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동 외전
3일 동안, 경찰서에서 연계하는 범법 청소년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그들과 함께했던 72시간의 기록이다.
때는 3월이었던가.
3월의 나는 사전답사로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낸다.
전주의 한 중학교 사전답사를 방문하기 전,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혼자 경치와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 4월을 부르는 따스한 날씨.
이어폰 너머 들려오는 좋아하는 음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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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지 말 것.
좋아하는 음악은 곧 전화 벨소리로 바뀌었다.
경기도 소재의 한 청소년기관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어디 어디~ 누구누구~...'
경찰서에서 연계하는 범법청소년, 3일간의 교육을 의뢰받았다.
잠깐 고민했으나, 나는 곧 수업을 준비했다.
위기 청소년과 범법 청소년들을 충분히 만나왔기 때문이었다.
범법청소년에 대한 일반의 시선을 잘 알고 있다.
항상 뜨거운 감자가 되는 '소년법'
그리고 갈수록 대담해지고 정도가 심해지는 '소년범죄'
지역사회의 위기청소년, 종종 범법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그들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나 또한 머리가 복잡한 사안이다.
무조건적인 옹호도 무조건적인 비판도 할 수 없다.
'현상은 분명하지만 원인이 복합적이고 불투명해서 더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3일 동안 어떤 수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매일 아침과 밤 나에게 두통을 전했다.
'그들이 범법자라는 변하지 않는 사실'
'아직 미숙할지 모르는 나이, 또는 표면으로 알 수 없을 그들만의 사정'
'그들이 선택한 적 없는 그들이 경험했을지 모를 또 다른 고통'
'범법청소년들에 대한 일반의 시선'
이것저것이 얽히고설켜 나의 고민의 능선을 타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나는 無의 상태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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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 달이 흘렀다.
범법 청소년들을 만나는 그날이 다가왔다.
사전에 받은 리스트 속 아이들은 각각의 이유를 지녔다.
상습 흡연부터 절도와 방화까지. 가지각색이다.
모두 범죄와 잘못으로 집합되지만 나름의 경중이 존재했다.
서로는 서로의 출석 이유를 모른 채 모이겠지.
그들이 공간에서 만들어낼 역학을 노련하게 다루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첫째 날을 맞이했다.
첫날.
나는 신중하게 고른 플레이리스트로 교실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의 이미지와 수업의 방향성.
그들의 특성과 첫 만남에 지참할 낯선 긴장감.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들 테고.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려 들 테지.
머리부터 발 끝, 양말까지.
나의 감수성이 닿는 모든 감각, 모든 생각덩어리를 반영한 나의 옷차림.
목소리의 크기부터 말투, 사용하는 단어까지.
나는 안 그런 척.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의 1분, 1초를 만들었다.
교사 연수와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기 시작한다.
선생님들도 꼭 맨 뒷자리에 무엇인가 숨겨져 있는 것 마냥
뒷자리부터 사수하고는 한다.
이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온 친구는 어색한 웃음으로 긴장감을 지우려 애썼다.
맨 뒷자리에 앉아 핸드폰에서 쏟아지는 정보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또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역시나 맨 뒷자리를 채웠다.
잘못으로 오게 된 이런 자리 따위 별 감흥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어 들어온 또 다른 친구는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직전까지도 경찰서에서 많이 혼이난 듯하다.
죄의식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앉아 우울에 잠겨있었다.
그렇게 범법 청소년들이 교실의 각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절반정도는 늦는다.
온 몸짓과 모든 표정으로 자신의 분노와 위력을 과시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이 필드에 오래 있다 보니 사실 이런 모습이 이제는 좀 귀엽다.
그렇다고 마냥 오구오구 해주는 스타일은 아닌 나이기에,
이 친구와는 몇 시간 기싸움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초점이 날아간 눈동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관심을 기다리는 것인지. 무관심을 바라는 것인지.
스스로 고민에 잠겨있는 모습.
다양한 모습들이 교실에 자리했다.
그렇게 그들과의 3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