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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희 Dec 12. 2023

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리 모두는 치유가 필요한 존재다.

  나를 아는 친한 친구나 친한 상담사들은 나에게 말한다. 내담자를 향한 나의 마음과 길고양이들에 대해 가지는 애정을 보면 마음이 따뜻하다고.  상담사로서 있어야 할 중요한 인간적인 자질 중의 하나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긍휼 한 마음이 있다는 것은 상담사로서 최고의 칭찬이다. 심지어 내가 속해 있는 그 부대의 병사들은 나로 인해 축복이라고까지 들었다. 그러한 말을 듣고 뜨거운 눈물이 맺힌 적이 있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칭찬의 말을 듣는 동시에 나는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내 안의 부정적인 목소리로 힘들었다. 

 "진짜? 쓸모없는 년이 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언제 인지 기억도 할 수 없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고 자란 말이 있다. 

"쓸모없는 년."

"자식새끼 키워봐야 다 필요 없어."

" 너 같은 애는 어디에 써먹어?" 

수 백번도 넘게 들어온 이 말은 나에게 나란 존재 자체가 쓸모없고 필요 없는 존재로 느끼게 했으며 그 말들로 인해 나는 살 가치도 없는 존재라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 같은 존재는 죽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청소년기게 많이 있었고 심지어 환청도 들었었다.  

"넌 죽어 없어져야 하는데 살아서 그래."


  나는 다행히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나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꼈던 존재가 환영받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고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공부를 못해도, 특출 난 재능이 없어도 학벌이 뛰어나지 못해도 환영해 주었고 모두 다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것에 많이 노력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너무 열심히 살았다. 내 몸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못 하고 뭔가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내 몸 부서져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고 발버둥 치며 살았다. 그 덕분에 작은 성취들은 있었으나 나는 동년배들보다 몸이 빨리 망가졌고 40대 중반에 갱년기가 왔으며 크고 작은 질병으로 온갖 약을 오랫동안 먹었고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사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이 공부해야 했고 더 많이 책을 봤으며 더 많이 배우고 익히려고 했다. 하나씩 하나씩 나의 역할과 자리를 찾기 위해 힘들어도 해냈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유난히 장애물들도 많았고 오랜 시간 애써야 겨우 겨우 달성할 수 있을 정도였다.  


  상담관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좋은 상담사로 인정을 받기까지 많은 노력과 억척스러운 과정이 있었지만 나름 자리도 잡고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인정도 받고 내가 일하는 방식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들 놀라고 감탄을 하지만 난 여전히 나 자신의 자동적인 부정적 사고와 싸운다.

 10년 전에 비하면 아주 많이 나아졌고 치유되었으나 그러함에도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말의 상처는 수 십 년이 지나고 수년동안 나를 치유하고, 성장과 회복을 거듭했지만 나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다.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받아본 경험이 없거나, 언어폭력과 물리적인 폭력에 노출되거나, 어린 시절 방임이나 버림받음의 경험이 있을수록, 내가 나를 온전히 수용하고 사랑하기 어렵다. 치료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많은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나는 상담을 공부하면서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상담사로서 수련받으면서 나를 치유하기 시작했으며 나의 존재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내가 나를 공감해 주고 돌봐주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다행'이었다.


  나는 여전히 공부하고 있고 좋은 상담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동시에 나를 지속적으로 치유하고 있으나 괴롭지 않다. 이 과정은 아마도 끝나지 않을 것 같으나 그래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치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놀라운 경험과 효과들을 나는 안다. 그 놀라운 효과로 인해 내 삶은 풍요로워졌으며 나란 존재에 대해 뿌리 깊이 감동하고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치유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 오늘 마음이 많이 힘들구나... 그래 그럴 수 있어. 누구라도 그러한 상황이었다면 힘들었을 거야. 그래..... 그랬구나....."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나의 내담자를 공감해 주었듯이 나를 공감해 준다. 

그리고 잘 될 거라고 나에게도 이야기해 준다. 

좀 더 편안해질 나의 마음과 좀 더 풍요로워질 내 미래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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