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무리아파트 주민들
해와달 어린이집을 함께 보내다
우리는 불무리아파트 주민들이었다
불무리는 내 나이를 훌쩍 넘은 아주 오래되고, 낡고, 쓰러지기 직전의 아파트
가나다라마바 6동의 작은 아파트
우리는 불무리아파트 라동 1명, 마동 4명, 바동에 1명이 살고 있는 주민들이었다
어느 날 불무리아파트 안에 해와달 어린이집이 생겨났다
우리는 아이들을 해와달 어린이집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웠다
어린이집 하원 후에는 텃밭 옆 공터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동안 어른들은 이야기 꽃을 피웠고, 음식도 함께 나누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2~3여 년이 흐른 뒤,
우리는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몇 년에 한 번씩 만남을 가지며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묻고, 아이들이 쑥쑥 커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았다
가장 뜨거웠던 8월 여름날
우리는 4년 만에 6명이 완전체가 되어 부산에서 만남을 가졌다
아이들을 모두 집에 두고, 어른들만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는 보자마자 반가움에 미소 한가득 품은 얼굴을 마주했다
1박 2일 동안 부산역과 해운대 곳곳을 누비며, 여름 한낮의 뙤약볕에 맞서며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을 불태웠다
물론 빗물처럼 흐르는 땀방울은 덤이었다
나는 그녀들의 가장 빛나는 여름을 기억하기 위해 새로 산 핸드폰을 들고 사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4년 전과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어여쁜 그녀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젊은이들처럼 스티커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고
해변열차를 타고
부산 바다의 아름다움도 만끽했다
맛있는 먹거리 도장 깨기도 하며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자정이 넘도록 우리는 이야기 꽃을 피웠고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추억을 쌓았다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우리
서로의 힘듦과 아픔을 이야기하며
눈물도 한 바가지씩 쏟아내니
뭔가 개운해졌다
서로의 이야기를 오해 없이 편견 없이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우리들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
우리는 멈춤 없이 듣고 이야기하기를 반복하며 서로에게 집중했다
배웅을 마친 부산역의 플랫폼에 서서
떠나가는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며
그녀들의 안녕을 빌며
나는 하염없이 기찻길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