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로 등단한 후 비평이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법론을 써서 영화 비평을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영화 비전공자인 내 입장에서는 기존 영화비평 중에 내 기준에 맞거나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비평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헤매이며 이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허문영 평론가의 책을 뒤적이다 허문영 평론가가 인류학과 출신이란 걸 알았다. 아.... 역시 사람 전공은 못 속인다. 인류학과 출신이라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었구나.
나는 문예창작-철학-독어독문학(프랑크푸르트 비판학파를 주로 공부) - 문화인류학(젠더와 문화이론)을 전공했고 그런만큼 정말 여러가지 베이스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결국 어딜가나 인문,사회,예술계에서는 비평적 방법론을 배우게 되니까. 거의 20년 동안 시기마다 각각 다른 분야에 빠져 공부를 해 왔다. 그런고로 비평을 쓰고자 할 때 한 영화에 대해 내가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 여러 개 인데, 어떤 것을 적용해야 영화 비평계에서 '괜찮은' 비평으로 취급될 수 있을지를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정말 괜찮은 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러다 블로그 이웃인 '검댕묻은망토(영화평론가 한창욱)'님이 예전에 번역하셨던 '새로운 시네필리아를 위하여(기리쉬 샴부)'라는 글을 다시 읽게 되었고, 원문을 보기 위해<필름 쿼털리 Film Quarterly>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선언문은 필름 쿼털리에 실린 11개 선언문 중에 1개였고, 나머지 10개의 글은 대부분 흑인영화, 퀴어영화, 장애영화, 환경영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쓰인 다학제-다인종-행동주의적 선언문이었다. 이에 나머지 10개의 글을 차례로 번역하는 작업을 해볼까 한다. 비평 스타일이 한정적인 우리나라 비평계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글들을 번역하면서 다른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 싶다.
<필름 쿼털리>
<필름 쿼털리 Film Quarterly>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출판부(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에서 발행하는 영화, TV 프로그램, 시각 매체 연구 저널이다. 이 잡지를 출간하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출판부는 아프리카 연구, 미국 연구, 인류학, 예술, 아시아 연구, 미국 연구, 영화 및 미디어 연구, 환경 연구, 젠더와 섹슈얼리티 연구 저서를 주로 출판하고 있다. 출판부의 성향에 맞게 <필름 쿼털리>도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각 문화 비평잡지이다. 인종, 생생한 경험(lived experience), 젠더와 섹슈얼리티, 트랜스내셔널 역사 문제를 다루는 영화/미디어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는 신진학자들을 선호하고 있다.
이 잡지에서 2019년에 실린 새로운 비평을 위한 선언문 <행동 촉구를 위한 11개의 매니페스토> 시리즈를 보면 대부분이 인종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그 밖에도 퀴어, 장애 등 소수자의 입장에서 전개한 선언문이 많다.
<행동 촉구를 위한 11개의 매니페스토> 목차
1. 흑인 영화와 미디어 연구의 재조명
라켈 J. 게이츠와 마이클 보이스 길레스피
2. 퀴어(의) 시네마
마누엘 베탕쿠르
3. 만남을 새롭게하다
라멜 로스
4. 디지털 비디오 플랫폼에서 백인 우월주의 시청하기: "네 시각은 엿이나 먹어, 난 들어갈 거야"
리사 나카무라
5. 후투카라("지구가 태어난 하늘의 일부", 야노마미어)
카림 아이누즈, 비비안 레타이프와 함께
6. "어디 갔어, 스티븐 드워스킨? 장애 영화
로렌스 카터-롱
7. 탈주를 위한 열한 가지 논문
나탈리아 브리주 엘라
8.새로운 시네필리아를 위하여
기리쉬 샴부
9. 알렉산드르 라스토르그예프의 내추럴 시네마
니키타 스미르노프, 바실리 스테파노프, 세앙스 편집진. 앨리스 존도르프 번역
10. 반란군의 습관: 미디어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
데일 허드슨과 패트리샤 R. 짐머만
11. 모든 일을 다르게 하기
제시 웬테
원문은 아래에서 읽을 수 있다.
https://filmquarterly.org/2019/02/27/manifesto-eleven-calls-to-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