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생활은 매일이 플렌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든지 군대생활을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군대생활을 마치고 당당하게 자유를 얻은 대한민국 남성이다. 대한민국 남성으로 태어나면 꼭 거쳐야 할 관문 중 하나는 군생활이 아닌가 싶다.
나는 군생활을 기억하면 참 계획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매일 관물대에 포스트잇으로 하루 일정을 전날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매일 일기를 작성하고 계획대로 실천하던 시절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신기한 존재다. 군대 동기도 미친 사람이 아닐까 고민했다는 말을 내게 던졌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NO'라는 대답부터 나온다. 나는 지금 엄청 게을리 살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멍청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기상나팔이 울리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계획의 시작이었다. 매일 아침 구보를 당직사관님께 보고 드리고 점호시간도 아닌데 스스로 구보를 뛰고 병장이 되어서도 조식을 항상 먹었으며 전투체육시간에는 전체로 하는 운동을 마치고 난 뒤에는 내 개인운동에 빠져 살았다. 개인정비시간에는 근무투입이 없다면 항상 샤워와 스킨케어루틴을 빠뜨리지 않고 해냈다. 주말이 되면 사이버지식정보방에 가서 운동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때 당시에 없던 '헬창'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군대생활은 잔소리가 심한 최고선임이 전역하던 일병시절부터 병장까지 이어왔던 나의 생활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전역하고 나서 내가 자유를 얻었을 때를 상상하며 그 순간만을 위하여 살아왔던 것 같다. 당시 군생활을 하고 있지만 전역은 무조건 할 것이기 때문에 전역을 준비하는 모든 순간들이 군생활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운동에 미쳐있었고 훈련병 때 3km 구보 19분을 뛰고 푸시업을 20개밖에 못하던 나는 병장 때 푸시업을 100개 넘게 하고 3km 구보를 11분 안에 뛰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때 당시 상상한 전역한 후의 삶은 너무 달콤했다. 억압받는 장소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자기 계발을 끊임없이 할 수 있도록 나를 동기부여 시키는 것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었다. 그렇게 난 이상주의자이면서 완벽주의자로 살아왔던 시기를 지금은 추억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나를 점검하면 예전 군생활처럼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실천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게으름뱅이중 하나다. 이상적인 생각은 즐겁지만 그것을 상상만 하면 이루어진다는 미친 소리와 함께 실천력자체가 없어진 게 지금 현재 모습이다. 계획의 대한 갈망은 있었지만 나 자신을 잘 알아보고자 했던 생각이 "나는 mbti검사결과 p니까 알아서 되겠지" 하고 방치했던 게 큰 실수였다.
지금에서야 이런 부분을 생각하는 이유는 미래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점점 어려워지고 내 삶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으며 쌓아온 돈과 스펙자체가 없는 나는 밖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하며 목숨구걸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될 거라는 상상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나이 30살 넘게 지냈으면 자리를 잡았어야지"라고 말하는 꼰대들에게 반항할만한 변명거리가 없어 그냥 실실 웃고 마는 내가 미웠기도 했다.
나는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미래가 상상되면 즐겁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지금은 너무 무섭다. 내가 상상했던 즐거운 미래를 위해서 그 무서운 것을 피하려면 지금 현재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하고 빠르게 실천력을 예전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서 쓰게 된 글이기도 하다. 당장 오늘부터 하지 않으면 내가 상상한 불안한 미래는 코앞에 다가올 것이다. 적어도 내가 상상했던 즐거운 미래를 하나정도는 이루고 싶은 게 지금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예전군대생활처럼 다시 플래너의 삶을 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