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그런거지 뭐
어디론가 떠나기 좋다는 계절이네,
연휴가 사흘이네,
국민학교 동창회 모임에 참석해달라는 문자도.
나의 일상 피곤에 밀려버리고
토요일인 어제도 점심시간까지 고객에게 반납하고 저녁 6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와
습해서 관절까지 눅진한 몸을 대충 내동댕이 치고는
늦은 밤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그냥저냥 아쉽지 않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오늘은
선풍기 3대 씻어 햇볕에 말리는걸로 하루를 시작해 구석구석 주말까지 내손을 기다리며 엎어져 있던 일거리를 하나 하나 해치우고
그 사이 아들은 알바를 가고
딸은 도로주행 연수 받는다고 나가고
나는 낑낑대며 이불을 햇볕에 널었다 개었다
선풍기를 다시 재조립하고
이방 저방 선풍기 주인을 찾아주고는
몇 해 전 부부싸움으로 목이 반쯤 부러진 선풍기는 내방으로 갖다 놓으며 혼잣말을 한다.
'혹시 완전히 부러질거면 내가 없을때 부러져 달라고. . . '
겨우 오늘은 여기까지를 외치며 티비를 켜니
복면가왕이 반이나 지나갔고
나는 하면된다의 녹턴을 들으며 울고있었다.
6월인데
오늘은 바람이 선득하니 쌩했고 찼다.
내가 차려주는 밥 한끼 먹은걸로 아들은 자정이 다 되어야 들어올테고
야간조인 딸은 도로주행이 끝나도 집에 들어올 생각없이 바로 출근을 할 모양이다.
몇번을 전화해도 딸과는 통화가 되지 않았고
나는 도로주행 연습중에 사고가 난건 아니겠지?하며 걱정을 만들고 있었더니 딸이 전화가 와서는 영화본다고 전화를 못받았다한다.
쫒기듯 살아라고 한것도 아닌데
나는 매번 선득한 바람에
투명한 햇볕에
쭈글해지는 내 손을 바라보다가
티비에서 우연찮게 듣게 되는 노래 한 소절, 그 속에 담겼던 가사에
어느새 울고 있다.
늙어가고 있나보다.
이젠 모든게 짠하다.
바삭하게 말린 이불이 처연하고
깨끗해진 선풍기날개에 하루치의 먼지가 쌓이고
물기 하나 없는 욕실은 어둠에 묻히고
아직도 나는 혼자다.
「꽃잎이 흩날리네요
헤어지기엔 아름답죠 그렇죠」
녹턴 중에서