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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 Mar 03. 2023

백수 3일 차, 위기감을 느꼈다.

회사 다닐 땐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사지 않는 것이 태반이었는데, 돈 쓰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나름 심경의 변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을 때 폰케이스를 바꾸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 퇴사한 기념으로 하나 골라봤다. 배송비가 아까우니 액정필름과 카메라필름도 추가로 결제했다.


앞으로는 종종 카페에서 작업할 것 같고, 외출 시에는 가능한 강아지와 함께 하려다 보니 평소 들고 다니던 파우치는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 노트북 수납이 가능한 가벼운 소재의 백팩 하나를 질렀다. 학생 때 이후로 처음 사본다.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보니 사료가 떨어져 가서 새로 주문했다. 필요했던 용품이랑 새로운 간식도 이것저것 담았다. 가격대가 있어서 조금 고민했던 치석제거 양치세트도 함께.


앉은자리에서 30만원 돈이 나갔다. 어제 이전에 결제했던 상품들의 리뷰를 쓰고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1만원 넘게 쏠쏠하게 모였는데, 돈 번 기분에 더 팡팡 써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안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남은 것은 곧 입금될 한 달 치 월급뿐이다. 구실 좋은 명분으로 이렇게 이것저것 사다가는 아빠에게 손 벌리게 되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건 정말 최악이다. 늦은 아점으로 계란샐러드 샌드위치를 먹으며 자금 상태가 어떤지 따져봤다.


내 마지막 월급으로는 딱 2개월을 버틸 수 있었다. 적금, 보험료, 통신비, 강아지 유지비, 렌즈 구입비 같은 고정비만 포함한 계산이다. 앞으로의 식비, 교통비, 병원비, 기타 품의유지비는 일절 포함하지 않았다. 전월 사용한 후불 금액까지 따진다면 두 달은 어림없다. 앞으로 있는 약속과 경조사는 또 어쩌지.


순간 위기감이 느껴졌다. 나 꽤나 사치스럽게 살던 인간이구나... 계산대로라면 난 한 달 안에 취업을 해야 한다. 더 놀고 싶으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알바를 하거나, 적금을 깨거나 해야 했다. 휴, 여행은 꿈도 못 꾸겠군. 현금유동성 없는 인간의 최후다. 그동안 모아진 비상금과 상품권을 좀 털어봐야겠다.


퇴사 꽃다발에 "제한되지 않은 드넓은 공간에 나아가 마음껏 꿈을 펼쳐나가길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나는 제한된 예산으로 어떻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백수일기가 되어버린 나의 브런치. 조금 우울해졌으니 내일은 대충 만들었어도 너무 맛있게 먹은 계란샐러드 샌드위치 레시피를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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