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LA 여행을 생각했을 때만 하더라도 '조슈아 트리'라는 걸 알지는 못했다. 막연히 미국의 대자연, 혹은 국립공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궁금해했을 뿐이었다. 아마도 직접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는 한 투어를 통해 LA에서 갈 수 있는 미국의 국립공원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랜드 캐년을 가기에는 여행 일정이 넉넉해야 하며(최소 2박 3일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가는 투어 프로그램은 대체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사막에 가까운 지역이 국내에는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찍은 별 사진이 아주 멋져 보였기에 나는 비록 출국 직전이었음에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가기로 결심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취급하는 상품은 많다. 아침 일찍 갔다가 밤늦게(자정 이후) 돌아오는 스케줄이며, 역시 한인 타운 내의 숙소만 무료 픽업 및 드랍을 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적절하게 저렴한 투어 상품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평점 낮은 순으로 후기를 검색했을 때 치명적인 내용들이 발견되어 나름 고민을 거듭했고, 다음 링크의 상품을 이용하게 되었다: https://experiences.myrealtrip.com/products/3852447
마이리얼트립에서 검색했을 때 살베이션 마운틴을 가는 상품은 위 링크 하나뿐이었지만 사실 거기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고 사진을 굉장히 잘 찍어준다는 말에 선택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진을 잘 찍어주시는 건 분명하긴 한데 개인적인 아쉬움이 좀 남는 상품이었다. 무엇보다도 보름달이 뜨는 걸 고려하지 않고(분명히 예보가 나오는데 말이다) 투어를 그대로 진행하여 사람들이 기대하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게 제일 마음에 걸렸다. 빛 공해가 가득한 도시에서만 산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달이 밝다고 별이 안 보인다니(논리적으로 그렇기는 할 텐데)... 더불어 위 상품은 은근히 숨겨진 비용이 많으니 참고할 것.
LA 여행(특징: 여성, 혼자, 뚜벅이) 7단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이번에도 나는 추가 요금을 내고 가장 먼저 차에 올라 훗날 가장 나중에 내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흑흑. 내가 밴에 탑승한 시각은 오전 6시 50분. 참고로 새벽 12시 30분경에 숙소에 다시 도착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가실 분들은 꼭 다음날 일정을 느슨하게 잡을 것.
미리 안내받은 이동 시간표에 따르면 마지막 참여객을 픽업한 다음 주유소에서 휴식 및 개별적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 풍력 발전 단지 > 팜트리 농장 > 소금 호수 > 살베이션 마운틴 > 점심 식사 > 로드샷 촬영 >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면서 입구에서 잠깐 인증샷 > 초야 선인장 > 해골 바위 > 조슈아 트리 군락지 > 키스 뷰 > 저녁 식사 > 숙소로 복귀라는 여정이었는데 대체로 이게 지켜졌다. 링크에 적힌 코스에 나온 봄베이 비치는 가지 않았고, 키스 뷰를 가긴 간 것 같은데 일몰 시간대가 아니었다.
사실상 모든 코스가 사진 촬영을 위한 것이라 옷차림에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 사진 포즈를 연구해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한편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사막 기후를 띠어서(실제로 콜로라도 사막과 모하비 사막이 만난다고 한다) 낮에는 뜨거워 죽을 것 같고 해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추워진다. 차에서 내리면 핸드폰 온도가 삽시간에 40도를 찍었는데, 밤이 되니 보온성 좋은 아웃도어 경량 패딩에 스카프까지 둘렀는데도 덥지 않고 딱 괜찮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어찌 됐든 낮 동안에는 길고 짧은 주행, 사진 촬영과 둘러보기, 엄청난 열기에 괴로워하기가 반복되었다. 4월인데 너무하다 너무해...
첫 번째로 잠시 들른 풍력 발전 단지. 만년설 덮인 산이 저 멀리 보인다. 세 개의 회사가 각자의 디자인으로 발전기를 놓아서 모양이 다른 풍차들이 섞여 있다. 말 그대로 도로 양 옆에 풍력 발전기들이 늘어선 구역으로 다른 건 없다. 이때만 해도(아침 9시 조금 넘었을 때) 날씨가 좋았는데 말이다...
대추야자나무가 엄청 많은 농장도 지났다. 참고로 사유지. 가이드님 말로는 똥손도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라고 하는데 나는 왠지 그걸로도 구제가 안 되는 듯 읍읍... 여기도 사진만 훌쩍 찍고 가는 곳이다.
세 번째는 소금 호수인데 이름 자체는 Salton Sea다. 원래는 민물 호수였는데 과거에 농업용수가 크게 범람하면서 짜게 변했다고 한다. 흘러든 소금기가 바로 녹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짠맛이 스며들다가 나중에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게 될 지경이 됐으며, 물이 계속 증발하면서 지금은 바닷물보다 더 짜다고 한다. 뭔가가 살 수 없는 곳이라서 그런지 호수 자체는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넓지만 그 풍경은 몹시 황량하다. 그런데도 입구에는 '주립 휴양지State Recreation Area'라는 간판이 있었으며 가이드님이 뭔가 쿠폰 같은 걸 넣는 걸 보아 입장료도 받는 건가 싶었다.
