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서 마주한 신선한 충격
비가 오면 실내로 들어가고, 우산을 쓰는 일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비를 맞으면 찝찝하기도 하고, 하도 뉴스에서 산성비 맞으면 탈모가 온다고 비 맞지 말라고 당부를 해 놓았기 때문에 비 맞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나도 비 맞는 것을 정말 싫어해서 비 맞는 날은 거의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도 비를 싫어했던 내가 '비 맞는 게 어쩌면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면서 나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준 단 하나의 장면이 있다.
여름휴가로 가족 다 같이 환상의 나라로 불리는 '몰디브'에 휴양하러 갔다. 대부분의 리조트가 하나의 섬 전체이기에 프라이빗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삼시세끼 모두 제공이 되는데, 식사시간이 되면 그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 투숙객들은 하나둘씩 식당에 모인다. 바다 바로 앞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지붕이 있고 음식이 가까이 있는 실내 공간에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 테이블들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내에 있는 테이블에 앉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꽤 오랜 기간 동안 리조트에 머물렀는데,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몇몇 사람들은 바다 바로 앞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실외 공간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서양인들이었다. 우리처럼 한국에서 온 가족 두 팀, 중국인들 대략 3팀정도 있었는데 이들은 항상 실내에서 식사를 하였다.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왜 동아시아 사람들은 예쁜 바다를 놔두고 실내에서 밥을 먹는 것인가..?' 아직 이에 대한 확신의 답을 찾지 못했지만 대략 생각해 보면 '틀'에 얼마나 갇혀있느냐 아니냐에 차이인 것 같다. 우리는 틀 안에 있기 좋아하며 남들이 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이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그 틀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잘못 사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하나의 틀만 정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양한 문화와 지리적 영향으로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여기서 말하는 오픈 마인드는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에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너무 많은 눈치를 본다. 이러한 눈치가 때 때로 도움이 되지만 자칫 너무 과하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적당한 선'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는 휴가로 갔다 온 몰디브에서 그 적당한 선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장면은 리조트 바닷가 앞에서 정찬을 먹을 때 일어났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던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슬슬 짐을 챙겨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실내로 자리를 옮길 준비를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옮기고 나서 바닷가를 바라보았는데, 거기에는 몇 팀의 서양인 가족들이 우산을 쓰고 식사를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눈앞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테이블이 있는데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우산을 쓰고 아무 일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온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서양인들의 '우산 쓰고 밥 먹기' 장면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장면을 통해 나는 그 '적당한 선'을 어느 정도 찾았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내가 편한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이기적이지 않으면서 내가 생각한 대로 살 수 있는 적당한 선이 내 몸에 베이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한다.
결국 앞에서 말했던 '오픈 마인드'는 '적당한 선'을 만들어 주는 데에 큰 기여를 하는 마음가짐이기에 먼저 오픈 마인드를 가지려고 평소에도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가 추구하는 '선'을 자연스럽게 가질 것이라고 믿고 나다운 인생을 사는 어른이 되어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