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또 쉴 수 없을까요
퇴사를 한지 벌써 두달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이들의 충고처럼 환승 이직을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온전히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내린 결정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휴식기간을 세 달정도 주기로 했습니다. 이미 누군가에게 세 달 쉬고 바로 취업을 할 수 있겠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항상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근자감 덕분인지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매번 생각에서 머물렀으니 이번에는 저질러 봤습니다)
퇴사 직후 한 달은 나와 같이 퇴사한 아내와 첫 유럽 여행을 다녀왔고, 이후에는 평범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항상 미뤄왔던 독서와 글쓰기는 재미있는 취미가 되고, 프로그램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또 모두가 출근한 시간대에 번화가나 백화점 구경도 하고, 무조건 웨이팅을 해야 하는 맛집도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었을 뿐인데 시간이 이렇게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을까요? 물론 직장인일 때도 가능한 시간들이지만, 회사와 완전히 분리되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평범한 시간들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한달의 시간이 남았으니, 다시 구직활동을 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초년생 때는 담을 내용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번에는 적을 내용이 왜이리 많은지... 어떤 기준으로 나만의 필살기를 선정하여 간추릴지 고민입니다. 그동안 진행했던 작업물들을 살펴보니 부족한 부분들도 많지만, 나름 잘하려고 애쓰긴 했구나 스스로를 토닥입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수 생활도 경력이었으면 좋겠다."
막상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려니 살짝 겁이나 속삭였습니다. 그동안 회사와 나를 제대로 분리하지 못한채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의심, 다시 몇 년을 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미래 걱정... 만약 그때도 지치게 되면 지금처럼 잠깐 쉬었다 갈 수 있을까요? 비록 백수지만 과거에 백수일 때와 다른 고민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나름 경력이지 않을까요? 짧고 간절한 마음으로 생각하다 응...어림없지 ㅋㅋ 피식 웃으며 넘깁니다.
그래도 이번 휴식 기간은 저에게 정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내와 여행을 다녀오고, 새로운 취미를 찾은 것만으로도 진정한 나의 가치에 대해서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흥미를 갖거나 좋아할만한 것들을 더 많이 늘려가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채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면, 이전보다 더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충분히 쉰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주에 일본 여행을 일주일간 다녀올 계획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다시 사회인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합니다. 앞으로 어느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지 정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