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김치찌개란

한국인에게는 찌개만 한 게 없다

by 블루킴

찌개를 좋아하는가?

나는 밥 두 공기는 우습게 비울 정도로 자주 먹고 좋아하기도 했는데, 본가에 살 때나 그랬지 혼자 살게 된 후로는 내가 먼저 찾게 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찌개 하면 연상되는 장소가 집일 것이다. 가족끼리 한 식탁에 둘러앉아 먹기에는 찌개만 한 게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이어진 경험으로 찌개는 집에서 먹는 음식으로 각인이 되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맛도 집에서 먹고 자랐던 찌개가 맛의 기준으로 잡혀있다 보니, 안 먹으면 안 먹었지 밖에서 사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치찌개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치찌개 맛은 백채가 안정적이다. 계란말이는 꼭 먹자.

내가 한동안 밖에서 사 먹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찌개이다. 밖에서 사 먹어서라도 먹어야겠다 할 만큼 당길 때는 엄청 당기는 음식인데, 이렇게 된 건 우리 엄마의 영향이 크다.

우리 엄마는 대기만성형의 음식 솜씨를 가지고 계셔서 내기 어릴 때는 아리송한 맛을 종종 내시다가,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는 누구에게 먹여도 맛있어할 솜씨가 되셨다.

그래도 찌개 맛만큼은 항상 좋았었는데, 그중에서도 김치찌개는 예전부터 끝내줬다.

그래서 그 맛이 생각날 때면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는 재료가 마땅치 않으니 종종 나가서 사 먹고 들어왔다.

내가 먹고 싶었던 엄마의 찌개 맛은 아니지만, 맛 자체로만 보면 식당 김치찌개는 비교적 맛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니 말이다.

최근에 김치찌개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김치찌개 레시피를 찾아보니 대부분이 고기와 김치를 먼저 볶은 다음에 물을 붓고 끓이라 한다. 그 이유가 고기의 지방을 녹여내서 찌개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함이라 하는데, 우리 엄마는 찌개에 그런 수고까지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레시피를 더 찾아보니 백종원 님은 물에 고기를 먼저를 넣고 끓이더라.


현명

이유는 볶는 것과 같았다.

고기를 오래 삶아서 지방을 녹여내는 건데, 이게 나한테 맞는 레시피다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찌개란 공을 들이면 느낌이 안 사는 음식이다. 재료를 툭툭 넣고 한동안 무심하게 끓여내야 진정한 찌개라 할 수 있다.

공을 들여서 맛있을 거면 다른 걸 먹고 말지 주의이다.

엄마도 보면 한 번에 재료를 다 넣고 끓이면서 다른 일을 했다. 그렇게 찌개 혼자 열심히 끓고 나면 내가 좋아하는 맛이 완성이 되어 있었다.

물론 엄마는 거기에 매실액과 참치액젓도 넣으시긴 했지만 나는 그런 거 없이 만들어보려 한다.


바로 신김치로 둔갑

일단 찌개의 필수는 신김치다. 하지만 집에 신김치가 없으니 일반적인 김치에 식초를 세 숟갈을 넣어서 간략하게 신김치 느낌을 내보려 한다. 우선 끓여보고 신맛이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 추가하든지 하자.

찌개에 고기 역시 중요하다. 많이들 쓰는 건 앞다리, 뒷다리, 목살이지만 부위 상관없이 지방이 넉넉히 붙어있으면 된다.


앞다리였다

냄비에 물 500ml와 고기를 양껏 넣는다.


이때 백종원 님은 액젓을 넣었다.


현명 2

나도 찌개는 특유의 쿰쿰하고 진한 느낌이 있어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마침 집에 멸치액젓이 있으니 두 숟갈 넣고, 맛술도 두 숟갈 넣었다. 나는 맛술의 은은한 단맛이 좋더라.



센 불에 끓인다


위에 떠다니는 기름들이 찌개 맛을 살린다

물이 끓으면 끓는 게 유지될 정도로만 불을 낮춰 10분을 더 끓인다


이제 마늘, 김치, 고춧가루, 국간장을 넣고 끓인다


아까 액젓을 넣었으니 간을 보고 간장 양을 정해야 된다. 나는 간장 한 숟갈만 넣었다.

김치찌개는 약간 달달해야 맛있다. 설탕과 미원도 한 꼬집씩 넣는다.


다시 센 불로 맞춘 다음 끓어오르면 파와 청양고추 그리고 팽이버섯이랑 느타리도 넣어준다.

이제 원하는 비주얼이 나올 때까지 끓여내면 완성이다.

물이 졸아서 맛이 짜다면 물을 더 넣어 끓여주고, 맛이 밍밍하다면 국간장을 입맛에 맞게 넣으면 된다.


그럴듯한 비주얼과 미쳐버린 맛이다.


이따 여자친구랑 먹으려고 미리 끓인 건데, 다들 아실 거다. 찌개는 시간이 지난 뒤에 먹어야 더 맛있다는 걸 말이다.

이게 찌개지

정말 최고로 맛있는 김치찌개였다. 단번에 엄마의 아성을 넘봤다. 먹는 내내 즐거웠던 식사로 손꼽힐 날이라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웃음이 나왔다.


한국인 특유의 정이 있다. 나는 그 문화가 표현된 대표적인 사례가 찌개라 본다. 여러 숟가락으로 한 음식을 공유하는 게 분명 보통 정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많이 사라진 장면이고, 나 역시 그때 이후로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게 굳어져서 타인과 숟가락을 섞이기 꺼려지더라.

확실히 그 시기를 겪으며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유교문화나 공동체 의식보다는 자신의 가치와 개성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 식문화에도 자연스럽게 반영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가까운 사람들끼리 하나의 찌개를 공유하며 별거 아닌 끈끈함을 느낄 때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구나 싶더라. 오랜만에 집에서 찌개를 끓여 먹으니까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올라서 좋았다.

여러분도 정을 나눌 지인들과 조만간 찌개 한 그릇 먹는 건 어떨까?


위 내용을 영상으로 보려면

https://youtu.be/QtlBaFUVumU?si=ghM25qd5ycrKMjSR


유튜브 채널 안심해라

https://www.youtube.com/@ansimha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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