참고로 바닷가가 아니라는데도 바닥이 뭔가 백사장처럼 하얀데, 그게 다 예전에 죽은 물고기들의 뼈라고 한다. 인간이 잘못했네! 또 여기에 있는 개방된 화장실의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이 바로 이 투어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살베이션 마운틴. 한 트럭 운전수가 꿈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생각한 뒤 혼자서 일구어낸 일종의 설치 미술 작품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 페인트를 수도 없이 들이부어 만든 것으로 기독교적인 메시지가 가득하다. 색깔이 무척 알록달록해서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긴 한데 그늘 한 점 없어 너무 뜨겁다..! 더불어 제대로 된 지지물 없이 볏짚이니 진흙 같은 게 쓰인 게 고작이라 여기저기 무너지고 있어 복원 중인 부분이 많았다. 입장료는 없지만 기부금을 받으며 피부가 구릿빛으로 그을린 자원봉사자 한 분이 천막 아래에서 그곳을 지키고 계셨다.
날씨가 더우니 통풍이 잘 되는 재질의 천막 한 면에 물을 뿌려주시는데(물통에는 GOD IS LOVE라고 적혀 있었다), 물을 뿌리면 이상하게 파리가 날아들었다. 파리도 더운가 보다. 그리고 그걸 보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으니, 바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는 5월부터 한여름까지 종종 벌떼들이 차를 쫓아다닌다는 것. 에어컨을 켜면 차 밑으로 떨어지는 물을 마시기 위해서라고 한다. 벌이 너무 많으면 일부 스팟에서 내리지 못하고 지나치기도 한다고. 뉴스를 찾아보면 벌떼 때문에 국립공원이 폐쇄된 적도 있고 가이드님도 데리고 다니던 손님들이 쏘인 적이 몇 번 있다고 한다. 4월이라서 다행이다... (본인은 벌을 매우 무서워한다)
그 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꽤 오랫동안 달리다가 진심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 대뜸 정차했다. 옆에는 그야말로 돌산과 앙상한 식물, 그리고 자세히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도마뱀뿐. 여기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단 차가 다니는 도로이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든 차가 오면 도망가야 한다ㅋㅋㅋㅋㅋ 아스팔트가 뜨겁게 달궈져 있기 때문에 가이드님이 준비한 얇은 방석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뭔가 웃겼다(...)
이 단계까지 거친 다음에야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의 간판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수세식 화장실에 들르는 건 필수!! 안쪽으로 들어가도 화장실이 나오기는 하는데 전부 재래식이며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도 없다. 통신도 무진장 안 터진다. 약간 문명과 멀어지는 느낌이다, 껄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는 여기에서만 자라는 선인장, 속도와 거리감을 마비시키는 사막의 시야, 양 볼을 익게 하는 햇빛, 거대한 바위 등을 보고 경험할 수 있다. 에버랜드에서 롯데 월드 타워가 보인다면 이렇겠구나(가이드님의 예시), 시속 120km는 밟아야 풍경이 좀 변하는 것 같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편 고도도 꽤나 들쑥날쑥해서 꽤 시원해지는 지점도 있었다.
조슈아 트리는 이렇게 생겼다. 그런데 이름과 달리 나무가 아니고 선인장. 이 식물을 처음 발견한 모르몬교 사람들이 여호수아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조슈아라고 지었단다. 어쨌든 선인장이라고 하니 가까이 닿지 않게끔 조심조심했다. 확실히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은 가이드님이 바비큐를 준비해 주셨다. 불을 피울 수 있는 곳에는 아예 바비큐 조리대와 의자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가이드님이 주요 메뉴인 소고기를 비롯해서 소시지, 옥수수, 아스파라거스, 매시드 포테이토, 시저 샐러드, 김치, 컵라면, 탄산음료까지 고기를 구울 때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히 받아먹기만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분리수거..는 없고^^; 그냥 하나로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다.
가로등이 없으니 해가 떨어지는 순간 급속도로 깜깜해졌다. 그리고 별이 찾아왔다.
도시에서만 생활한 나는 아무리 보름달이 떴어도 이 날 생애 가장 많은 별을 봤다. 저녁을 다 먹은 뒤 가이드님이 아주 성능 좋은 포인터로 보이는 별자리들을 짚어주셨는데, 북두칠성은 정말 자료에서나 봤던 국자 모양으로 생겼더라. 신기해! 카시오페아도 보고 목성도 보고, 야간 촬영으로 찍히는 신비로운 밤하늘도 보고.. 이것을 위해 참 먼 길, 긴 시간을 거쳤으나 그 순간만큼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별이 보이는 밤하늘 아래에서 차례대로 사진을 찍고 나니 투어 일정이 종료되었다. 이후로는 열심히 돌아가는 여정이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방문하실 분들이라면 일단 달이 너무 크게 뜨지는 않는지 확인하셔야 할 것 같다(...) 한인 타운에 숙소가 없을 경우 픽업 및 드랍을 해주는지도 꼭 확인하고(귀가하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픽업은 몰라도 드랍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필수. 나는 솔직히 양산 생각도 절실했다. 투어를 통해 간다면 가이드가 생수는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니 양옆 날짜에 관한 체력 분배를 잘하시고(...), 여러 업체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취급하므로 본인이 중시하는 포인트를 잡아 상품을 비교하는 게 좋겠다.
내가 LA에서 한 내용은 모두 적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전 기록들에 담지 못했던 포인트나 소소한 소감을 적고 LA 여행기를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