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무슨 내용일까? 좌석 추천?
6년 전, 황조교 계정(당시 계정 이름은 '배우적인 느낌')에 처음으로 소개한 작품이고, 나의 책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속 '한국으로 오기만을 기다리는 뮤지컬' 챕터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한 작품이기 때문에 내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디어 에반 핸슨> 줄거리
작품의 시작은 '한 통의 편지'로 시작이 된다. 한쪽 팔에 깁스를 한 고등학생 '에반'은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10대 청소년이다. 그리고 심리 치료의 일환으로 마치 일기처럼 매일 스스로를 격려하는 편지를 써 내려간다. 가령,
"에반 핸슨에게"
"오늘 하루는 근사한 하루가 될 거야."
"모든 게 달라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다.
"조이 머피가 내 유일한 희망이야."
조이는 에반이 좋아하던 학교의 여학생이다. 그런데 에반은 학교 컴퓨터실에서 편지를 인쇄하던 중 '조이 머피'의 오빠이자 학교의 또 다른 아웃사이더 '코너 머피'에게 자신이 쓴 편지를 들켜버리고 만다. 코너는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더니 이내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을 모욕하기 위해 자신의 동생에 대한 변태적인 이야기를 썼다며 에반에게 분노하고, 코너는 에반이 쓴 편지를 빼앗아 사라진다.
큰일 난 에반. 만약 조이에 대한 고백이 담긴 부끄러운 편지가 조이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게 무슨 망신인가. 전전긍긍하던 에반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편지를 빼앗아간 코너 머피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 학교로 찾아온 코너의 부모님은 아들의 유서라고 착각한 '에반의 편지'를 들이밀며 코너의 유일한 친구라고 착각한 에반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에반은 코너의 가족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이 한 번의 거짓말로 송두리째 달라지는 에반의 삶 그리고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거짓말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에반의 여정이 극의 주된 내용이다.
브로드웨이를 평정한 작품
작품 개발 2년 만에 관객과 평단의 호평과 함께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디어 에반 핸슨>은 2017년 토니 어워즈에서 9개 부문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작품상, 극본상, 작품상, 주연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을 싹쓸이한다. <디어 에반 핸슨>의 상복은 그래미 어워드 최고 뮤지컬 앨범상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2017년 한 해는 <디어 에반 핸슨>이 브로드웨이를 평정한 한 해였던 것.
무엇보다 '벤 플랫(Ben Platt)'이라는 슈퍼스타가 작품을 통해 탄생했다. 유명한 프로듀서인 아버지와 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벤 플랫은 9살의 나이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모태(?) 예술가다. 이전에도 <피치 퍼펙트>나 뮤지컬 <북 오브 몰몬>에서 인지도를 차근차근 쌓아올리다 <디어 에반 핸슨>을 통해 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며 토니상(주연상)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이후 2021년 '벤 플랫' 주연의 영화 <디어 에반 핸슨>이 개봉했고(프로듀서가 벤 플랫의 아버지 마크 플랫), 20대 후반이었던 벤 플랫이 너무 나이가 들어보인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국내 뮤지컬 팬들이 공연을 직관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영화로 달랠 수 있었다.
<디어 에반 핸슨> 한국 초연
놀랍게도 <디어 에반 핸슨>은 현재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도 볼 수가 없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는 각각 2016년과 2019년 개막 이후 2022년 마지막 공연을 펼쳤다. 올해 말부터 미국, 영국 투어팀과 호주 공연이 올라갈 예정이지만 (2024년 4월 기준) 현재 전 세계에서 <디어 에반 핸슨>을 볼 수 있는 나라는 핀란드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한편, 한국 공연은 '논 레플리카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오리지널 작품을 복사+붙여 넣기 하는 '레플리카 방식'이 아닌 음악과 대본에 대한 저작권만 구매하고 무대와 같은 요소들은 현지 실정에 맞게 재창작하는 방식으로 올라가는 스몰 라이선스 형식을 의미한다.
특히 원작의 미니멀한 무대가 어떻게 구현될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 무대는 충무 아트센터 대극장 벽면을 수많은 스크린으로 채워둔 모습이었다. 스크린들은 에반의 노트북 화면이 되기도 하고,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핸드폰 속 화면이 되기도 한다. 다소 무대가 비어있는 느낌을 주지만 SNS, 관계 그리고 소통이 극의 주요한 키워드이자 콘셉트이기 때문에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들은 끊임없이 변주하며 극의 상황들에 부가적인 설명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좌석 추천
그러다보니 너무 멀리서(3층) 극을 보기 보다는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 1층과 2층을 추천한다. 만약 2,3층에서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라면 인물들의 표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오페라글라스를 지참하자. 더불어 에반을 더 자주보고 싶다면 에반의 침대와 에반의 주요 동선이 많은 왼쪽(또는 중앙)을 잡는게 좋다.
결국 개막 초반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세 명의 에반을 모두 보고 왔다.
그리고 세 명의 배우들은 제각기 다른 느낌으로 에반을 연기하고 불안을 표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