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나라의 생명 가격표는 잘 형성되어 있는가?
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 민음사
사람의 생명에 대한 가치를 책정할 수는 없지만 현실 상황에서는 가치를 측정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세월호 폭침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 성수대교 붕괴 사건들이 그렇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 1억 2,200만 원
대구 지하철 화재 : 2억 5,000만 원
천안함 폭침 : 2억 ~ 3억 6,000만 원
세월호 참사 : 학생 4억 2000만 원 / 교사 7억 6000만 원
이 금액은 평균적인 보상액을 나타낸 값이다. 발생한 시점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 정도가 다르고 사망하게 된 원인이 다르기에 금액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한 가지 예시로 세월호 참사의 학생에게 동일하게 지급된 보상액 산정 금액의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례비 200만, 위자료 1억, 일실수익: 3억 (2014년 4월 16일 ~ 정년, 예상 소득, 할인율 적용, 건설노동자 월급 193만 원 적용, 국가 배상이 아닌 선주 보험금), 지연손해금 2천만 원.
장례비, 지연손해금, 일실 수익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금전적으로 계산이 가능한 부분이라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부분은 위자료 1억에 대한 근거이다. 이 1억이라는 금액은 산업 재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이며 세월호 참사에도 해당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여러 칼럼에서는 과연 일반적인 산업 재해 사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위자료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지만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1억이라는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위자료라는 단어는 유가족들에게 지급되는 정신적인 고통이나 피해에 대한 보상금이라는 뜻이며 지급 기준이 정해져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교통·산재 손해배상 전담재판부의 위자료 산정기준표) 하지만 내가 아직 못 찾은 것인지 아니면 공개되어 있지 않은 것인지 1억이 어떻게 해서 형성이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기사로 찾을 수 있던 내용은 1991년 이전의 기준금액은 2000만 원, 1991년 3000만 원, 1996 4천만 원, 1999 5천만 원, 2007 6천만 원, 2008 7월 1일 이후 8천만 원, 2015 3월 1일 이후 1억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 성장을 고려하여 변경되었다는데 여전히 1991년 이전에 지급된 기준금액 2천만 원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히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함이라면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지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연계된 다른 사건을 살펴보면 왜 이 숫자가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발생하고 옥시는 사망자에게 1억 5천, 1,2등급 피해자에게 1억을 제시하였고 법원은 통상적인 산재 교통 사망 시 지급되는 1억보다 높다며 선심성 설명을 내놓았다. 이건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어쩌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비용편익 분석을 계산해 봤을지도 모른다. 연구가 덜 끝난 약품을 사용해 시장에 내놓고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것과, 연구를 더 진행해 늦게 시장에 나가 수익을 내는 것을 비교했고 계산 결과 전자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이때 사망 보상금이 낮게 측정될수록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1억이라는 기준이 있었으니 그 정도는 기업 입장에서 감당할만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 기준 금액이 10억, 100억이었다면 기업이 과연 연구가 덜 검증된 약품을 사용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을까?
생명 가격표라는 책에서는 생명에 부여된 가치가 공정하고 적절하게 책정되었는지 고민하며 해당 사항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국의 많은 사례들을 기준으로 작성된 책이지만, 나는 이 메시지를 받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지 궁금해서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에 대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 한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생명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다면, 세상에 억울하고 안타깝게 희생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