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17000km Cross America Road Trip#32
코로나 판데믹 시기에 약 2달 동안 미 동부에서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약 17000 킬로미터를 횡단하며 20개의 국립공원을 여행했다. 여행한 순서대로 국립공원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콜로라도 주
Black Canyon National Park, 콜로라도 주
Arches National Park, 유타 주
Canyonlands national park 유타 주
Capitol Reef National Park 유타 주
Bryce Narional Park 유타 주
Zion Narional Park 유타 주
Petrified Narional Park 유타 주
Grand Caynon National Park 애리조나 주
Death Valley National Park 네바다 주
Sequoia National Park 캘리포니아 주
Yosemite National Park 캘리포니아 주
Redwood National Park 캘리포니아 주
Crater Lake National Park 오레곤 주
Mount Rainer National Park 워싱턴 주
Olympic National Park 워싱턴 주
Glacier National Park 몬태나 주
Yellowstone National Park 와이오밍 주
Grand Teton National Park 와이오밍 주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콜로라도 주
2023년 현재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63개이다. 이 많은 국립공원 중, 여행 계획 당시 방문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었다. 물론 접근성(Accessibility)도 방문지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이번 여행에서, 알래스카까지 자동차 여행으로 갈 순 없으니 아무리 아름다워도 알래스카에 있는 국립공원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마다 기호나 취향이 틀리므로 온라인에서 다양한 자료들을 섭렵하고, 그중 공통의 의견을 도출하여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선택했다. 또한 선택된 국립공원들과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중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경유지로 몇몇 국립공원을 첨가하기도 했다.
여행 도중 또는 여행 후에 어떤 국립공원이 가장 좋았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Top 5 국립공원들 사이에 순위를 구분하는 것은 다소 작위적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질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Top 5를 선택해 보려고 한다. 순위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야외 레크리에이션 활동 시설의 여부와 다양성이 선호도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는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를 선택하는 과정에도, 또 여행을 마친 후 Top 5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기준은 오로지 일관되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이었다.
아름다움의 평가도 결국 주관적인 취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아름다움에 관한 한 보편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미에 대한 나의 취향은 전혀 독특하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Top 5 감동의 순간을 나열하는 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순수하게 나의 주관적인 경험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방문한 국립공원은, 이번 로드 트립 이전 여행을 포함하여 총 24개인데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의 소위 인기 있고 유명한 공원은 다 방문한 것 같다. 나머지 국립공원은 가보고 싶은 열망이 별로 없다. 단지 '아름답구나!'가 아니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벅찬 감동을 주는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진 국립공원이 내가 선택한 Top 5 국립공원의 기준이다. 이들 5개의 국립공원들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내가 받은 감동이나 충격의 정도에 따라 구태여 순위를 매긴다면, 1위와 2위는 구분이 가능한데 3위에서 5위는 여전히 구분을 할 수가 없다.
3위에서 5위는 동률로 마운트 레이니어, 올림픽, 그리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2위는 글레이셔, 1위는 그랜드 티턴이다. 5곳 모두 여름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눈 때문에 가지 못했던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트레일들을 여름에 방문해서 다 트레킹 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 순위는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 온라인 자료를 통해 예견했던 순위와 아주 흡사하다. 그러므로 내가 아름다움에 대해 보편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다섯 개의 국립공원은 다시 방문한다면 적어도 한 곳에 2-4주씩 머무르며 천천히 곳곳을 누비고 싶은 곳이다. 겨울의 모습을 보았으니 여름 녹음이 무성할 때, 또 가을에 단풍이 들었을 때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Top 5에 아쉽게 빠진 곳이 있다면 록키 마운틴과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이다. 6위와 7위에 해당되지 않을까. 록키 마운틴의 경우 불행히도 너무도 뛰어난 국립공원들을 이미 여행한 후 마지막으로 방문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동이 적었던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가까워서 들렸는데 예상외로 좋았던 곳은 캐년 랜드 국립공원과 캐피톨리프 국립공원이다.
이 여행의 Top 5 감동적인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상황적인 요소가 장소 자체의 아름다움만큼 중요한 영향을 미친 순간들이다. 그 상황 그 장소에 마침 운 좋게도 내가 있어 감동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장소를 다시 방문한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적인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이 전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극찬을 한 곳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가 보니 본인은 별로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이런 상황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Top 5 감동적인 순간 중, Top1는 가슴이 먹먹했고 몽환적이기까지 했던 그랜드 티턴의 눈 내리는 Jackson lake였다. 온 세상이 얼음과 눈으로 뒤 덮이고 대기의 공간마저도 빽빽한 하얀 눈송이로 덮여 온 천지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꽉 차있는 충만한 풍경, 모든 생각이 정지되고 그저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순간은 마운트 레이니어의 동화 속 나라, 겨울 왕국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던, 눈 내리는 파라다이스 로드를 지날 때였다. 세 번째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마치 환상과도 같았던 Mirror Lake의 풍경이었다. 사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신비한 풍경, 빛과 눈과 안개의 향연으로 꿈을 꾼 것 같은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지나자 잠시 뭔가에 홀렸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네 번 째는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맥도널드 호수를 마주친 순간이다. 충격적인 풍경의 '습격'을 받았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비 현실적인 호수의 풍경이 주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에 나 혼자 도착을 했었다. 어떤 기대도 예상도 하지 않은 무방비한, 마음이 비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쿵'하고 그림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이 나타난 것이다. 거의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오로지 그 풍경이 주는 시각적인 자극만이 내 뇌를 100% 점령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Top 5 순간은 요세미티를 떠나던 아침에, 빛의 향연 속에 드러난 요세미티 밸리의 전경이다. 숭엄하기까지 한 강력한 빛의 파워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Mirror Lake가 빛과 안개와 눈의, 각기 강력하지만 서로 조화로운 협연이었다면 그 아침의 요세미티 밸리 전망은 압도적인 빛의 단독 공연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순간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너무 매정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나하나가 강력하고 감동적이고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이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공통적으로 가졌던 감정은 감사함이었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행운이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했다. 여행이 끝난 지금도 그 순간을 떠 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은 우리를 추억 부자로 만들어 준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꺼내보면 여전히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값진 asset이다. 그런 asset을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