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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 Mar 04. 2023

대충 만들어야 맛있는 달걀샐러드

지난 주말 달걀 한 판을 사 왔다. 냉장고에 달걀통을 채우고 나니 애매하게 5알이 남아 빈 그릇에 담아두다 아침으로 부드럽게 익힌 반숙란을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삶아두었다. 그러곤 목요일 저녁까지 새카맣게 까먹고 있었다. 혹시나 상했다면 처리 곤란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두려운 마음으로 달걀 껍데기를 깠는데, 다행히 노른자만 변색했을 뿐 상태는 괜찮았다.


왠지 '사라다'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달걀샐러드로 만들어두면 그나마 먹기 편할 것 같아 진짜 상해버리기 전에 후루룩 뚝딱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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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달걀

- 마요네즈

- 설탕

- 소금

- 후추

- 피클

- 올리브


만드는 법

삶은 달걀은 반을 갈라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준다. 흰자는 칼로 투박하게 다져주고, 노른자는 포크로 으깨어준다. 이도 저도 다 귀찮다면 굳이 분리할 필요 없이 포크로 으깨어주면 될 것 같다.


피클과 올리브는 씹힐 때 큰 이물감이 없도록 잘게 다져준다. 없으면 안 넣어도 되지만 마요네즈 베이스이기 때문에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걸 피클과 올리브 산미가 잡아준다. 특히 올리브는 이번 달걀샐러드의 킥이었다. 그린 올리브 계열이면 모두 잘 어울릴 것 같다. 블랙 올리브는 산미가 없어 추천하지 않는다.


다져준 달걀, 피클, 올리브를 볼에 옮겨 담고 마요네즈, 설탕, 소금, 후추를 더해 버무려준다. 간이 되어있는 재료가 있어 소금은 많이 쓰지 않아도 되고,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위해 설탕 약간은 필수이다. 개인적으로 후추는 설렁탕 먹을 때 뿌리는 순후추가 아닌 갈아 쓰는 통후추를 넉넉히 넣는 것을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오이, 양파, 옥수수콘 같은 것들을 부재료로 더하기도 하는데 달걀샐러드나 감자샐러드에서 나는 그 묘한 '냉장고향'이 싫어서 다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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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만 미리 준비되어 있다면 5분 만에도 금방 만들 수 있다. 대충 만들어야 맛있다는 게 역설적이다. 정성 들여 달걀을 곱게 다지면 식감이 살지 않는다. 덜 다졌나 싶게 대충 다져줘야 씹는 맛이 있다. 마요네즈를 버무려 줄 때도 설렁설렁 힘을 빼고 섞어줘야 달걀이 뭉개지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달걀샐러드는 모닝빵, 식빵, 사워도우... 적당히 폭신한 어떤 빵에도 잘 어울린다. 오픈 샌드위치로 만들 땐 소복이 쌓아 올리브유 살짝 뿌려주고, 통후추를 살짝 갈아 마무리해 주면 밖에서 먹는 브런치 부럽지 않다. 당근 라페를 올려주어도 썩 잘 어울릴 것 같다. 좀 만들어 두어야 하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주말 딱 좋은 메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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