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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영 Apr 17. 2023

네덜란드 집 구하기(끝) - 좋은 집주인을 만나는 행운


타지에서 살면서 좋은 집주인을 만나는 것은 행운


집주인과의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사는 동안 집주인을 또 한 번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다. 그래도 연락은 종종 했다. 그 집에서 사는 동안 집주인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빠르게 대응해 주었다. 의논할 사안이 있을 경우, 이메일보다 전화나 문자로 얘기하는 게 더 편하니 문자나 WhatsApp으로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첫 번째로 화장실 천장 조명이 나갔는데, 전등갓을 벗기는 방법을 모르겠어서 (천장이 높은 집이라 제조사와 모델명을 찾아 매뉴얼을 검색하기도 힘들었음) 물어보니 매뉴얼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한 번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이 세서 어떻게 해야 하나 연락했더니 사람을 보내주었다. 고치는 과정이 상당히 허술해서 전문가는 아니고 지인이었던 것 같은데, 두 번 방문하여 근본적으로 고쳤다기보다 물이 안 세도록 잘 막아주었다. 그 집에서는 냉난방 문제가 자주 발생했는데, 몇 번 지켜보다가 추웠던 어느 날 난방이 아예 차단된 날에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연락했다. 문자 메세지에 바로 응답해 줬고, 본인이 아는 업체의 전문가를 최대한 빨리 불러주었다. 기술자가 코일이랑 밸브를 갈아주어 다시 바닥 난방을 개시하여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조명을 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술자를 부르는 순간 돈이 꽤 많이 나간다. 엔지니어가 와서 인터넷 설치해 주는 것도 한국과 달리 돈이 따로 든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꽤 많은 돈을 (몇 십 유로) 지불해야 한다. 집주인은 나에게 어떤 비용도 청구하지 않았다. 내가 비용처리에 대해 조심스레 물어봤을 때 걱정하지 말라며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1층부터 고층까지 키운 3유로짜리 반려식물


사는 동안 월세도 올리지 않았다. 계약서에는 월세를 올릴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네덜란드 법에 따라 특정 기간 이후에 인플레이션+1%까지 올릴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살다가 이쯤이면 월세를 올리지 않을까 했다. 심지어 그 당시에 적용되는 인프레이션율이 역대급으로 높아서 걱정했다. 그런데 1년 동안 같은 월세를 냈다. 한국으로 떠나려고 계약서에 근거하여 나가기 1달 전에 나가야 한다고 통보하고 난 후,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매물이 올라온 것을 확인해 보니 월세가 200유로 올라있었다.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첫 달에 지불한 금액에는 1달치 월세와 보증금 (이것도 1달치 월세와 동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보증금은 집을 하자 없이 비우면 돌려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 같은 외국인들은 보통 급하게 본국으로 떠나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익히 들었다. 나는 1년 동안 내 집처럼 깨끗하게 살았고, 나가는 날 청소도 새집처럼 해두었다. 솔직히 그 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보다 훨씬 더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놓고 나갔다. 집주인도 이를 본인 아버지와 에이전시를 통해 확인받고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Thanks for taking such good care of it.


집을 나간 이후 보증금도 며칠 만에 한국 은행계좌로 바로 돌려주었다. 예전에 독일에서 2달 살다가 한국 돌아왔을 때에는 몇 개월이 지나고 보증금을 돌려 받았었다. 그에 비하면 굉장히 신속하게 처리해준 것이다.


청소를 다 끝내고 떠나기 전 깔끔한 집


I enjoyed my time in the Netherlands especially because of this great home and your support.


내가 집주인과 주고 받은 마지막 이메일에 남긴 말이다. 당신의 집에 산 덕분, 당신이 베푼 친절 덕분에 네덜란드에서의 생활이 특히 좋았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다.


이런 집주인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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