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종종
친구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매번 상상의 거짓말을 한다
현재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주로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참고로 나는 20살 때까지 모솔이었다)
10분간 상상을 한다
한 명씩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거짓말을
나의 이야기는
상상의 거짓말로 시작되었다
상상의 거짓말이
발전하여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엔
뻥치기 소녀가 되었다
친구들이 나의 뻥에 속아 넘어가면
그게 어찌나 재미나던지
장난기가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청년의 나는
불도저 같은 모험과
꿈속을 거닐었던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자유로움을 좋아하는
나는
지금까지도 그 시절의 향기 속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결혼 후의 나는
자유로움과는 꽤나 먼 생활을 했다
직업상
어쩔 수 없다는
남편의 이유 있는 변명에
나는 늘 백기를 든다
어쩔 수 없이
나도 하기 싫은 일들을 해야만 한다
갇힌 곳에서
막막함을 느끼며
고립되어 있기를 십여 년
나의 이야기는
일기장에 온통 그의 험담이다
도대체 왜?
왜 어쩔 수 없다는 거지?
온통 물음표뿐이다
지금의 나는
뻥을 조금 많이 더해서 이야기하자면
곧
열반에 들 예정이다
내려놓음의 미학
그래
어쩔 수 없을 수 있지
그래
괜찮아
아무렴 어때
그럴 수도 있어
이 정도면
해탈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해탈 언저리에서 기웃기웃 대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