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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의거의 의미,역사적 교훈

오랫동안, 김상진

by 안병권

Q2. 김상진 열사의 할복 의거는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나? 그의 죽음의 방식과 시점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역사적 교훈이 있다면?

[답변]
1920년대 중반 일제 강점기 시절, 광주에서 일본인 중학교와 한국학생이 다니는 중학교 사이에 민족감정이 깔린 다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양측의 충돌로 시작해서 1929년 광주학생운동’이라 일컬는 민족 항쟁이 벌어진다. 그 후 50년 만인 1975년, 학생열사 김상진이 ‘할복’이라는 방식으로 자결하고 또 다시 50년이 흘렀다. 그렇게 열사는 한국 학생운동 100년사 정중앙·정점에 위치한다.


죽음도 ‘할복’이라고 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하셨지요. 할복은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자기 몸에 칼을 그어 정권에 항거한 내용은 자못 숭고함을 넘어 우리들을 엄숙하게 만든다.

더하여 26살 청년이 양심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죽음의 순간’까지를 녹음해서 세상에 알리라고 후배에게 치밀하게 요청한다. 물론 후배에게는 자결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운동을 더 치열하게 홍보하자는 의미로 얘기를 했겠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생생육성으로 남긴 사례도 흔치 않다. 세계사적으로도 거의 없다.

아! 비슷한 케이스가 한분 계시는군요. 1973년 9월 11일, 칠레 아옌데 대통령의 역사적인 마지막 연설이다. 피노체트 군사쿠데타군에 의해서 대통령궁이 침탈되자 스스로 자결하기 직전에 라디오 방송을 통해 칠레국민들에게 “칠레 만세!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게 저의 마지막 말입니다. 저는 제 희생이 헛되지 않으리란 것을 확신합니다. 결국에는 제가 대역죄인과 비겁자 그리고 반역자를 심판할 도덕적 교훈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외치며 6분간 육성을 남긴다. 아옌데 대통령과 김상진의 마지막 육성(4분) 이 두 가지는 저에게 세상을 헤아리고 가름하는 인간애의 출발점으로 작동한다.

김상진 열사는 ‘불의한 시대가 왔을 때 무릎 꿇고 살지말라’ 고 이야기한다.


"어느 시대나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 감당하는 것, 그리고 옳지 못한 것을 아니라고 얘기하는 용기, 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마음속에 대부분 갖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언행일치나 지행일치로 연결해 자기가 알고 있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극소수, 아주 특별히 강한 정신력을 소유한 사람만이 행할 수 있다. 상진 형은 시대의 불의에 대해 불합리하니 고쳐야 한다고 얘기할 용기를 우리에게, 또 우리 후세들에게 정신적으로 심어주고 전달한 사람이었다, 저는 그렇게 새긴다. 그런데 상진이 형은 정말로 참을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자기를 표출했다. 무슨 영웅심이나 그런 것이 아니고, 참된 마음의 바닥에서부터 발로된 정신의 소산이다."

-룸메이트 권오섭(축산74) 회고


KakaoTalk_20250121_122207171_02.jpg 50년만에 발견된 김상진열사 할복의거당시 현장 육성 녹음 원본테이프
19_9_육성원본테이프 (2).jpg

[열사 육성원본 듣기]

https://youtu.be/cXJ1UHVSv1o?si=j5qj1j2vuinm2l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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