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 Oct 17. 2023

바람이 단단히 났어요

뜸~해졌다는 건 뭘까?

문턱이 닳도록 오던 사람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거나

꾸준히 해오던 일을 점점 줄여가는 일 일테지

그리고는 기어이 멀어지는 일 같은 게

아닐는지...

그래서 서로의 가슴에 멍울이 생기는 일이기도

미안함을 만들기도

요즘 내가 그랬다.

올라오는 글들만을 살피고

나의 글을 올리는 일이  뜸 해졌다.

왜일까?

난 이 말을 바람이란 표현을  꼭 쓰고 싶었다.

본디

마음이란 하나를 제대로 담기도 벅찬데

또 다른걸 마음에 품으면

나머지  하나는 자연스레

밀려나는 법.

그렇게 깊은 멍울을 만들어 버리는 일

요즘

눈만 뜨면 드럼 앞에 앉는다.

몇 달 전

전자드럼을 사놓고도

글 쓰느라 쳐다볼 시간도 없었다.

그때는 쓰는 재미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던 터라

드럼이 눈에 들어차질 못했던 거라

헌데

미친 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나만 생각하고

하나만을 품기 위해

다른 모든 건 보이지 않는 거

잠시 눈이 뒤집히는 그런 거

사놓고 덩그러니 놓아둔 일도  까맣게

잊고 있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번 해가 바뀌기 전

해야 할 일과 하지 못했던 일들을

정리하다

문득 그때서야  심드렁해져 있는

드럼이 눈에 뵈는 게 아닌가

악기 하나정도는 다룰 줄 안다면

즐거운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나와의 약속을 지켜가다 보니

눈만 뜨면 너 만 보이고

너만 생각나더란 말이지

어느새

우린 꽤 친해져 있기까지 하데

조금씩 내게 스민 일들은

결국 하나를 밀어내고 있었지

머릿속에는 맴맴 돌며 마음까지 무겁게 했지

그 무거움은 자꾸 핑계가 되었지

그러다

 뜸해지고  마침내 멀어지기까지 할지도

모르지

 

내 마음을 차지한 너는 색달라

뭔가 대화가 통해

막혀 있다게 뚫리기까지 해


필인이라는 추임새를 넣으니 넌 더 멋져

맛이 좋아 너에게 계속 달려가지 

이 처럼 대화가 잘 되는 친구가 또 있을까며

글친구에게 가는  일이  뜸해졌지


참 사람  맘은 희한하단 말이야~

하나 밖엔 담을 수 없어

골고루 나눌 수도 없어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새로운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는 점점   밀어내는 게  마음이거든

사람도

일도

취미도...

그래서

마음에도

사랑하는 거

좋아하는 거

이뻐하는 거

등등

이유가 있는

각자의 이름표를 붙여주는 게 좋겠어

그럼 미안함도

섭섭함도 없이 각자의 좋은 이름과 이유

살아가지 않을까~

그래야 어느 무엇도 아프지 않게

각자의 이름표를 꺼내 쓰며

  소외되지 않고

잊히지 않고

버려지는 일 따위도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아프지 않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내게 글은 좋아하는 거고

내게 음악은 하고 싶은 거고


그래야   밀린 내 마음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이름표를 달아주자

뜨거움은 언젠가는 식는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잠시의 뜨거움  때문에  자리하고 있던

오래된

마음을  벗을 놓치지 않기를

소중했던 그 첫 뜨거움이  잊히지  않기를

잠시 그 뜨거움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는 일

바람""

  너무 흔들리지 말기를

뜨거움은 식고 바람은 잦아든다.


나는 오늘 그 뜨거움  몸 늙고 마음 늙어지기 

친구들과 노래 부르고 기타 치고

드럼 치며 춤추며 꺼내 쓰기 위한

이유 있는 바람을 피우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삶이 조금 가벼워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