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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꺼운안경 Aug 28. 2024

짧은 사랑 이야기

파리에서 지내는 외로운 나날들 나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은 새로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만남 어플뿐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스와이핑을 하며 평가를 하고 있었다. 그녀와 매칭이 되었다. 사진 속 그녀는 귀여운 인상이었다. 여리여리해 보였고 웃음이 참 이뻤다. 그녀도 나와 같은 파리에서 사는 한국인이다. 그녀와 매칭 후 첫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는 대뜸 불어로 나에게 말을 했다. 나도 자연히 불어로 대답을 했다. 우리는 꽤 불어로 짧은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불어를 꽤 잘 사용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생각했다. 대뜸 불어로 나에게 말을 했던 그녀가 참 귀엽고 호기심이 갔다. 그런 행동이 자신감이 크다는 반증인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대담하고 당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이름을 말하고 사는 곳을 말했다. 왜 프랑스에 오게 되었는지도 물었다. 

한국에서의 직업도 서로 물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패션마케팅을 했었는데 번아웃 같은 것이 왔고 올해가 마지막 워킹홀리데이 나이라고 했다. 그래서 왔다고 한다. 새로운 곳에서 지내고 싶었고 파리가 너무 아름다웠다고도 했다. 나는 단순하고 명쾌한 그녀의 말투와 말들이 참 매력이 갔다.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점점 더 궁금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SNS주소를 공유하고 DM으로 장소가 넘어갔다. 그곳에서 대화를 하니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서로를 완전히 보여주는 안전한 곳에서의 믿음직한 대화가 이어지기 때문일까. 점점 시간이 늦어져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하고 다음날이 되었다.


다음날 그녀에게 불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는 명쾌하게 받아주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나의 지인이 일했던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의 이런 모습들은 남들이 몰랐으면 해 조금은 멀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왜일까 오히려 반가운 마음에 관련된 얘기를 마구 해대었다. 한편으론 정말 좁은 세상이라고도 생각했다. 다음날 나는 쉬는 날이었다. 그녀는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우리는 가벼운 말들을 나눴다. 나는 커피를 마시러 가고 그곳의 대한 느낌을 말했다. 곧 그녀는 퇴근을 했다. 나는 집에 있었다. 그날 저녁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계속 생각만 해댔었다. 그녀는 퇴근 후 공원에서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심한 나는 오늘 보면 어떠냐는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후 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의 통화를 하다 보니 꽤 길어졌다. 통화가 종료된 후 그녀에게 다시 말을 했지만 그녀는 이미 집에 도착한 후였다. 괜히 그 친구가 밉던 저녁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형식적인 질문을 했고 나는 정확한 답변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답변은 오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그녀 생각이 꽤 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답변이 오지 않았을까 부담스럽게 느껴졌나 같은 생각들이었다. 나는 이날 출근을 했다. 이후 퇴근을 하고 그녀에게 뭐 하고 있냐는 말을 했다. 그녀는 여행 일정을 짜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번호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그녀는 흔쾌히 알려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더욱 친밀해진 기분이 들었다. 나라고 문자를 보낸 후 나는 전화를 걸었다. 나는 문자보단 전화가 더 좋다. 채팅으론 느끼지 못하는 부분들을 서로의 목소리를 내며 대화를 하면 더욱 다양한 것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채팅은 귀찮은 것도 있기도 하다. 그녀와 통화를 했다. 처음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그녀의 인상과 곧잘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내가 전화를 한 순간의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전화가 와서 그것을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첫 대화의 시작이었다. 순식간의 어색함은 무엇이냐 친밀함을 느꼈다. 그 후부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기분 좋은 통화가 이어졌다. 나는 그녀를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맞는지 궁금했다. 나는 퇴근 시간이 꽤 늦는데 그때 만나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가 파리의 밤거리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나는 점심시간이 꽤 긴 편인데 이때 그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에게 내일 점심때쯤 보자고 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다음날이 되었다.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고 몸이 가벼웠다. 출근을 했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설렘과 조금의 긴장감이 있었다.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는 조금 늦었다. 나는 먼저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를 받기 위해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도 곧 도착했다. 가볍게 인사를 했다. 오랜 친구를 만나듯 왔어? 같은 말을 했다. 그녀는 커피를 주문한 후 화장실을 갔다. 나는 먼저 자리에 앉아 있겠다고 했다. 그녀는 오전에 입고 있던 옷에 음료 같은 것을 쏟았기에 새로 산 옷으로 갈아입고 왔다. 그 옷은 얇은 소재의 몸에 붙는 니트류였다. 그녀의 실루엣이 적나라하게 보였고 조금 흠칫했지만 매력적이라고 더욱 생각했다. 내가 커피를 받는 곳에선 카페로 들어오는 입구가 보이는데 걸어오는 그녀가 먼저 보였었다. 나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녀의 모습만 봐도 기분 좋은 감정과 설레는 감정이 느껴졌다. 속으로는 다행이다라고도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녀는 맑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대화를 하며 할수록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마음에 들었던 탓인지 나는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조금은 투박했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지 못했다. 말을 조심히 하고 싶었고 그렇기에 말이 조금씩 없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기운의 나도 편하게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처음의 대화는 꽤 진지한 대화였던 것 같다. 그녀가 한국에서 어떤 상태였는지 지금은 어떠한지. 나도 덩달아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최근의 연인과 헤어졌는데 그 소식도 예상치 못하게 들었다. 나는 최대한 그것과 관련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무언가를 묻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실 때 즈음 우리는 근처 공원에서 얘기를 마저 했다. 공원 안에는 작은 분수가 두 개 있었고 그 분수를 감싸고 있는 작은 풀밭들이 있었다. 벤치도 있었지만 나는 왜인지 저기에서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저기로 가자고 했고 그녀는 아주 좋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산뜻하고 상쾌했다. 적당한 장난들과 진지함 서로가 이곳을 편안하게 느끼는 상태 거기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말들 내가 생각한 과거의 느낌은 이러했다. 나는 사실 지금 점심시간이고 이런 시간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 오늘 만나자고 한 거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도 곧 내가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우리는 각자 조심히 가라고 하며 헤어졌다. 그녀는 작은 페트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물은 다 마신 상태였다. 나의 텀블러의 물이 있어 그녀에게 주고 나서 완전히 헤어졌다. 퇴근 후 나는 곧장 집으로 가서 그녀와 통화를 했다. 그녀는 나와 헤어진 후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꽤 늦은 시간까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도 이제야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씻지도 않은 채로 그녀와 통화를 했다. 그녀는 거친 양치질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것 같았다. 우리의 대화는 낮에 했던 대화처럼 기분 좋은 상쾌함이 이어졌다. 곧이어 내일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고 했다. 너만 괜찮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녀는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러고는 만약 그것이 재미없을 시 다른 계획까지 말하며 조금은 적극적인 자세였다. 그날도 기분 좋게 통화를 마쳤다. 


