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푸항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브르타뉴의 플로곤방이라는 마을로 넘어왔다.
플로곤방에 있는 이 집은 기타를 좋아하는 알랑과 음악을 좋아하는 크리스틴이 사는 곳이다.
그들은 따듯한 마음을 가졌는데,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수개월을 함께 지내기도 하고 돈 없는 뮤지션 지망생, 각국에서 온 우퍼들 다양한 사람들을 맞이해 준다.
특히 학대나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을 기꺼이 입양하여 몇십 년들 함께 살고 있다.
그 딸들은 종종 집으로 놀러 온다.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곱게 빗어진 검고 긴 머리카락, 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맑은 노란색의 눈동자.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다가갈 수 있는 듯하면서 멀어 보였던 그녀였다.
그녀는 나에게 잘 오지 않았으며 자주 마주치지도 못하였다.
간혹 다 함께 식사를 할 때 멀찌감치 자리했을 뿐이다.
그렇게 어색한 기류만 가진채 며칠이 지나고. 그녀는 테라스에서 해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얕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옅은 웃음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나는 손을 떼지 않고 계속 쓰다듬었다. 처음으로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이제는 내가 티비를 보고 있으면 내 옆에 와서 앉기도 한다.
졸리면 선잠에 들기도 한다. 그 모습이 참 안심이 된다.
"이제야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기도 하며..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관계는 아니라 확신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내 침대에 올라왔다.
당황스러움과 기분 좋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또다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나에게 더욱 파고들었다.
어느새 그녀는 잠이 들었다. 나도 어느샌가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그녀의 뒤척이는 몸짓에 잠에서 깨었다. 그녀는 역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고, 후에 다시 일어났다. 그녀는 침대를 떠나 있었다.
거실로 내려온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이 전과 같이 테라스에서 해를 받고 있었다.
이 전과는 달라진 산뜻한 느낌. 이제는 어떠한 교감이 있는 확신이 드는 관계였다.
이후에는 더욱이 그녀와 가까워졌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고, 그녀의 옆에 있는 내가 너무나 당연해졌다. 그녀와의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된다. 여유롭고 평온한 나날들.
그녀의 이름은 소피아다. 올해로 3살이 되었다.
그녀는 행동이 느리며 호기심이 많다. 식탐이 많으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긴털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꼬리까지 긴 털로 되어있다.
털 때문일까 그녀는 하루의 절반을 그루밍하는 데에 할애한다.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소피아. 우리 더 친해지자. 고마워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