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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야맘 Jan 23. 2024

엄마가 된다는 것

오늘의 육아

육아는 전쟁이 아니다, 나를 고양시키는 새로운 기회다
- 똑게육아 中 -



 육아와 관련돼서는 '지옥'이라는 말을 참 많이 붙인다.

 먼저, 임신하고 나서는 입덧지옥으로 포문을 연다. 그리고 아기를 맞이하면서는 빨래지옥이 시작된다. 아기가 태어나고 난 뒤에 입을 옷을 포함해 육아 필수품으로 기본 50장은 준비하게 되는 손수건은 출산하러 가기 전에 미리 빨아둔다. 특히, 아기가 쓰는 손수건은 사용하기 전에 먼지 제거를 위해 세탁도 여러 번 해야 하고, 자연건조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어서  건조기를 돌리지 않는 것이 정석이라 이대로 하려면 빨래지옥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아기가 집으로 와서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면 설거지옥이 시작된다. 아기가 쓰는 젖병, 유축기 부품, 쪽쪽이 등 자잘해서 세밀하고 꼼꼼하게 닦아줘야 하고 신생아 때는 열탕소독도 해야 해서 굉장히 번거롭다.  


 앞으로 내게 남은 지옥들은 무엇일까... 뒤집기지옥, 서기지옥, 이앓이지옥, 등등... (요즘은 책육아가 유행인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한번 사면 끊임없이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는 '(전집이름)지옥'도 많이 보인다.)

 

 물론 힘든 육아를 해학적으로 표현하고자 지옥이란 단어를 쓴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나는 진지충인지... 이 말이 참 별로이다. 육아는 정말 어려운 것이 맞지만, 그 속에서 힘든 것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들이 있는데, 힘든 모습들이 더 강조되다 보니, 아기를 낳기 전부터 심지어 미혼일 때부터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가중되는 것 같다. 나도 그랬듯이 겪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공포...


 입덧을 할 때는, 우리 아기가 뱃속에서 잘 크고 있나 보다 했다.

 아가를 맞이하기 위해 빨래를 할 때는, 앙증맞은 옷가지를 보며 새삼 내 뱃속에 이렇게 작은 생명체가 살고 있구나 해서 뭉클하기도 했다.

 나는 모유수유에 대한 욕심이 컸기에 완모(100% 모유수유)를 목표로 했는데,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50여 일간 니큐(NICU,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젖병에 익숙해져 버려서 퇴원하고 난 뒤에  유두혼동으로 직수거부가 심했다. 그래서 나는 유축기로 유축한 모유를 젖병으로 거의 한 달여간 먹였기에 유축기 부품에다가 젖병(우리 아기는 배앓이를 했기 때문에 젖병에 자잘한 부품들이 많아 엄마들이 절레절레한다는 닥터*** 제품을 썼다.) 설거지를 덤으로 해야 했고, 미숙아는 면역력에 취약하다고 해서 열탕소독도 매번 했다. 그래도 아기의 몸무게가 쑥쑥 늘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함이 더 컸다.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중증 우울증을 앓아본 적이 있었기에, 부정적인 생각고리가 시작되면 한도 끝도 없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펼쳐지고, 나에게 힘든 일들만 보이게 된다는 것을 안다. 임신하고 나서 나를 우울증의 구덩이로 빠뜨린 직장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휴직도 일찍 해버렸는데, 아기가 팔삭둥이로 태어나면서 적당하게 맞춰서 휴직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출산하자마자 아기가 50여 일간 NICU에 입원했었기에 아기를 안아보기까지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정말 힘들었다. 매일매일 아기가 집에 와서 함께 지내는 것을 꿈꾸었지만, 잠을 자면 아기가 잘못되는 악몽을 꿨다. 그래서인지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를 떠올리면 아기가 내 곁에 함께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기가 일찍 태어난 것이 어쩌면 평범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 나를 신이 벌하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힘겨운 출산과 함께 나는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살기 위해 병원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견뎌내는 아기의 삶의 의지를 목격하면서 우울증을 오히려 극복했고, 소중한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꿔나갈 것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나의 핸드폰 디데이 달력에는 세 개가 떠있다. 우리 아기가 태어난 지 120일, 우리 아기 교정일로부터 47일(이른둥이는 출산예정일을 기준으로 발달기준을 잡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퇴원해서 나와 함께한 지  67일이다.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한 날이 120여 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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