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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Aug 12. 2024

우리말.우리글.우리나라.

이李씨(이하 이): 8.15 광복절을 기념하여 소개하고픈 책.

작가는 재미 한국계 작가이며, 'Long walk to water(우물 파는 아이들)'와 'A Single shard(사금파리 한 조각)' 작품으로 유명한 린다 수 박 Linda Sue Park이야.


이 분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소설도 쓰셨더라고. 위에 언급된 두 책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영미권에서 영어로 집필된 어린이대상 일제강점기 소설이니, 오늘 소개가 의미가 있지?


소설의 화자는 두 명인데 둘이 남매야. 태열 Taeyul과 순희 Sunhee.

앞서 말했다시피 일제강점기 시대라서, 이 둘은 어느 날 일본이름을 얻게 되지.

누가 선물로 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말과 글을 말살시키려고 이름까지 바꾸게 만든 제국주의 법려에 따른 거였어.


순희는 쿄코 Keoko, 태열은 노부오 Nobuo라는 이름을, 모든 가족은 가네야마 Kaneyama라는 성을 사용하게 돼.


나의 조부모님과 부모님도 일제강점기를 지나오신 분들이라서 그때의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시곤 했는데, 이젠 어렴풋이 희미해지고 말았네.  교과서나 다른 이야기 속에서 듣고 배운 게 아니라 내 피붙이 혈육이 당했던 곤욕이라서 그런지 자세한 사건은 잊혀 졌어도, 어른들 말씀에 받은 인상은, 참 살기 어려웠고 나라를 빼앗긴 국민들이라 비참했다는 건 어린 마음에도 깊이 남았어.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도.


점선면(이하 점): 순희와 태열은 한창 소년기를 보내고 있으니, 그들의 시점에는 제한된 것들이 있었을 것 같아.


: 그렇지. 집을 오가는 사람들, 손님을 맞이하는 아버지와 어른들의 말씀. 인쇄소 일을 하는 삼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다 얘기해주지 않는 뭔가가 있지. 아이들에게 변화나 소식은 그저 일상일 뿐, 그 이면에 있는 일들까지 누구 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으니까.


: 폭력이 일상이 되면, 폭력이 아닌 방법이 비일상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그 시대에 나고 자란 사람들은 누군가의 계몽이 없는 이상은 다른 삶을 생각해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 내가 중고등대학교 때 뜨거웠던 용어, '의식화교육'이 생각나네. 저항의 시작은 생각을 일깨우는 것부터.


자, 그럼 우리 작은 주인공들은 일제강점기에 어떤 활약을 했을까요?


순희는 영민한 관찰자가 되어서 가족과 이웃들을 살피지. 가족과 어른들의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두려움은 어떤 실체를 입고 나타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지를 기술하는 기록자.


태열은 일본군으로 자원입대를 해. 그 동기는 일본제국주의에 헌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삼촌의 안녕을 위해서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어. 반일소식지를 발행하는 일을 하던 삼촌이 탄로 나지 않도록, 그가 먼저 일본군에 지원했어. 그리고 가미카제 비행사가 되었어.


: 가미카제 비행사라면 자살폭탄 아닌가. 조선인 소년에게 가미카제 비행훈련을 시킨다고? 태열은 정말 자살폭탄 비행사가 되어 일본을 위해 자폭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을 텐데.


: 태열은 비행자체에 너무나 매료된 소년이었어. 비행기를 보고 빠져들지 않을 소년이 있을까? 하늘을 난다는 그 행위에 완전히 반해버린 데다가, 일본인 군인들이 조선인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듣고 발끈했던 태열은 스스로 가미카제 비행을 하기로 자원했던 것이지. 물론 결정적인 임무수행 때, 자신은 미국군대를 공격하는 대신 일본 군대와 다른 가미카제비행체를 공격하겠다는 남모르는 다짐을 한 채로.


: 순희와 태열이 그 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내어 광복을 맞았으면 좋겠다. 느닷없는 항복과 종전소식에 얼마나 많이 놀랐을까? 그때까지 별 탈 없이 살아있어야지 그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거잖아.


: 흠,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이잖아.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할 이유, 희망이 가진 힘을 보여줘야지.

견디고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진, 기쁨의 소식.


대한독립만세!

날을 위해 아픔을 견디고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영혼들과,

피땀 흘리고 죽음을 불사한 투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국의 언어로 이 시대를 살려낸 작가님에게도 박수를!


오늘의 책은 'When my name was keoko'입니다. 우리말로는 '내 이름이 였을때'이고요, 우리말 번역본은 1,2권으로 나눠져있나 봅니다. 영어 초판이 2002년이니까 시간이 꽤 되었네요. 원서는 아직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우리말 번역본은 현재 절판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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