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이고 겁이 유난히 많은 내가 미성년자인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노노였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 셋은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플로리다로, 멕시코 캔쿤으로, 캐나다로, 그리고 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달라스에는 바다도 없고 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5년 전 봄방학 때 콜로라도로 여행을 가려던 우리에게 제동이 걸렸다. 늘 회사일로 바쁜 남편은 일 년에 한 번 일주일, 한국에 함께 가는 것으로 휴가를 다 쓰기 때문에 따로 여행을 갈 수 없어서 우리는 늘 굵고 짧게 금, 토, 일 여행을 다녔었다. 주말여행도 남편의 회사일로 캔슬되기가 일쑤였는데 이번에도 회사일 때문에 남편이 여행을 갈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봄방학 시즌엔 타운이 고스트 타운이 된다. 모두들 어디론가 떠나기 때문이다. 일 년 전부터 여행계획을 짜고 멀리, 멀리 떠난다. 봄방학인데 어디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을 아들이 너무 딱해서 나는 내 인생 최대의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바로 단둘이 떠나는 거였다. 사실 여행 당일날도 나는 확신이 서지 않아, 갈까 말까를 고민하며 여행가방도 채 싸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퇴근하며 결정을 내렸다. 떠나자고!
그렇게 5년 전 아들과 단 둘의 여행은 시작되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래서 우리 둘은 또 떠났다. 단 둘이!
아들은 십 대지만 더 어릴 적부터 뱃속에 노인 하나가 들어앉아있는 듯 노인 감성 그 자체였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도 다 할아버지, 할머니다. 반면 나는 아직 철딱서니 없는 소녀 감성으로 똘똘 뭉친 덜 자란 어른 아이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우리 둘은 은근 척척 잘 맞는 여행 파트너였다.
우리 둘이, 서툴지만 뚜벅뚜벅 때론 달달하게 때론 시큼하게 펼치는 여행기를 이제 펼쳐보려 한다.
벤자민의 거꾸로 가는 시계처럼, 기억을 더듬으며 가장 최근 여행부터 과거로 우리 모자는 점점 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