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진하게 탄 아이스커피 한 잔과 함께.
내 브런치는 3월 초에 멈춰있는데, 내가 접속하지 않는 동안에도 잘 있었던 것 같다. 주인이 쉬는 동안 메인에도 노출이 되고, 돌아오라는 알람도 보내고, 이름도 바뀌고 바지런했다.
반면 나는 더없이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멘탈이 나갔다는 핑계로 말 그대로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3월이 끝났다. '그 일'로 인해서.
날 이렇게 만든 '그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햇수로 6년을 '그 일'로 고통받아왔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내 멘탈은 단단해지기는커녕,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었다. 그 모든 시간 동안 타인의 이기심과 과욕으로 인한 화살을 내가 고스란히 받아냈다. 내가 너무 애처롭고 불쌍하다.
이렇듯 나는 지금 자기 연민으로 똘똘 뭉쳐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세상만사에 권태로움을 느낀다. 미리 잡혀있던 약속을 제외하곤 외부의 연락을 모두 차단했고, 인스타그램 스토리 박음질이 취미이던 나는 내 일상 공유를 중단했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남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건 질투가 났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건 더없이 꼴 보기 싫었다고 표현하는 게 솔직할지도 모른다.
8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온 귀한 휴식기에 자기 계발은 하지도 못하고, 타인을 죽도록 미워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허무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내다 버릴 순 없다. 정신 차리자. 이번 일을 기록해두고 두고두고 기억할 거다. 다시는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해야지." 짤이 떠오른다.
4월 1일. 실없는 거짓말이 난무하는 오늘. 만우절 거짓말처럼 그동안 속 썩이던 모든 일들이 거짓말이었다고 사라지면 좋겠다.
Special thanks to 나 힘들다 말한 적 없지만, 먼저 안부 물어준 4명의 지인들. 현생을 회피하느라 제때 답장하지 못해서 뜻하지 않게 고요 속의 외침이 되게 만들어서 미안한 마음이다. 각자의 삶에서 서로에게 소홀해지는 날도 오더라도 이 4명은 늘 마음으로 고마워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