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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교 Mar 16. 2023

뮤지컬 관람은
비정상적인 행동양식

[광화문 책마당 강연]내 마음에 비친 뮤지컬 (1)

[광화문 책마당 강연]


내 마음에 비친 뮤지컬 (1)

10년 전 뮤지컬 <렌트>를 보고 인생 최초로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선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고, 5년 전 학교 과제로 시작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공연 예술(특히 뮤지컬)에 대한 자발적인 사랑으로 모인 교수님들이 서로 다른 '좋음'의 모양에 대해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3월의 시작, 세종문화회관 1층에 위치한 '세종 라운지' 광화문 책마당에서 <내 마음에 비친 뮤지컬>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요.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뮤지컬 산업에 대한 분석적이고 학술적인 이야기 보다 '우리가 뮤지컬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해 함께 나눈 시간이 하나의 음악과 장면으로 남아있길 바랐습니다.

제게 이번 시리즈는 강연의 복기이자 갈무리가 될 것이고, 강연을 오셨던 분들께는 희미해진 장면들을 다시금 선명하게 만들어드리는 계기가,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도 강요될 수 없는 '자발적인 사랑'의 위대함자부심을 곱씹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뮤지컬 관람은 '정상적 행동 양식'이 아니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행위를 '회전문을 돈다'라고 말하는데요. 다작이 취향인 줄 알았던 제가 5번이나 본 뮤지컬이 있습니다. 바로 뮤지컬 <이프/덴>인데요. '무수한 선택과 인생의 갈림길'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작품은 극 중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선택들로 나뉘어진 '리즈'와 '베스'의 삶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극 중 '엘리자베스'는 어릴 때부터 비행기만 타면 안좋은 일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행동 양식'이라는 대사를 내뱉기도 하죠.


어쩌면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 자체가 '비정상적인 행동 양식'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 많은 미디어와 디지털, 그리고 신호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시간과 노력, 돈까지 쏟아부으며 '손에 쥘 수 없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기꺼이 극장이라는 공간으로 향하는 것. 이토록 아날로그적일 수 없습니다.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을 떠올려 봅시다. 


티켓 오픈 시간에 맞춰 원하는 회차의 원하는 좌석을 구해야 하는 '티켓팅' 부터 성공해야 그나마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티켓만 끊으면 끝나나요? 공연을 보는 당일,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극장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도 하고 주말에 여유롭게 친구와 나오면 차라도 한 잔 하며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심지어 극장도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티켓을 받아들고 눈을 돌렸더니 쇼케이스에 진열된 화려한 MD(굿즈)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결제한 티켓값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 


"티켓값 + 교통비 + 식비 + MD + 공연을 보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을 품은 채 우리는 마침내 객석으로 들어가 2-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연기처럼 사라질 환상을 고대하며 환희에 사로잡히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행동 양식은 '뮤지컬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극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으로 불러올 수(비합리적인 행동양식을 지속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였던 것이죠. 

뮤지컬은 온실속의 화초가 아니었습니다. 모진 풍파와 고초를 겪으며  '당신이 극장으로 와야할 매력적인 이유'를 시대의 파도에 올라타 발빠르게 변해왔습니다. 


가령 라디오유성 영화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극장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자 뮤지컬(뮤지컬의 전신이라 불리는 '버라이어티쇼', '보더빌' 등)은 얼기설기 조악하게 엮여있는 쇼의 형식을 벗어나 서사와 음악이 탄탄하게 결합된 '뮤지컬 플레이' 형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죠.


포가 날아다니고, 피가 낭자했던 전쟁통에도 뮤지컬은 이 악물고 명맥을 이어나갑니다. 아뇨, 전쟁은 오히려 뮤지컬(비단 뮤지컬이 아닌 전 예술을 통틀어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지만)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디딤돌이 되어줍니다. 

리처드 로저스 & 오스카 해머스타인 콤비(R&H)의 명작 <사운드 오브 뮤직>(1959)

세계 1차 대전에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작품들이, 2차 대전 승리 후에는 '로맨스'를 키워드로 승전국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도와줬던 다양한 작품(<오클라호마!>,<사운드 오브 뮤직> 등)들이 대거 등장해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끌기도 했죠. 

히피들의 사회 운동과 성의 해방을 다룬 락 뮤지컬 <헤어> (1958)

이후 TV 보급이 확산되고, POP과 ROCK등 다양한 미디어 장르가 생겨날 때도, 뮤지컬은 다시 한 번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 대중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기어이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극장과 작품의 변화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뮤지컬(Musical)'이라는 장르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흔히 '넘버(Number)'라고 불리며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가창되는 작품 속 음악을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내 마음에 비친 뮤지컬 (2)에서 계속됩니다.

뮤지컬 천재 황조교 인스타그램 
메일: musicalgenius.hw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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