rock 전망대의 주차장이 아래로 보인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350개의 돌계단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오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전망대와 전망대 가는 길의 경치가 세쿼이아 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계단을 올라가며 왼쪽을 보면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San joaquin 계곡의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진다.

Moro rock trail
Moro rock에서 내려다본 San joaquin 계곡


Moro rock trail
Moro rock trail
Moro rock trail
Moro rock trail
Moro rock trail 정상

저녁이 되고 다시 Potwisha 캠핑장으로 돌아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에는 수백 마리의 black bear가 있는데 종종 곰들이 음식을 찾아 차문을 부수거나 차 안을 들여다본다고 했었다. 곰이 차문을 열 수 있다는 걸 아는가? (곰은 북미에서 가장 영리한 동물이라고 한다. 어떤 학자는 곰이 3살짜리 아이와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귀찮아도  비를 맞으며 아이스박스와 식료품 상자를 겹쳐 들고  bear box를 열었더니, 세상에 누가 쓰레기를  box 안에 잔뜩 넣어 놓고 갔다. 몰상식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 버리는 곳이 약간 멀다고 (4-50미터 위치에 있었다) 거기까지 가기가 귀찮아서 그랬나 보다. 분명히 뒷사람이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공간에 음식을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조그만 편의를 위해 양심을 쓰레기 통에 버리는 일을 하다니... 이런 경우는 드물게 경험한다. 미국 사람들의 캠핑장 매너는 대체로 훌륭하다. 할 수 없이  박스들을  차로 다시 가져왔다. 운 좋게 캠핑장을 마지막 순간에 예약할 수 있어서 아름다운 Moro rock의 장관을 즐겼으니 이 부정적인 이벤트는 잊는 걸로 하겠다.


조금 지나자 비가 멈춰서 캠핑장을 한 바퀴 돌았다. 맞은편에 대학생인 듯한 젊은 여성 2명이 있었는데 둘 다 의자에 앉아 말없이 각자 책을 보고 있다. 종이 책 보는 사람 오랜만이다... 얼마 전 서울 갔을 때 지하철에서 종이 책을 읽는 사람을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얼마나 신선한지. 옛날에는 도서관에 가서 한꺼번에 열 권씩 책을 빌려오곤 했었는데. 이젠 도서관 갈 일이 없다. 책 빌리러 도서관을 안 간 지가 10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내일은 요세미티로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떠난 17000km 미횡단 #21 파리아비치,C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