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영 Mar 07. 2024

크리스마스 이브에 엄마가 쫓겨났다. <1>

가장 춥고 잔인한 크리스마스에 기억

엄마가 쫓겨났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에 빚쟁이들에게 쫓겨 짐을 싸서 도망가던 그 때처럼 엄마가 언니에게 쫓겨 나왔다.


갈등은 추석 즈음 부터였다. 자주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언니로 인해 나와 언니의 갈등은 깊어졌고, 결혼을 하면서 떨어져 있으니 화해하기도 쉽지 않았다.


언니는 집에 나를 출입금지 시켰고, 그 이후로 명절 방문은 남편만 혼자 다녀왔다. 언니가 출입금지 시킨 그 집은 언니가 돈 천만원으로 산 작은 빌라였다. 천만원으로 어떻게 집을 사냐고? 묻는다면 난 그 모든 것은 내 돈 이었다고 말 할 것이다. 언니 수중에 돈 천만원가 내가 모은돈 3천, 나의 신용대출 3천, 엄마돈 2천으로 대출을 풀로 받아 빌라를 구매했다.


이자도 안 받고 돈을 빌려주는 댓가는 단 하나, 시집가기 잔까지 엄마가 이사가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 조건을 믿고 집에 티비며, 초인종, 인터폰 등 모든 것을 투자하여 새롭게 바꿔주었다. 매달 나가는 이자는 내 통장에서 이체되었고, 결혼 전까지 갚겠다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계속 대출 이자를 내면서 상환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지금은 일을 쉬고 있다는 핑계, 돈 나갈 곳이 많다는 핑계로 5만원, 10만원만 기 일쑤였고,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상환을 요구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엄마와 강아지를 만나러 집에 잠시 방문했다는 이유로 날 주거침입죄로 신고했다. 경찰이 내 인적사항을 적어갔다. 어이가 없어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내가 주거침입죄로 신고 당한 그 날....엄마는 3일 안에 집을 빼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그 날 엄마에게 쏟아진 온 가지 폭언과 폭행들...더 이상 그 집에 엄마를 둘 수 없어 부동산에 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예산이 적어 좁고 허름한 주택 월세가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고민했다. 내가 엄마를 만나지 않으면 엄마를 쫓아내지 않지 않을까? 지금 내 상황도 힘든데 엄마까지 어떻게 케어하지? 힘들었다. 다시 우울증과 불면증이 도졌고, 일상생활이 버거워 졌다.


약속한 당일인 24일까지 엄마는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나는 엄마없이 남편과 더 나은 집을 계속 보고 다녔다.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이사를 했다고 했다.

언덕이 너무 높아 다리가 아픈 엄마가 살기 어려운 그 곳으로 이사를 했다고 했다. 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친한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정신없이 이사를 마쳤다고 한다. 짐이 얼마나 없었는지 40만원에 모든 이사를 마쳤다고 한다.


남편과 부랴부랴 엄마의 새로운 집으로 갔다. 집안에는 침대 하나와 냉장고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엄마의 얼굴은 이 겨울에 새카맣게 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중 엄마가 급하게 화장실을 갔다. 화장실 문을 닫기도 전에 엄마의 구토가 시작되었다.


살림살이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배가 너무 거파 사온 홍시를 두 알 먹고 급체를 한 것이 요인이었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엄마는 계속 토하러 화장실을 방문했고, 티비소리도 없는 숨막히는 적막 속에서 엄마의 토악질만이 공간에 채워지고 있었다.


엄머를 체하게 만든게 홍시 두 알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의 상처였을까...아직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당근앱 어플을 켰다. 필요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사준 가전제품들은 물론이고 엄마가 산 냉장고부터 작은 커튼 브라켓까지 엄마가 가쟈갈 수 없도록 감시를 했다고 들었다.


언니가 남자에 돌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친구라는 놈은 옆에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렇게 제일 추운 겨울 그 집에서 쫓겨났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항상 패배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