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1년간의 재수 생활을 끝낸 뒤 대학에 들어왔다. 학창시절 나는 그렇게 활동적인 학생에 속하지 않았다.오히려 모범생 소리를 들으며 정말 조용하게 살아 왔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전 약간의 다짐을 했었다. 대학교에서는 학창 시절처럼 너무 조용허개 보내지 말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며 활동적인 대학 생활을 해보자고... 그래서 대학교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개강 하기전 모든 학교 행사, 예를 들면 3번의 OT, 새내기 배움터(일명 '새터') 등등의 모든 학교행사에 참여 했으며 개강을 하고나서도 갈 수 있는 술자리는 모두 갔다. 그렇기에 학과 동기들과 친해지고 학교의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었으며, 그 관계를 유지해 나가가 위해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일이 많아 졌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 안 하던 일을 하다보니 약간의 현타가 찾아 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필요한 상황인데도 이미 잡은 약속들에 치여 내가 감당하기 벅찬 스케줄을 감당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힘들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 했다. 그렇기에 중간 시험이 끝나자 마자 그주의 쉬는 날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자라는 생각을 하였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여행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을 하다가 추억이 많이 담긴 섬이었던 '남이섬'을 가기로 결정하였다.
나를 위한 날이니 만큼 옷을 예쁘게 입고 남이섬으로 출발 하였다. 남이섬은 친구들과 여행을 자주 갔던 곳이었으며, 고등학교 졸업 사진을 찍은 곳이었기에 나에게 꽤나 익숙했다. 덕분에 헤매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해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날 나의 결심은 '절대 서두르지 않기'였다. 눈앞에 버스나 지하철이 있어도 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결심은 하자마자 깨지게 되었다. 남이섬을 가기위해서는 경춘선을 타야하는데 경춘선의 배차간격은 너무 길기에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 버렸다. 심지어 전속력으로... 그렇게 결심을 어기면서까지 빨리 오게 된 남이섬은 나에게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이날의 온도, 습도, 햇빛 모든게 완벽했다.
바로 자전거를 빌려 남이섬 한 바퀴를 돌았는데, 지금까지 쌓여있던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폭포수에밀려 내려가듯 시원하게 내려갔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껴지는 그 바람에 나의 무거웠던 생각들이 실려 나가 새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자전거를 다 타고 나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공간으로가 멍떄리기 시작했다. 생각이 비워지며 나 자신이 단순해지며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에게는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 했던 것이었다. 잠시 멍떄리기를 멈추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잘한 일들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대학을 들어오기전 했던 결심을 이루긴 했지만 생각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벌려 놓은 사회적 관계들은 끊을 수 없으니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의 일부를 나만의 시간을 쓰는 데에 쓰기로 다시 결심하였다. 직장인들은 워라벨이 목표라면 나는 학생으로서 '관라벨'을 실천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하였다. 나만의 시간이 없으면 오히려 내가 망가지면서 더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기에 이 남이섬 여행은 나에게 정말 뜻깊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잠시 잊으러 가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 하면서 더 나은 목표를 세우도록 도와주는, 그런 것이 여행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