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웹툰은 웹툰 에이전시이자, 데이터에 기반해 웹툰 제작업을 혁신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도 합니다.
만화 제작이라는 전통적인 산업과 데이터 기반 방법론이라는 접근 방식 사이에서 오늘의웹툰 멤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고민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해서 비정기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데이터 기반 웹툰 공모전인 ⌈과제부활전⌋을 기획, 운영했던 안수현 마케터의 <오늘의웹툰 과제부활전 기획기> 입니다. 업무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사고과정을 담기 위해 이하 본문은 평어로 작성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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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웹툰 에이전시의 마케터다.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형'님의 말을 빌어 설명하자면 마케터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에 대한 예산을 사용해도 되는지를 기획과 프로세스로 만들어보는 사람'이다. 이 말을 조금 더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마케터란 '고객을 회사의 제품으로 유입시켜 매출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즉, 웹툰 에이전시에서 마케터로써 나의 일은 '웹툰 원고를 우리 회사에 투고하게 만들기'인 것이다.
⌈과제부활전⌋을 기획하기 전, 회사는 투고되는 작품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2022년 9월에 자유연재 플랫폼을 오픈했다. 그러나 주간 원고 투고 개수는 플랫폼 오픈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그 이유를 고민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도전만화' 풀의 한계
웹툰 작가를 찾고 컨택할 수 있는 주요한 창구는 네이버 도전만화다. 웹툰 업계 사람들이 눈여겨보는 중요한 컨택포인트다. 도전만화의 한계는 장르의 특성에서 온다. '웹툰'은 공급자가 적고 새로운 생산자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기존 공급자가 신작을 들고 오는 주기도 매우 긴 편이다. 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미 기존 풀의 상당수준에 도달하고 있었고, 이제 도달할 수 있는 풀을 늘리지 않고서는 더 이상 유의미하게 유입을 늘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회사에 투고되는 작품 갯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풀'을 발굴해야 했다.
새롭게 찾은 풀이 바로 '웹툰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풀이었다.
이들은
- 졸업을 위해 졸업 작품을 제작한다.
- 신입생들도 학과 내 전시회, 페어, 과제를 위해 웹툰 원고를 제작한다.
- 또한 이들은 웹툰을 전공으로 선택하기 전부터 이미 취미로 웹툰을 그렸던 사람들이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원고'를 이미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 풀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이 우리에게 원고를 가져오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웹툰학과 출신 디렉터님들께 '학생때 그린 작품들 어떻게 활용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드렸다. 포트폴리오에 쓰기도 하고 작품을 디벨롭시켜서 공모전 출품 또는 투고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답변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본인이 만든 작품(과제)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둔 작품을 투고할 수 있는 공모전'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웹툰 공모전을 주최하는 이유는 연재할 작품을 발굴하기 위함이며 연재할 작품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웹툰 공모전에는 다음의 허들이 생긴다.
- 장편 연재를 염두에 둔 시상
- 캐릭터 시트, 기획서, 시놉시스 제출
- 저작권 문제
졸업작품이나 과제는 상업성보다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최우선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따라서 여러 허들(상업성, 장편, 연재 가능 등)을 만든다면 학생들이 본인의 작품을 쉽사리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모전 허들을 완전히 제거했다. '이미 만들어둔 원고를 그대로 제출할 수 있는 웹툰 공모전'으로 공모전 컨셉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공모전 컨셉은 나왔는데 컨셉을 사람들에게 한방에 납득시킬 타이틀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웹툰 공모전을 참여해 본 디렉터님의 도움을 구했다. 주신 아이디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어는 '부활'이라는 단어였다.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이미 만든 작품이 하드 속에 묻히지 않고 빛을 보게 한다는 공모전 컨셉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단어였다. '부활'에 '과제'를 덧붙여서 만들어낸 오늘의웹툰 새로운 공모전 타이틀은 '과제부활전'이 됐다.
공모전 컨셉&타이틀 정하기란 중요한 관문을 넘기고 내가 기획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해 봤다.
공모전의 뼈대가 되는 컨셉과 타이틀을 정했으니 이제 공모전의 내용을 채워야 했다. 공모전 홍보, 평가, 접수 그리고 내부 업무 분담까지 많은 일 중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부터가 일의 시작이었다. 어떤 일부터 결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진행 시간을 기준으로 일을 그룹화했다.
결정을 내릴 때마다 ‘과제부활전’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출품규격과 일정 그리고 상금 같은 공모전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완성할 그림의 한 부분이었다. 모든 요소가 과제부활전이라는 주제 아래에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했다.
작품 출품 규격은 60컷 풀채색 스크롤 형식 원고로 정했다. 새로 더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분량이라 판단했다. 학기말 과제를 마무리하고 나면 새해가 오듯이 과제부활전 응모하고 나면 새해가 되길 바랐다. 12월 31일을 접수 마감일로 설정하고 2주간 접수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젠 공모전의 얼굴이 돼줄 포스터를 기획할 차례였다. 포스터는 단순히 정보를 명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모전의 소구 포인트를 디자인으로 표현해야 했다.
포스터의 영역을 '타이틀/웹툰/설명'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눴다. 설명 영역에서 공모전 정보를 전달하고 웹툰을 통해서 소구 포인트를 어필하고자 했다.
과제부활전의 소구 포인트로 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다른 공모전과 달리 귀찮지 않은 공모전
- 마감일 후 2주 안에 결과발표
- PD가 아닌 독자가 심사하는 공모전
- 작품 저작권을 가져가지 않음
이 중 ‘이 공모전은 귀찮지 않다’와 ‘PD의 심사가 아닌 독자가 심사하는 공모전’이라는 포인트를 웹툰에 반영하여 포스터를 완성했다.
접수 프로세스
공모전 사전 준비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작품을 어떻게 접수 받을지’였다. 보통의 공모전은 별도의 접수 페이지나 이메일을 통해 작품을 접수받는다. 과제부활전에는 다른 공모전과 동일한 프로세스를 사용하기 어려웠다. 평가 기준이 독특하기 때문이었다.
과제부활전은 PD의 의견이 아닌 웹툰 애널리틱스 수치로 작품을 평가한다.
웹툰 애널리틱스란?
실제 연재하는 웹툰처럼 SNS에 광고를 띄워 독자를 유입시키고 독자가 남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품을 평가하는 오늘의웹툰만의 기술
작품을 평가하기 위해선 SNS 광고에 사용할 이미지를 뜻하는 ‘홍보컷’이 필요하다. 이 홍보컷은 19세 미만의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독자들이 보고 유입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한 장짜리나 웹툰 내용을 알 수 없는 홍보컷은 독자들이 작품을 보지 않기 때문에 해당 작품은 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모전 마감 전까지는 참가자들의 홍보컷을 보고 이를 수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공모전 절차가 복잡해지게 된다.
공모전 접수 후 조건을 충족한 원고는 심사 대상으로 분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원고는 제외 대상으로 분류한 후 수정 요청 메일을 발송한다. 이때 심사 제외 대상으로 분류된 사람이 원고 수정을 했다면, 수정된 원고를 확인하고 심사 대상으로 분류해줘야 한다. 기획 초반에는 원고가 수정됐다는 DB 데이터를 확인해서 작품을 재검토하는 절차로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해당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 유저가 작품을 수정하면 공모전을 다시 신청하는 ‘재접수’ 절차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