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된장찌개!! 흔히들 한국인들의 소울푸드라고 한다. 장으로 음식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사실 된장, 고추장, 간장을 빼고 요리하라고 한다면,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김치까지. 그냥 학습된 결과로 생각해 보아도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우리의 소울푸드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며칠 전 나는 어릴 때 빵만 먹고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었다. 그런 나에게 넌 한국인이라고 뼈에 새겨질 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바로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을 했을 때였다. 당시 친했던 친구가 몽골에 자원봉사단으로 가게 되었고, 나 또한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친구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밥 안 먹고, 피자, 빵, 스파게티만 먹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딱 하루면 충분했다.
몽골은 우리나라와 달리 9월에 벌써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10월에는 밤에 온도가 -20도까지 떨어졌고, 자고 일어나면 무릎까지 눈이 오는 곳이었다. 그렇게 추워지는 날에 가장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렇다. 바로 뜨끈~한 국물이다. 근데... 젠장 몽골에는 국물요리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 한국 사람 집이라서 한국음식이 좀 있었다. 그리고 진짜 한국에서 온 김치는 아까워 먹지도 못하고 중국산 김치만으로 연명하다가, 외국에 왔으니 외국 경험 해보겠다고 현지 음식을 먹으러 갔다. 내가 찐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닫기 하루 전 저녁, 현지 스테이크 집에서 우설 스테이크를 먹었다. 소혀인지도 모르고 먹은 기억이 있다. 다음 날 아침은 몽골식 양고기튀김만두, 점심에는 다시 현지식 치킨스테이크. 연속 세끼를 현지식으로 먹고 나니 속이 느끼하고 체한 것 같은 것이 이제는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은 지경이 되었다. 사실 다 음식이 기름지고, 짰다. 그날 저녁 근처 한국분들 집에 초대되어 갔는데, 거기서 저녁식사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주셨다. 한국에서 온 마지막 김치라고 하시며, 선뜻 내어주신 것이다.
내 생에 가장 맛있는 김치찌개였다. 계란말이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허겁지겁 두세 그릇을 먹고 난 뒤에서야 숟가락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 김치찌개 좋아했구나. 난 이거 없으면 못 살겠구나. 그다음 여름 혼자 자취를 할 때, 김치 10kg를 가져다 놓고 두 달 내내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난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사람은 결핍이 있을 때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깨닫기도 하는데, 그때의 내가 그랬고, 나에게 김치찌개가 그랬다. 난 여전히 빵을 좋아하지만, 이젠 빵만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럼 표지 이미지와 노래는 왜 된장찌개냐고?? 된장찌개도 김치찌개만큼 좋아하니까!!! 그것 자체만으로도 난 찐한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