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가 데뷔 앨범 201을 통해 홍대 인디씬에 신선한 파란을 일으킨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음악가들이 인디 팬덤을 바탕으로 상업적 성공까지 쟁취하는 데 성공했지만, 한편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현실적인 문제 앞에 꿈을 접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나야만 했다. 이러한 배경은 검정치마에게 홍대 인디의 표상과도 같은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 2008년 문제의 앨범이 발매된 이후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여전히 소규모 클럽에서 공연하고 자전적인 경험과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 노래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러한 비의도적인 방식으로 <EVERYTHING>을 대중적인 히트곡으로 만들었으며, 어떤 의미로든 '인디 음악' 다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한 그의 음악관(혹은 '예술가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앨범은 TEAM BABY이다. 조휴일 본인이 '사랑 노래'라고 밝힌 본 앨범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은 자신의 음악, 그리고 그것이 청취되는 방식이다('옛 친구와는 가벼운 이별 / 다음 주면은 까먹을 2절 / 믿지 않겠지만 별이 되긴 싫어요'). 그는 빠르게 주목받고 그만큼 빠르게 잊혀지는 대중음악의 소비 양상에 반감을 가지고, 따라서 '스타'가 되기를 거부한다. '처음엔 안 넘어가는 게 아마 맞아요'라는, 언뜻 남녀 간의 줄다리기를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가사는 사실 그가 바라는 자신의 음악이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은유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다 어느샌가 마음 속에 들어온 사람처럼,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며 청자들에게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러한 유별남은 그에게는 일종의 불가피함으로 인식된다. 맨발인 사람에게 뛰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타인과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는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불러일으킨다('그대 알잖아요 우린 저들과는 너무 다른 것을 / 내 시대는 아직 나를 위한 준비조차 안 된걸요'). 이러한 단절감은 결국 그로 하여금 영혼의 반쪽을 갈구하게 만든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하더라도 친구들은 언젠가 저마다의 사정으로떠나가기 마련이고, 끝까지 곁에 남는 건 한 명뿐이니('나를 기다린 줄 알았던 사람들은 떠나가고 / 다시 우리 둘만 남았네') 말이다. 50년 전 존 레논이 "No one I think is in my tree; I mean, it must be high or low"라고 토로한 바 있듯이, 그 역시 근원적인 외로움의 끝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앨범의 나머지 부분을 그는 이상적인 사랑을 묘사하는 데 할애한다. 그 사랑은 특수하고('너와 나 사이엔 / 남들 닿지 못할 깊이가 있어'), 영속적이며('변하지 않는 건 Diamond하고 / 널 사랑하는 나밖에는 없다고'), 배타적이고('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수 있겠니 /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할 수 있겠니'), 충직하다('어떻게 한 번도 실수를 안 할 수가 있냐고 / 비웃어도 난 괜찮은걸요'). 이 한없이 부드러운 사랑 이야기들은 마치 일찍이 하나였으나 신들의 분노로 인해 둘로 나뉘어 버린 연인이 평생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는 옛 신화처럼 매혹적으로 들린다('변화가 필요하진 않은걸 / 완벽하지 않아 기쁜걸 / 내가 모자르는 만큼 / 너는 조금 모나있거든').
앨범의 끝에는 그 모든 조건이 갖춰진, 사랑의 완성을 노래하는 듯한 곡 <EVERYTHING>이 흘러나온다. 그 꿈꾸는 듯한 전주는 취하는 데 있어 반드시 유물론적인 접근만이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한껏 고조되며 등장하는 후렴구의 그 기념비적인 가사('넌 내 모든 거야 /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 나 있는 그대로 받아 줄게요')는, 한 사람이 사랑에 대해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줄에 녹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우린 저들과는 너무 다르다'던 그는, 상대를 만나고 결국 '사랑이 전부'이며 '넌 내 모든 것'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앨범은 물론 사랑을 지나치게 낭만화하거나 혹은 우상화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정치마가 그 예술가성으로 인해 다른 독립 음악가들에게 하나의 지향점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TEAM BABY 역시 오히려 사랑의 가장 환상적인 부분만을 포착해 선명한 그림으로 남겼기에 그 청취자들에게 음악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하나의 지향점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환상에 빠져들 용의를 가진 사람이 인디라는 이름의 외연을 확장시킬 정도로 많아질 수 있음을 그의 비타협적인 예술관을 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