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들 친구가 장수풍뎅이를 많이 잡아와서 처지곤란이라고 하면서 아들에게 두 마리만 키우지 않겠냐고 했다.
아들은 날름 키우겠다고 했다.
친구네 집으로 가서 두 마리를 분양해 왔다.
예전에 물고기를 키우던 커다란 플라스틱 통이 있어서 그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톱밥과 젤리를 사서 넣어 주었다.
산에 가서 참나무 가지를 가져다 넣어 주었다.
수놈 두 마리가 잘 놀고 잘 먹고 잘 있어 주었다.
아침마다 자고 일어나서 잘 있나 보면 나무에 올라가 있기도 하고, 젤리를 파먹고 있기도 하고, 톱밥을 파고 있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 통을 보니 깨끗했던 안쪽에 톱밥의 먼지가 묻어 있어서 왜 그런가 했는데,
남편이 걔들이 날개가 있고 날아다닌다고 했다.
날갯짓을 하니 먼지가 날아서 표면에 붙어서 지저분해진 것이라 했다.
나는 장수풍뎅이가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첨 알았다.
그래서 이름이 "장수풍뎅이"였던 것이다.
저 등 양쪽 덮개 안으로 날개가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고 나서 아들 친구가 한 마리를 더 주었다.
새로 온 녀석은 덩치가 작은 아이였는데 움직임이 엄청 활발했다.
그렇게 세 마리가 잘 있나 싶었는데,,,,
어제 아침에 아들이 한 마리가 죽은 것 같다고 했다.
제일 큰 녀석이 죽어 있었다.
밥을 너무 많이 주었나 저희들끼리 다툼이 있었나
원인을 도무지 모르겠어서 아들 친구한테 전화를 해 보라고 했다.
아들 친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자기 집에 있던 것들도 많이 죽었다면서 자기도 왜 죽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틈틈이 두 놈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날개를 펴고 계속 날갯짓을 하면서 날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날개를 펴고 날려다가도 통에 막혀 뱅그르르 돌기만 하고 있었다.
첨엔 그 모양이 너무 신기했는데 가만히 보다가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맘껏 날고 싶은데 좁디좁은 통 속에 갇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나는 그제야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죽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던 놈들이 작은 통 속에 갇혀 맘껏 날갯짓도 못하고 사육당하니 스트레스를 받아 죽은 것이다.
아이에게 장수풍뎅이가 갇혀서 너무 불쌍하다고 풀어 주자고 하니 아이도 선뜻 동의를 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풍뎅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자고 했다.
남편이 통을 들고나가 나무가 있는 숲에 놓아주고 돌아왔다.
풍뎅아,
우리의 이기심으로 가둬 놓아서
미안해.
맘껏 날아가렴!
가서 자유롭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