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도한 계획적인 일상은 머나먼 이야기가 되었다. 사실 현실 가능한 목표는 아니었다. 의지 목표에 가까웠다. 출근이라는 루틴 하나가 빠졌다고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새벽 3~4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오후 12시~1시가 되어야 일어난다.
수면시간 총량은 8시간 정도로 평소와 다르지 않지만, 해를 보는 시간이 짧다 보니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게을러도 돼. 아니야, 게을러지면 안 돼. 이제 일주일이야. 더 쉬어도 돼. 아니야, 지금부터 슬슬 뭔가를 해야지. 두 자아가 하루 종일 싸운다. 물론 매일 '아무것도 하지 말자' 자아가 이긴다.
내가 게을러졌다고 느끼는 건 아침형 인간이 부지런하다는 한국사회 통념 때문이리라. 하지만 내가 천성적으로 올빼미형 인간이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 있는 와식의 달인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일찍부터 피곤한 법이다!
나는 오후 6시가 되어서야 활동성을 띠는데, 다른 사람들은 하루를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라 왠지 기운이 빠진다. 이런 사소한 것으로 묘한 우울감에 빠지고 싶지 않아 며칠 되지 않았지만 요즘 저녁을 먹고 나면 집 근처 커피빈으로 출석도장을 찍으러 오고 있다. 집에 있기 싫을 때 도피처로 딱 2~3시간 시간 때우기 좋다. 이 동네는 웬만한 카페는 저녁 8시면 모두 닫아 선택지가 많이 없는 게 아쉽긴 하다.
저녁 시간에 오면 나와 같이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무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다들 참 열심히 산다 싶다.
아침형 루틴을 회복하기 위해 오전 알바를 찾아볼까 한다. 소일거리가 될 뿐 아니라, 단조로운 하루에 좀 더 활동적인 일상이 추가될 것이다. 아점이 아침, 점심으로 바뀌고, 밤마실뿐이던 외출은 점심 산책도 하게도되겠지. 갑자기 자금란에 빠져버린(?) 통장에 용돈도 불어넣어 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