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별다른 건 아니고, 청소와 정리를 기본으로, 구석의 숨겨진 먼지 닦이와 베란다 곰팡이 제거, 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다. 커다란 종량제 봉투를 하나씩 쥐어주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은 봉투에 넣기로 했다. 먼저 청소를 하기 위해 마스크, 앞치마를 했다. 모든 창문을 열고 먼지떨이를 꺼내 들었다.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의 가사는 아름답지만 요즘 미세먼지는 무섭다. 그래도 노동요는 필요하기에 오늘과 잘 어울리는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크게 틀었다. 아무도 호응하지 않는 나의 흥이다. 어린 시절 예고 없이 이불을 훌렁 가져가던 엄마와 나는 닮아있다.
김광석-먼지가 되어
"바흐의 선율에 젖은 날이면
잊었던 기억들이 피어나네요
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도
휘파람 소리로 돌아오네요
내 조그만 공간 속에 추억만 쌓이고
까닭 모를 눈물 만이 아른거리네..
작은 가슴 모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작은 가슴 모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작은 가슴 모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뚜뚜 루두 뚜뚜 루두 뚜뚜 루두 뚜바
뚜뚜 루두 뚜뚜 루두 뚜뚜 루두 뚜바"
청소를 끝내고, 물건 정리를 시작했다. 그동안 구겨 넣어졌던 서랍을 열고 물건과의 이별에 서막을 열었다. 초등에서 중등으로 입학하는 아이에게 더 이상의 초등 물건들은 필요하지 않는다. 오래된 미술도구와 학습도구들을 비우기로 했다. 책장에 오래된 어린이 전집들은 버릴 것과 당근용으로 구분했다. 당근(당신의 근처에 중고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 없을 때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를 했다. 하지만 나의 근처에 물건을 필요로 하는 이웃과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을 나눔 하는 기쁨이 의외로 소소하게 재미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이웃에게는 필요한 그런 물건들을 껴안고 있는 것은 집을 작게 만드는 주범이다.
서랍과 박스를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다. 주섬주섬 박스를 열어보니 어린이집 다닐 때 그렸던 그림들과 수업자료들이 있다. 7년 전의 시간들이 박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붙잡을 수 없는 시간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피식 웃음이 흘러나오며 아이를 불렀다. 게임을 하다 중간에 불려 나온 아아는 심드렁해하며 휙 한번 쳐다보며 "이걸 내가 그렸다고? 크크" 한마디 던지고 다시 들어가 버린다.
"............"
아이가 성장해서 이 걸 보녀 준다고 아이는 흥분하지 않을 것 같다.'이 건 아이의 추억이 아닌, 나의 추억인 것이다.'아이가 이 그림을 들고 와서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기뻐했던 시간은 아이에게는 흘러간 시간이며, 나에게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을 안고 있는 건 어쩌면 기쁨에 차오르던 나의 시간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시간 속으로 흘려보낼 물건을 간추렸다. 붙잡아서 간직하고 싶은 시간과 이제는 흘려보낼 시간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소중하게 간직하며 넣어두었던 나의 시간들..
시절인연은 사람관계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은 무상하며 모든 것은 변한다. 오늘 흘려보낸 시간처럼, 오늘 붙잡아둔 시간을 언젠가는 흘려보낼 때가 올 것이다. '그래, 질척거리지 않고 사뿐히 벚꽃이 미련 없이 떨어지듯이, 언젠가 이 시간들이 떨어져 나갈 때! 그날까지 다시 봉인해서 넣어두자. 오늘은 아직 헤어질 때가 아니야! 7년 전 너의 해맑은 모습을 나는 더 간직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