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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hemian Writer Mar 03. 2024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삶이 온통 겨울이었던 시간

생이 오랜만에 즐겁기도 했어요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목 받은 구절들 중에 '봄날의 햇살'이 있죠.

영우의 친구 수연은 자신에게도 별명 비슷한 걸 만들어 달라며, '최고 미녀'나 '최강 동안'은 어떤지 장난스럽게 묻습니다.

거기에 영우가 진심 어리게 답변한 것이 '봄날의 햇살'이었습니다. 수연이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면서요.

진솔하고도 따뜻한 대답에, 수연은 식사를 하다가 잠시 울컥합니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이제 떠나가고 있는 겨울은 예년처럼 많이 춥지는 않았던 느낌입니다.

날씨에 둔감해서인지, 귀찮은 성격 탓에 밖에 돌아다니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너무 춥지는 않은 겨울을 겪어낸 기분이네요.

여전히 세상은 참 많이 쌀쌀하지만, 그래도 봄의 온기와 기척을 조금씩은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그 사이에 옷도 가벼워졌고요.


사람의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면, 제 마음은 북반구 먼 곳 어느 인적 드문 작은 마을의 겨울날 같을 때가 많았어요.

하필이면 가로등도 많이 없어서 원래도 워낙 어두운 날이 더 어둡고 위태롭게 느껴지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죠.

눈은 또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잘못 발을 딛으면 허리까지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어두운 날씨에 눈 속에 빠져버렸을 때, 게다가 도움을 요청할 마땅한 사람도 없을 때, 외롭고 참담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어찌할 줄 모르겠는 막막함에 흘린 눈물조차 마음 속 추운 날씨에 얼어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당신이 제게 손을 내밀어줬어요.

봄날의 햇살처럼 화사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잡은 당신의 손의 온기는 세상 어느 난로로도 흉내낼 수 없을만큼 참 따뜻했습니다.

모든 걸 포기했던 제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당신은 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주었습니다.


다행히, 눈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삶의 길을 걸을 수 있었어요. 삶의 주변을 빙빙 방황하기만 하던 제가 그 손을 잡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고, 아주 오랜만에 생이 조금은 즐겁기도 했어요.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

내 마음 속 날씨도 당신을 만나고부터 참 많이 따뜻해졌지만, 겨울이라는 녀석이 그리 쉽게 물러나지만은 않더라고요.

마음이라는 행성에는 온난화라는 게 그리 쉽지 않나봐요.

여전히 어둡고 추운 마음에 여린 당신이 다치는 날도 있었을 테고, 그러니 당신의 지쳐버림을 전혀 원망하지 않아요.

그래도 서로가 열심이었고 최선을 다했잖아요. 저도 무기력하지 않으려 애를 썼고, 당신도 그런 저를 채근하지 않았죠.

서로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분명히 있고, 그게 우리의 얘기인 게 다만 조금 아프네요.


당신 역시 제게는 드라마의 수연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온통 춥고 어두운 겨울뿐이던 삶에 봄날처럼 다가온 당신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아마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봄날의 햇살'보다 더욱 따뜻했던, 어느 겨울날 당신이 내민 손길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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