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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희 Oct 24. 2024

고양이를 사랑한 죄?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고양이에게 길들여지는 일상이 있다.

 거실에는 일 년 내내 한 여름에도 카펫트와 매트리스가 깔려있고 방문과 각종 서랍에 안전 장치를 설치하고 찢겨진 방충망을 땜질하는 방충망 스티커와 소파에는 찢겨진 커버들이 항상 있다.

내가 없는 동안 서랍을 열고 그 안을 다 헤집어 내는 냥이들 때문에 집안을 어질러 놓거나, 상자를 물어뜯는 축복이 때문에 지저분해지는 것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축복이를 데리고 온지 일 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리고 여러 마리의 고양이랑 살다 보니 고양이 화장실도 3개이지만 단 이틀간 청소를 안 해주면 유난히 깔끔 떠는 미니는 화장실이 아닌 곳에 대변을 보고 내 이불에 오줌을 싸곤 한다.  몇 년째 자주 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이불을 자주 빨게 되어 깔끔한 이불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퇴근하고 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한다. 한 겨울에도 거의 매일 한다. 그리고 청소기를 돌린다. 원래 부지런한 사람은 아닌데 양이들 털 때문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게 설계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화도 나서 혼냈었으나 한 해 두 해 가고 한 두 마리 가족이 늘어나면서 이젠 일상이 되다 보니 뭐..... 그냥, 그렇게 되어진다. 화가 안 나고 '오늘도 이불에 오줌 쌌네!....' '오늘은 아주 많이 신났었나 보군. 더 난장판을 만들었네....'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외출복도 갈아입지 않고 청소를 시작한다. 화 낸들 소용이 없고 이 녀석들이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 혼낸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진다.

뭐, 매일 난장판을 벌이는 것이 아니니 일주일에 하루쯤은 쉬어 갈 수 있어서 괜찮다, 정도로 하루 정도는 여유가 있는 것에 흡족해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다 이해가 되고 화가 안 나나 보다......

어떤 날에는 직장 일로 많이 지칠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런 나를 현관문에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냥이들이 있다. 지친 몸을 소파에 기대면 내 옆으로 다가와 앉는 미니, 소심하게 다가와 내 마음을 쓰담쓰담 하듯 내 두 다리를 꼬리로 쓰다듬는 미모, 순진 난만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냥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생기고 편안해진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이 녀석들에게 집안을 어질렀다고 혼낼 수 있겠으며 어떻게 이 녀석들을 미워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짓이다. 

 냥이 이마와 내 이마를 부비부비하고 뽀뽀하고 궁뎅이 팡팡해 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맛있는 간식으로 냥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그리고 청소를 한다. 이런 일상도 괜찮다. 이런 일상이라면 혼자라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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