내일이 되었다. 그녀는 출근을 했고 이른 저녁에 퇴근을 한다. 나는 그녀의 퇴근 시간의 맞춰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일을 하며 손가락의 작은 화상을 입었다고 전에 내게 말했었다. 그녀를 기다리며 마침 앞에 약국이 있었고 그 얘기가 기억이 났다. 나는 큰 마음 없이 그녀를 위한 약을 구매했다. 이날은 비가 꽤 왔다. 나는 비를 피해 큰 대문이 있는 집 아래서 비를 피하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퇴근을 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하고 그녀는 오늘 힘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고생했겠다고 했다. 우리는 간단하게 밥을 먹기 위해 햄버거 집으로 갔다. 햄버거를 먹으며 오늘 어떠할지 간략한 계획을 세웠다. 후에는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얘기하며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종류의 상관없이 한번 맛을 들이기 시작한 음식을 질릴 때까지 먹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참 귀여웠다. 우리는 친구의 집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화장실을 간다고 했고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담배를 태웠다. 다 피고 버리려던 참에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나에게 담배를 많이 피우냐고 물었고 나는 많이 피지만 줄이고 싶어서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와 지하철역을 가며 걷는 순간도 나는 행복했다. 우리는 친구의 집 근처 역으로 왔다. 그곳은 나가는 출구가 꽤 복잡했다. 그래서 그녀와 나는 출구를 헤매었었다. 그녀는 고개를 치켜들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출구를 찾아 나섰었다. 성공적으로 우리는 출구를 찾았다. 밖으로 나온 순간 하늘이 정말 예뻤다. 나는 하늘이 너무 예쁘네라고 했고 그녀는 바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녀의 집으로 가기 전 마트에 들러서 와인 한 병씩을 샀다. 나는 내가 종종 마시던 화이트 와인을 그녀는 병이 이쁘다고 고른 로제와인을 골랐다. 곧 친구의 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미 와 있던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술을 마시며 분위기에 함께 참여했다. 걱정과 달리 그녀는 즐거워 보였다. 나도 그녀를 잘 모르는데 나도 잘 모르는 곳에 그녀와 함께 가는 것이 걱정이었지만 걱정과 달리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해서 파티에서 그녀와 꼭 붙어 다녀야겠다고 생각지 않았다. 서로 궁금한 사람과 대화를 하고 그 분위기를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언어가 잘 되지 않다 보니 대화에 집중하고 그렇다 보니 대화가 길어졌던 순간이 잦았다. 그래도 어느 순간 그녀도 함께 오기도 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파티가 무르익어 가던 즈음 나는 술에 많이 취해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나가자고 했고 나는 그녀와 함께 파티장을 나왔다. 그 후에는 사실 많은 기억이 있진 않다. 우리는 집 앞 도로에 걸터앉아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집으로 가는 다른 친구와 인사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아마 나는 그녀에게 너의 집에 가도 되냐고 물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함께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그녀는 계속해서 나와는 연인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너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동생이다. 자신은 지금 누굴 만날 수가 없다는 뉘앙스의 말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마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인지 눈물이 마구 차올라서 한마디라도 하는 순간 울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을 하면 입술을 오므리는 습관이 있는데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너는 항상 생각 같은 것을 하면 그런 표정이 된다라고 가벼운 장난을 쳤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고 나는 다른 택시를 불러서 나의 집으로 갔다. 작별의 순간은 아마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고 잘 들어가란 말과 함께 꽤나 빠르게 차갑게 택시를 탔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한 나는 신발을 대충 벗고 의자의 앉았다. 눈물이 많이 났다. 계속 울었다. 조금은 상처받았던 것 같다. 많이 그녀를 좋아했던 것 같다. 좋아했던 만큼 나름의 마음을 많이 줬던 것도 같다. 그래서 계속해서 울었다. 어린아이 같은 울음소리였을 것이다. 울다 지쳐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채 아침이 되었으니까. 숙취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아무 연락이 오지 않은 핸드폰을 보니 현실이란 것이 더욱 실감이 났다. 슬펐다. 정말 슬펐지만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떠한 의욕이 들지 않았다. 무언가를 한다고 했을 때 몸이 먼저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날 하루는 이상하리만치 몸이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다. 기쁘다 행복하다 불행하다 우울하다 같은 감정들 왜인진 모르지만 눈도 계속 반쯤 감겨있는 상태였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는 무언가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냥 하는 것 같다. 조금은 이기적인 상태인 것도 같다. 내가 더욱 중요해졌다. 뭐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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