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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푼 Oct 14. 2024

나의 장례식 1

장례식은 오롯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는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다.

결혼식도 양가 어른들의 의견에 맞추어 결혼식을 진행했다.


언젠가 문득 든 생각.

나의 장례식은 오롯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

남편과 산책을 하며

종종 나의 장례식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말의 말미에 남편이 늘 하는 말

"네가 나보다 더 오래 살 것 같아!"


그래도 가는 길에는 순서가 없기에

혹여나 내가 먼저 죽으면 나의 장례식을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간단하게 요약을 해본다


1. 나는 장기 기증을 원한다.

   이미 장기 기증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고, 나의 모든 부위를 연구해도 좋다고 했다.


2. 화장을 해서 남편 옆에 묻어 주기를.

    장기 기증을 마친 나의 시신은 바로 화장을 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도 남편이 제일 좋다. 아마 죽어서도 마찬가지일 테니 남편 곁에 있기를.


3. 내가 초대한 사람만 나의 장례식에 오기를.

    나의 죽음에 대해 가족들이 충분한 애도를 한 후에 장례식을 하고 싶다.

    그때는 나의 시골집(훗날)에서 내가 초대한 사람만 나를 기려주기를.


4. 오시는 분들은 '내 인생의 최고의 책'과 '한스푼에게 쓰는 이별 편지'를 가지고 온다.

   초대되는 인원수에 맞게 책을 가지고 와서 오시는 분들 모두 서로의 책을 나눌 수 있기를.

   나의 사진을 보며 나에게 이별 편지를 읽어주기를.


5. 숲길을 걸으며 나를 생각해 주기를.

   시골집 근처 내가 자주 걷던 숲길을 걸으며 나를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천 개의 바람'을 부르며, 내가 그들의 곁에 함께 있음을 알아주기를.


6. 장례식 음식은 생전에 내가 좋아하고 즐겨 먹던 음식으로 대접한다.

   1박 2일로 진행을 한다.

   오는 날 저녁은 막걸리와 두부김치, 도토리묵무침, 파전을 먹는다.

   다음날 아침은 드립커피와 요거트, 샌드위치, 샐러드를 먹는다.

   점심은 청국장과 각종 나물, 현미잡곡밥, 한식의 끝판왕으로 거하게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떠나고 난 후

남은 이들이 나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와 생전의 추억을

나의 장례식에서 실컷 떠들고 즐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장례식이 끝이 나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그들의 삶에 정성을 다하여 살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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