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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래곤스톤 Nov 24. 2023

[끄적 에세이-16]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오늘 내가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계획대로 살자고 다짐한 지 이틀째가 되는 날이다. 작심삼일이라고 했지만 나는 오늘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정해진 일정을 하지 못해서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다음에 정해진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시간에 정해진 일부터 다시 계획노선에 들어가 나를 통제했다. 


나는 미디음악을 하고자 1년 전에 맥킨토시를 구매했다. 구매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천하지도 않고 방치했던 게 마음에 걸렸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다양한 변명거리가 있겠지만 근무시간이 월 420시간 정도로 오랜 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형편이라는 변명 때문이었다. 물론 근로시간이 너무 길어서 못한 게 사실이라는 판단에 최근에 퇴사를 했다. 퇴사를 선택하기까지 너무 많은 고민을 했지만 퇴사를 결정하고 나서 3주나 지난 시점에는 어떻게 삶을 유지하면서 공부를 해나가야 할지 방법이 생각나면서 퇴사는 큰 장벽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사를 하고 1주 동안 쉬려고 했지만 작은 아버지의 일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퇴사를 하고 2일 정도 휴식하다가 다시 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쉬는 동안 지낼 목돈은 마련했지만 쉼 없이 달려왔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시간이기에 몸은 지쳐있었고 2주 동안 일을 마무리하고 이번주에 드디어 휴식이라는 보상이 주어져 나는 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꿈꿔왔던 미디음악을 공부하기로 했다. 


그전에도 미디음악에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조금씩 손대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체험하는 정도는 해냈던 것 같다. 하지만 공부방법이 아닌 경험하는 수준으로 깔짝 만져보고 제대로 된 커리큘럼 없이 막무가내로 하다 보니 배운 것이 하나 없었다. 그래서 이번 공부를 통해서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을 만들어 보고자 툴부터 배우기로 생각했고 로직프로라는 프로그램을 공부했다.


로직프로를 공부하고 나서는 스스로 무언가 만들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툴의 대한 조작법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서 시작하려니까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살펴본 결과 당연하게도 나는 음악지식이 전혀 없는 그저 듣는 사람이었다. 그것만은 피하자 했던 화성학공부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일단 구매했던 화성학교본은 있었기에 책을 펼쳤지만 공부의 대한 거부감이 강해서인지 너무 하기 싫었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공부임은 틀림없다. 재미없는 것은 너무 하기 싫고 미루고 싶은 게 역시 나는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인 것이 확실하다.


지금은 미루던 공부를 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공부를 하려고 한다. 해보니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다. 하기 싫어서 빠르게 끝내고 싶지만 공부라는 게 빠르게 가능한 것도 아니고 받아들이고 천천히 배워나가 내 것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문제는 공부보다 더 어려운 일이 남아 있다.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일용직을 주 4일로 진행해야 한다. 일단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 공부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다음 주면 일용직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일을 너무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그중에서도 신체적으로도 힘든 일용직을 해내야만이 내가 하려던 공부를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고 방해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내 의지만 유지하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정한 음악스킬을 만들고 이 음악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삶이다.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의식주를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싫다. 특히나 출근시간에 지하철에 쌓여 있는 사람 중 하나는 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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