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분의 일 Jan 30. 2024

내가 살아가는 삶을 글로 그린다.

써 내리는 것도 좋지만 그려보겠습니다.

나에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3년을 떠나보내고 새롭게 찾아온 2024년을 마주한다. 글과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일이 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글이 써 내려지지 않는 글태기를 마주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으로 인해 사고 직후 자연스럽게 단절되었던 세상 밖으로 목발을 짚고 나갔던 경험을 하고 평생 사랑하리라 마음먹었던 사람과의 이별 또한 경험했다. 옆에 있음이 당연했던 할아버지와의 사별을 마주하며 이 이상 무너져 내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시기를 마주했었다. 앞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갖지 않고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나의 앞에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는 사람이 나타나 이전 연애보다 스스로가 더욱 성숙하고 단어 그대로 안온한 연애를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병원에서도 나를 포기했을 거라 느껴질 정도로 의미 없는 진료만 계속되던 일상에 다시 수술대에 오를 용기를 가졌던 경험을 했다. 일전에 나의 글태기에 대한 글을 업로드하고 어떤 글을 써내려야 할지 계속 고민하던 중 나에게 2023년은 절대로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한 해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글로 내가 살아가는 삶을 마주하고 이에 대한 사색을 그려본다면 이 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쌓여 일 년이라는 시간이 되는 것처럼 글로 ‘나’라는 사람을 쌓아가고 싶다.


글을 써 내리면서 어느 순간 나를 위한 글이 아닌 나의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움 없이 써내리던 글이 써지지 않고 어려움을 느꼈던 수많은 이유 중 분명히 이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 툴을 켜고 한 글자 한 글자 투박한 어휘력으로 써 내리면서도 내가 글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어준다는 기쁨과 즐거움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스스로를 내려놓고 더 이상 ‘나’라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나를 위로해 주고 보듬어주어서. 다시 ‘나’라는 사람이 스스로 아끼고 보듬어주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나는 글쓰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앞으로 써 내릴 글은 오로지 ‘나’를 위한 글이며 ‘나’라는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과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독백 같은 글에서 누군가가 위로를 얻게 되고 과거의 나와 같이 스스로에게 차가운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


아마 2024년이 끝나갈 때 올 한 해 내가 써 내린 글들을 보고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내가 살아간 2024년을 마주하면 그때에 나는 지금보다 더욱 성숙하고 우직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 오직 글로만 내가 추구하고 만족하는 삶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 또한 이에 가까워지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글을 써 내릴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미 지나간 나의 2023년을 나의 삶 한구석에 넣어두며 나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후회와 감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당시 나의 옆에 있음이 당연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했던 누군가와 가족을 떠나보냈었고 이 일들은 나에게 온 진심을 다해 후회를 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일전에 후회에 대한 글을 써 내리며 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던 그저 부정적인 후회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꽤 인상 깊었었다.


‘이전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침’


후회의 사전적 의미이다. 당시의 나에게 후회의 사전적 의미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의미 그대로 이전의 잘못을 진심으로 깨우치고 뉘우친다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깨우치고 뉘우쳤음에도 같은 일,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나 후회의 문제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혹은 후회스러운 일이나 자신의 행동에 정말 온 진심을 다해 후회를 한 것인지도 다시 돌이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2023년은 나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일들도 많았지만 나 자신에게 후회스러운 행동으로 인한 일들이 더욱 많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옆에 계실 것 같던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과 일어나지도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당시 내가 살아가던 순간들을 망가뜨리고 보잘것없던 나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을 떠나보낸 것, 사고로 인해 놓아 버렸던 사람다운 삶을 다시 살아보겠다 다짐했던 날의 의지를 조금 나아진 당시의 현실 따위에 안도하며 잊고 살아가던 것. 이 외에도 나 자신에게 후회스러운 일들은 써 내리고 써 내려도 끝이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어느새 2024년의 첫 달이 저물어가고 있다. 누구나 신년을 맞이하면서 각자의 다짐을 마음 한 구석에 새긴 채로 살아갈 것이다. 올해 나의 다짐은 돌이킬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후회로 채워진 2023년을 보냈으니 내가 앞으로 그려내고, 살아갈 2024년은 2023년에 내가 가졌던 후회들에 대한 깨우침과 뉘우침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어쩔 수 없이 2024년이 끝나 갈 때에는 또 다른 후회가 가득할지도 모르겠지만 절대로 2023년에 했던 후회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나의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채워갈 것. 나의 마음속 텅 빈 공간을 외면하지 않고 흘러넘치도록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에 대한 가장 큰 가르침은 이미 내가 흘려보낸 삶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매 순간 의미롭게 살아갈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