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부터 전시회까지, 발품 팔며 찾은 정의
지난 1년간 여러 가지 세미나와 전시를 다니며 느낀 건AI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획자의 기본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올해 나는 실제로 여러 AI 도구를 실무에 적용해 보고
발품 팔며 컨퍼런스, 전시회, 세미나 등 다양하게 다니면서 기획자가 어떤 방식으로 AI를 다뤄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었다.
삼성 SDS가 발표한 Agent 예시를 들자면,
AI가 Goal(목표) → Plan(계획) → Action(행동) → Result(결과) → Self-reflect(자기 점검)의 루프를 스스로 돌며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전시회를 다니다 보니, 각 기업이 내세우는 AI 서비스들이 점점 군집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대체로 다음 네 가지 축으로 나뉘었다.
① 개발/인프라 자동화
예를 들어 Cisco의 사례처럼, GPU 자원을 자동으로 세팅하고,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이상이 생기면 스스로 보전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n8n처럼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데이터 연동과 배포까지 가능한 자동화 플랫폼도 많았다.
이건 ‘개발을 자동화하는 AI’ 영역으로, 백엔드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형태였다.
② 콘텐츠 제작 AI
텍스트에서 이미지, 이미지에서 영상, 음성에서 이미지까지
콘텐츠 생성의 거의 모든 단계가 AI로 연결되고 있었다.
직접 테스트해 본 Veo의 경우, 한글 프롬프트는 깨지거나 결과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영문 프롬프트로 하면 퀄리티가 안정적이었다.
다만 동양인 이미지가 거의 생성되지 않아 이질감이 있었다.
흥미로웠던 건 BytePlus처럼 중국계 AI 솔루션들은
동양인 퍼포먼스가 뛰어나고, 후작업(보정)을 기본 프로세스로 둔 점이었다.
이건 ‘직접 부딪쳐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험’이었다.
③ 도메인 특화 LLM
법률, 특허, 상담, 의료처럼 특정 분야에 맞춰 훈련된 LLM들도 많았다.
‘범용 AI’가 아닌 ‘전문 AI’로 진화하는 흐름이었다.
이건 향후 산업별 SaaS 시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④ 유저 저니형(Journey) 서비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유저의 여정(저니)에 개입하는 형태였다.
여행, 예약, 헬스케어, 업무 지원 등 ‘행동의 흐름이 있는 서비스’일수록 AI 적용이 자연스러웠다.
예를 들어
여행 서비스를 기준으로 보면,
AI는 여행지를 추천하고 → 일정표를 구성하며 → 예약(변경 및 취소)을 진행하도록 해주고 → 현지 일정 중 발생한 변수를 요약하고 → 다음 스텝을 제안하는 식으로 전체 플로우 안에서 개인화된 지원을 한다.
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증상 → 상담 → 예약 → 진료 → 사후관리까지 연결되는 여정이 뚜렷하기 때문에
AI가 개입하기 좋은 구조를 이미 갖고 있다.
이미 제휴 병원이 있고, 사용자의 행동 흐름이 명확한 서비스라면
AI를 접목할 확장 아이디어가 많을 것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기술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자는 결국 "유저의 여정을 펼치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판단하고 "어떤 AI의 경험을 느끼게 할 것인지" 잘 선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많이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용자가 혼란 없이 의미 있게 느낄 수 있는 뾰족한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거대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지금 환경에서도 충분히 실무에 녹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영역은 딥리서치, PPT 제작, PoC 검증 세 가지다.
삼성 SDS 서밋에서 들었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건,
‘검색을 넘어 사고를 확장하는 AI 리서치’였다.
대형 플랫폼이 아니어도 ChatGPT, Gemini, Perplexity, Genspark 같은 서비스에서
이미 심층 리서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Perplexity는 출처 기반 탐색이 강하고, Gemini는 최신성에 강하며, Genspark은 시각적 정리에 최적화되어 있다. 리서치 과정에서 AI를 단순 검색이 아닌, 사고 확장의 파트너로 쓰는 태도가 중요하다.
Genspark의 PPT 자동화 기능은 실제로 실무 퍼포먼스가 좋다.
발표 주제, 청중, 톤 앤 매너, 구조를 구체적으로 입력하면 AI가 논리적 흐름까지 설계한다.
Gamma, Skywork, 미리캔버스(미리클) 등도 같은 영역이다.
기획자가 ‘아이디어만 적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검증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도 늘었다.
Retool, Bubble.io, Airtable 등은
비개발자도 간단한 인터랙션을 만들고 실험할 수 있게 한다.
우아콘에서 들었던 인사이트처럼,
이제는 초기 히스토리 및 아이디어 고민을 많이 하고 정책과 서비스 방향 등을 직접 기획한 기획자가 PoC를 쉽고 빠르게 만들어 Product의 빠른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작동하는 화면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문서로 백 번 정리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AI 프로젝트가 늘면서 ‘AI PM’이라는 직무도 생기고 있다.
이 역할은 예전에 경험했던 기술팀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우아콘에서 만난 우아한형제들 AI PM분 같은 경우 Product 중심의 잘 알고 있는 기획의 Role과는 다르게 AI 적용에 필요한 과제를 만들고, 검증하고, 테스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때 과제는 탑다운으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직접 PM이 사내 외의 다양한 부분을 살피고 리서치하면서 AI 적용할 만한 요소를 발굴하고 과제로 만들기도 한다.
AI PM은 AI가 잘 작동하는지를 보기보다,
AI 활용에 대해 제안하고 검토하는 역할로, 속도감 있는 AI 적용을 위해 연구개발 팀의 Hub가 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IT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은 책상에서 배우는 기술이 아닌 것 같다.
특히 나에게는 ‘직접 부딪쳐보는 경험’이 가장 빠른 학습이었다.
메타버스가 핫하게 떠올랐을 때 초기 시절부터 전시회와 컨퍼런스를 자주 다녔는데, 책이나 검색으로 얻는 정보보다 현장에서 실무자에게 듣는 한 문장이 훨씬 오래 남았고 업계가 이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AI도 마찬가지다.
직접 써봐야 흐름이 보이고,
써봐야 어떤 서비스에 어떤 AI가 어울릴지 감이 생긴다.
요즘 한 멘토가 파레토의 법칙을 인용해 해주었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결과의 20%를 위해
리서치, 인터뷰, 시장조사, 요구사항 정의, 기능 설계 등 80%의 작업을 하는 편인데
이제는 AI 덕분에, 기획자는 20%만 해도
80%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AI는 80%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20%로도 80%만큼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만드는 도구다.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더 키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