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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커 Feb 02. 2023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윤하_사건의 지평선 M/V

https://www.youtube.com/watch?v=BBdC1rl5sKY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얼마 전 유튜브에서 추천해준 가수 윤하의 노래였다. 듣자마자 난 무한반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노래는 각종 차트 1위에 등극하며, 활동기가 끝나 겨울 잠을 준비하던 윤하를 강제로 소환하게 된다. 발매한지 1년이 되어가는 곡이 역주행으로 1위가 되고, 뉴스 인터뷰에 나왔던 윤하는 이런 말을 한다.

"아티스트는 쓸데없는 일을 최대한 열심히하는 거라고."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의 나는 목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고,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하던 사람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하면서도, 미래의 행복과 안정감을 위해 오늘을 희생시켰었다. 그런 나는 그 시절의 습관 그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내일의 안락함을 위해 여전히 오늘을 희생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는 결국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하기 싫어지고 해야할 모를 지경이 되어버렸다. 번아웃이었다.

  그럼 나는 젊은 시절 희생했던 그 시간들로 원했던 목표를 이루었을까? 단연코 그 때 원하던 것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아니, 결국에는 이루고 싶지 않아졌다. 최선을 다한 결과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시간낭비, 더 정확히는 인생낭비는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나는 목적과 목표를 이루고자 나의 삶 자체를 희생시키고 있었고, 나의 행복을 소멸시키고 있었다. 행복하지 않던 시절. 그 때의 불안한 마음. 그것이 내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던 내가 요즘엔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 사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돈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아니 오히려 돈을 쓰면서 한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특히, 항상 모든 일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관전자 역할을 자처하던 내가 그 때보다는 조금 적극적으로 나선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재미있고, 행복하고 싶어서이다. 

  어릴 땐 미래의 행복을 꿈꿨다면, 지금의 나는 오늘의 행복을 기대한다. 우리는 일상이라는 것이 그저 당연하게 생각되어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흘려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이야 말로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되고, 일상이 기분 좋아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니까.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사진을 배웠다. 그냥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엔 그림도 그려보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있다. 그냥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종착역으로 날 데려갈지 사실 잘 모르겠다.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이루고자 목표를 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그럼에도 다시금 그 시절처럼 열심히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사라지고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직 조금은 내 안에 열정이 남아있나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보다 더 아티스트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아주 쓸데없는 일을 열심히 하는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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